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시인 이육사 순국 80돌… 中서 추모제
日헌병대 지하감옥 사용 추정 건물
내부 출입 막아 골목서 제사 올려
‘청포도’ ‘광야’ 등으로 유명한 항일 민족시인 겸 독립운동가 이육사(李陸史·1904∼1944·사진)의 순국 80주기(16일)를 앞두고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추모 행사가 열렸다.
이날 시민단체 재중항일역사기념사업회는 이 시인이 순국한 지하 감옥이 있던 둥창후퉁(東昌胡同) 28호 앞에서 추모제를 열었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당초 건물 내부에서 행사를 진행하려 했으나 주민들이 외부인의 출입을 막으면서 골목 담벼락 아래에 제사상을 올려 이 시인을 추모했다. 이 단체는 2019년 이 시인의 기념사업회를 설립한 후 매년 그의 추모제를 개최하고 있다.
둥창후퉁 28호 건물은 옛 일본 헌병대가 지하감옥으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과거에는 일본식으로 지어진 2층 벽돌 건물이었지만 2022년 중국식 회색 콘크리트 주거 건물로 거듭났다. 이때 지하 공간과 쇠창살 등의 흔적들도 함께 사라져 아쉬움을 남긴다.
경북 안동에서 퇴계 이황의 14세손으로 태어난 이 시인은 1925년 독립운동단체 의열단에 가입하며 항일 운동에 투신했다. 1927년 독립운동가 장진홍의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사건’에 연루돼 대구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렀다. 당시 수인번호 264를 따서 호를 ‘육사’로 지었다. 1930년 첫 시(詩) ‘말’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40년이라는 짧은 생애 동안 총 17회나 투옥됐던 그는 건강이 악화되는 와중에도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1943년 귀국했다가 서울에서 체포됐고 베이징 감옥으로 압송됐다. 폐질환이 심해져 이듬해 1월 순국했다.
홍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