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떡이 내 떡 보다 커 보인다는 비유는 좀 적절하지 않지만 그럴 때가 있다. 내가 읽던 책을 제쳐두고 다른 사람이 읽고 있는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해서 슬그머니 손을 뻗어 펼쳐보는 그런 행동..
사무실에 책을 가져다둔 책을 재미있게 읽던 중 옆 책상에 꽃혀있던 책이 눈에 들어왔다. 그 책이 꽃혀있는걸 본지도 꽤 되었고 그동안은 별 관심도 두지 않은 책을 단숨에 읽고는 못내 찝찝한 기분이었다.
일본의 인기 여류작가, 사기가와 메구무.. 그녀는 1/4 이 한국인이다. 그것이 그녀의 정체성을 흔들리게 했고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한국유학을 결심하고서도 한국에 대한 다정다감(?) 또는 가슴벅찬 감정을 지니지 못한 육개월간의 유학기 쯤이라고 하면 될듯하다.
피의 국적을 따지자면 한국과 관련이 있을 뿐, 일본에서 나서 자라, 일본인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불현듯 한국에 애착을 가질수는 없다. 더구나 교포이냐 아니냐도 문제삼으면 애매한 문제이니까..
우리나라와 일본의 질긴 감정의 문제에서도 개개인이라고 자유롭지는 않고 오히려 그 연장선에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런 감정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주 명확하게 자를수 있는 문제는 아닌듯하다.
작가가 쓰는 글에서 한국에 호의적이지 않은 글.. 어렵풋이 그렇게 해야하는데도 맘이 가지 않는다는 등의 글을 읽으면서 나 역시 한국인으로서 조국을 바라보지 못하는 그녀를 조금은 적대시한 것도 사실이다. 머릿속으로는 그렇지 그렇지.. 하면서 읽어내려가지만 속으로는 뭐 이런 글이야.. 하는 식으로.
책을 읽은 지 일주일 정도 지난 후.. 그래서 오히려 잊은 듯 있을 때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나는 대구와 부산에서 살았다.
대구 태생이고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부산에서 다녔다. 그 덕에 대구와 부산사람들의 기질을 어느정도 구분할수 있다. 고향을 물어 대구라고 대답하면 나는 대구사람이 되는거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부산사람의 사고방식에 더 가깝다.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부산에서의 생활에 비하면 대구는 너무 폐쇄적이고 배타적이라 대구로 다시 온 이후에 몇년동안 무척 고생을 했었다. 부산이 더 좋다던지 부산에는 이런 거 벌써 시행되고 있다던지 하는 식의 말을 하면서 뒷꼭지가 따가울만큼의 눈총도 받아봤지만, 대구사람들이 원하는 만큼의 대구사랑을 보여줄수는 없었다.
처음에 나는 부산을 기준으로 모든 것을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밖에 생각할수 없었다. 그런 나의 생각을 표현하면 대구사람들 맘에는 들지 않고 나는 나를 인정해줄수 없는 그 사고방식이 또 싫었던 것이었다.
지금은 어떤 일을 두고 기질을 생각하기도 한다.
내가 대구와 부산사람들의 특징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처럼.. 다른 사람의 이해폭을 예전보다 넓게 받아들일수 있는 것이다.
아주 재미있게 읽은 책도 아니고, 유쾌하게 읽은 책도 아니지만 한 번 다시 생각하게 해 준 책이다. 이 책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