열수 분출공의 주변은 극한 환경이다. 차가운 바닷물을 만나 물의 온도가 조금 식었다곤 하지만 여전히 400도에 가깝다. 한 가지 좋은 점이 있다면 환경변화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곳에 사는 생물이 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심해에는 조개 같은 복족류. 새우, 게. 관벌레, 등가시치. 긴꼬리장어 등 다양한 생물이 그들만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그중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생물은 거대관벌레다
커다란 빨대를 바닥에 쿡 박아 놓은 것처럼 생긴 이 생물은 땅에서 붉은 아가미를 불쑥 내밀고 있어서 얼핏 보면 커다란 맛조개처럼 보인다. 놀랍게도 이동물은 입도 항문도 없다. 아가미에는 분출공에서 나오는 황화합물을 흡수해 양분을 만드는 박테리아가 살고 있고, 박테리아가 만든 양분을 혈관으로 흡수해 살아간다. 이런 방식으로 1미터까지 자라기도 하는데,. 극한 환경인 해저에서 단순한 방식으로 이렇게나 크게 자랄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관별레는 250년까지 살 수 있다. 해저는 날씨나 계절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이곳에 사는 생물은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몸의 구조를 바꾸거나 에너지를 쓸 필요가 없다. 그저 묵묵히 늘 하던 대로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이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적응할 방법을 찿으면 생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는 시간을 늘릴 수 있을까? 인간을 둘러싼 자연이나 사회. 인적 환경은 수시로 바뀐다. 이런 외적 환경은 나의 의지만으론 바꿀 수 없다. 하지만 내적 환경은 어떤가? 편견과 낡은 관습에 얽매이지 않도록 꾸준히 공부하고 합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훈련하며, 공동체를 염두에 두고 움직이는 것은 일정한 환경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러면 외적 환경 또한 자기 자신에게 유리하게 바뀔 것이다. 중심을 잘 잡고 외적 변화에 휘둘리지 않는다면 남보다 오래 사는 셈이다. 달력에 표시된 절대적 시간만큼 우리 마음속에 흐르는 상대적 시간 또한 중요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