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북한 외교관·해외근무자들의 연쇄 탈북 조짐이 심상치 않다고 한다. 이달 초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무역대표부 소속 모자 2명의 탈출 소식이 전해진 데 이어 유럽 주재 북한 외교관 가족이 우리 정보당국에 망명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주재 북한 공사로 있다가 7년 전 망명한 태영호 의원도 "탈북·망명을 타진하는 북한 외교관이나 해외근무자의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올렸다. 한동안 잠잠했던 북한 주민들 탈북도 재개되는 모양새다. 지난달 아이를 포함해 9명이 한꺼번에 귀순했는데, 일가족이 어선을 타고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은 건 6년여 만이다.
이처럼 생명을 담보로 탈주를 감행한 탈북자들 앞에 놓인 자유의 길이 막히지 않도록 돕는 게 우리의 책무다. 앞으로 이 같은 탈북 행렬이 봇물 터지듯 급증할 개연성이 크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코로나19 탓에 봉쇄됐던 북한 국경이 열리고 인적 왕래가 재개되면 복귀해야 할 외교관과 해외근무자들의 이탈이 본격화될 것이다. 김정은 정권하의 인권·생활고 지옥에서 탈출하는 탈북민도 확 늘 것이다. 국정원에 따르면 북한 식량난이 심각해지면서 올 들어 예년의 3배 수준으로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다. 여기에다 탈북어민 2명을 강제북송한 전 정권과 달리 윤석열 정부가 '귀순 의사 밝힌 탈북민 모두 수용' 원칙을 밝힌 점도 탈북 의지를 키울 것이다. 매년 1000명 선을 웃돌던 탈북민 숫자는 2019년 강제북송 다음 해에 227명, 2021년엔 63명으로 급감한 바 있다.
국경 개방·생활고·우호적인 탈북민 정책으로 대량 탈북 가능성이 커진 만큼 정부는 서둘러 탈북민 관련 시스템을 전면 재점검해야 할 것이다. 탈북민 정착 교육기관인 '하나원' 수용능력을 확충하는 한편 탈북민의 국내 정착을 돕는 지원책의 실효성도 다시 한번 따져봐야 할 것이다. 국내에 들어온 탈북민만 3만4000여 명에 달한다. 탈북민은 '먼저 온 통일'이다. 더 많은 탈북자들이 자유대한의 품에 안겨 자유를 만끽하고 새로운 삶을 살도록 적극적으로 돕는 게 통일을 앞당기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