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제 주관적 의견이 많이 포함된 글임을 먼저 밝힙니다.
수비라는 스탯이 잘한다와 아주 잘한다의 구분을 내리기 어느정도 모호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물론 디그린이나 카와이, 고베어등의 대표적인 선수들은 바로 식별 가능하죠) 이 점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점차 줄어들 가능성이 높지만, 지금 리그가 전체적으로 예년에 비해 고득점 페이스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비 잘하는 선수들에 대한 평가가 상대적으로 재조명받기도 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리그 트렌드와 팀들은 모두 수비 잘하는 선수들을 환영합니다.
덩달아 유행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3&D인데, 3점 잘 쏘는 선수들은 많습니다.
허나 그들 모두가 좋은 수비수인것만은 아니죠. 그만큼 수비 잘 하는 선수를 찾고 기준 내리기란, 우리의 생각보다 더 어려운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잘 알려지지 않은 선수들 사이에서도 꽤나 흥미로운 수비법과 인상적인 수비력을 지닌 선수들이 있고, 또 미래에 All-NBA 디펜시브 팀이나 어쩌면 DPOY까지 선정될 수 있을 법 한 잠재력을 지닌 선수들이 숨어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제 기준에서 생각하는, 이 조건에 해당하는 몇몇 선수들을 소개해 봅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좋은 수비수들>
첫 번째는 골든스테이트의 케본 루니입니다. 루니는 첫 두 시즌동안은 전술적 쓰임새 자체가 거의 없는 가비지 멤버나 다름 없는 선수였는데, 지난 시즌 중반부터 커 감독이 로테이션에 포함시키면서 점차 가능성과 실리 모두를 찾아갔습니다.
루니의 툴은 굉장히 유니크합니다. 워리어스에서는 센터로 뛰는 시간이 거의 대부분인데, 기본적으로 신장이나 프레임 자체는 센터의 그것이 아닙니다. 아무래도 좀 언더사이즈 편에 속하죠. 그런데 그 높이를 커버하는 윙스팬과 빠른 순간반응속도를 지녔습니다.
그리고 루니의 이 툴이 큰 효과를 본 게 바로 지난 플옵 서부 컨파 휴스턴과의 맞대결이였죠.
저 때 케본 루니의 존재가 휴스턴에게 매우 까다로운 존재였습니다. 1라운드부터 제임스 하든과 크리스 폴은 공격에서 무수히 많은 스위칭을 통해 상대 빅맨을 끌어내는 미스매치를 만들었는데, 그게 아주 큰 성공을 보았죠. (특히 2라운드 vs 고베어) 근데 루니가 둘의 완전한 억제기가 되었습니다. 저 장면의 모습처럼 말이죠.
수비의 기본기가 잘 잡혀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자세를 낮추면서 스텝을 밟고, 볼이 아닌 상대를 주시하는 저 장면입니다. 저런 장면이 이후에도 1쿼터에만 서너장면은 더 나왔습니다. 어느하나 제대로 성공한 공격이 없었고, 루니는 그들로 하여금 패스를 강요하거나 터프샷을 유도했죠.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면, 골스 팬분들이 입이 닳도록 칭찬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역시 마찬가지로 좋은 수비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주목해야 할 점은 페이크에 반응하는 루니의 모습입니다.
앞서 루니의 순간반응속도에 대해 언급한 바 있는데요, 성급하거나 좋지 못한 빅맨 수비수들은, 고든이 페이크 친 저 찰나의 장면에서 그대로 낚이거나 손부터 나가는 실수를 범했을 겁니다.
그러나 루니는 오히려 재빠르게 변칙적인 스텝을 밟으며 사이드스텝만으로 고든의 돌파를 저지합니다.
이 장면은 특수하게 가드와 매치업된 장면이였지만, 골밑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많은 선수인만큼 빅맨과 매치업되는 상황도 많은데요, 그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페이크에 거의 낚이거나 쉽사리 반응하지 않습니다. 그게 루니가 가진 수비의 포인트이자 특수점이라고 생각해요.
<지난 컨퍼런스 파이널 루니의 플레잉타임>
<지난 컨퍼런스 파이널 맥기의 플레잉타임>
<지난 컨퍼런스 파이널 파출리아의 플레잉타임>
세 지표는 지난 컨퍼런스 파이널, 루니와 맥기, 파출리아의 플레잉타임을 나타낸 지표입니다. 이 지표에서 확실히 드러나게 되죠. 커가 루니를 중용하고 맥기와 파출리아를 로테이션에서 제외시킨 것.
앞서 언급했던대로 루니가 폴과 하든을 효과적으로 막아낸것도 있지만, 맥기는 파울관리 문제도 있고, 파출리아는 너무 느리기 때문에 두 선수를 당해낼 수 없었죠.
루니의 수비 능력을 믿고 중용한 커의 선택이, 결국엔 옳았음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입니다.
+ 게다가 요즘에는 쏠쏠한 받아먹기까지 탑재했더군요. 심심찮게 더블-더블을 기록하는 모습까지 보여주니 참 놀라울 따름입니다. 정말 장족의 발전을 이뤘네요.
두 번째는 유타의 로이스 오닐입니다. 이 선수는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상당히 마이너한 축에 속하는 선수라 꽤 많은 분들이 모르실수도 있으실거라 생각하는데요, 오닐의 수비도 상당히 보는 맛이 있습니다.
유타 재즈는 리그 최고의 수비팀입니다. 당장 작년 DPOY 수상자인 고베어를 필두로, 선수단 전원이 준수한 수비력을 지녔습니다. 많은 수치로도 증명되었듯이, 이건 사실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죠.
그리고 그 수비력에 작은 보탬을 더해주는 선수가 바로 오닐이라는 선수입니다.
로이스 오닐은 사실 알고보면 꽤나 플레잉타임을 가져가는 선수에요. (지난 시즌 평균 16.7분, 이번 시즌 평균 13.0분)
그리고 그 이유가 바로 정말 쏠쏠한 수비력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롤을 수행해줄 수 있는 선수가 유타에 있는데, 부상당한 이후 어느 새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바로 타보 세폴로샤죠.
(지금의 안드레 로버슨이 있기 전, 썬더에 세폴로샤가 있었죠)
그런데 세폴로샤의 결장이 길어지게 되자, 오닐에게 기회가 돌아갔고 주어졌던 그 몇 번의 기회를 잘 살려 로테이션에 진입하게 되었습니다.
오닐의 수비의 특징은 움짤에서 단번에 파악할 수 있듯이 경쾌한 스텝입니다. 어떻게 보면 엄청 촐싹맞은데, 저런 수비 스탠스를 가져가다 보니 어느 방향이던간에 다음 스텝을 밟기가 매우 용이합니다.
또 상대 수비와의 거리를 좁힐 수 있어서 돌파를 강제하는 효과도 생기게 되죠. 매치업 상대인 도노반 미첼 대신 단테 엑섬과 번갈아가며 제임스 하든을 마크했던걸로 기억하는데, 시리즈 내내 몇번 비춰졌던 이렇게 귀찮게 하는 오닐의 수비 장면들이 개인적으로 인상깊게 다가왔네요.
비슷한 느낌을 주는 선수로는 덴버의 토레이 크레익이나, 브루클린의 트레본 그라햄이 있습니다. 또, 올해 루키중 하나인 미네소타의 조쉬 오코기도 비슷한 느낌의 좋은 수비수로 성장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듭니다^^
세 번째는 워싱턴의 켈리 우브레입니다. 우브레는 같은 포워드라인에서 뛰고 있는 오토 포터 주니어의 백업으로 출전하고 있습니다.
한편 최근 포터의 활약이 매우 부진한 반면, 우브레는 여전히 벤치에서 나오고 있긴 하지만 전체적인 경기력면에서는 훨씬 더 좋은 내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 놀랍진 않은것이, 사실 무늬만 벤치에서 나오는 선수지, 존재감이나 영향력은 이미 주전 선수급으로 올라선지 꽤 됬다고 보거든요.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적합한 표현이 떠오르진 않지만, 우브레의 수비 스타일은 '파이터' 성향에 가깝다고니 할까요?
굉장히 적극적이고 전투적으로 수비스타일을 선보입니다.
움짤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상대방과의 컨택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나.
그리고 근접한 거리에서 어느정도 상대에게 공간을 내주며 상대의 몸에 손을 얹어놓고 견제합니다.
우브레가요, 손을 정말 잘 씁니다. 교묘하게 반칙이 불리지 않을 정도에 한해서 손 쓰는게 정말 달인 수준이에요.
이러한 수비가 험블을 유도하고, 또 스틸 후 속공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장면들처럼 말이죠.
'디깅'이라고 하죠. 상대방이 드리블하며 돌파할 때 손을 집어넣어서 실책을 유도하는 수비에도 일가견이 있는 선수입니다.
우브레는 객관적으로 봐도 좋은 수비수라고 생각해요. 비록 시즌 초반 워싱턴이 좋지 못한 모습을 보이며 우브레를 비롯해서 전체적인 팀 수비 지표가 많이 가라앉은 모습이지만, 정말 좋은 수비 베이스를 지닌 선수라 생각합니다.
<미래가 기대되는 수비수들>
샤이-길제우스 알렉산더. 아직 웨이트가 너무 말라서 보이시는 것처럼 픽대처 능력은 부족하지만 워낙 신체조건이 축복받은 선수고 기본적으로 수비능력에 대한 조명을 대학 시절부터 받아왔기 때문에 긴 이름 만큼이나 알찬 수비력을 자랑하는 선수로 성장해줄거란 기대감이 있습니다.
저 신체조건으로 팀 선배인 패트릭 베벌리, 에이브리 브래들리와 같은 수비력을 보여준다면 정말 장난없겠습니다^^
프랭크 닐리키나. 닐리키나는 벌써 꽤나 많은 분들의 뇌리에 박힌, 인상적인 수비수로 성장해나가고 있습니다. 닐리키나도 윙스팬이 워낙 사기죠. 대인수비 능력까지 뛰어난 선수인데, 정말 시간이 흘러 경험치가 더욱 쌓이게 된다면 가드 수비계의 차기 신흥강자는 닐리키나가 될 가능성이 아주 높아보입니다.
여기서 공격력까지 업그레이드된다면 닐리키나의 주가는 하늘을 치솟게 되지 않을까요?^^
OG 아누노비. 아누노비의 수비 실력도 이미 정평이 나 있죠. 특히 엄청난 피지컬로도 꽤나 화제가 됬던 선수인데, 일단 피지컬부터기 수비를 잘 할 수 밖에 없는 피지컬입니다. (하워드와의 경합에서 오히려 이겨버리는 저 모습을 보세요...ㄷㄷㄷㄷ)
아직 이러한 피지컬을 120% 활용하지는 못하고 있는데, 더 성장한다면, 그리고 팀 내 리그 최고의 수비수 중 하나인 카와이 레너드를 보고 배운다면 진심 속된말로 지리는 락다운 디펜더를 보게 될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매일 이리 좋은 글을 올려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잘봤습니다.
감사합니다~!
혹시 하든 싫어하시나요? 공격수 대부분이 어째 하든이네요ㅋㅋㅋ(장난입니당~^^)
우연이긴 한데 많긴 많네요 ㅋㅋ 합리적 의심일 수 있지만 아닙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