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폐암 투병…함석헌 등과 함께 민주화운동도 맑고 정갈한 필치의 수필 작가로도 이름 나 베스트셀러 수필 작가로도 친숙한
법정 스님이 11일 오후 1시52분께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입적했다. 법랍 54살, 세납 78살.
법정 스님은 폐암 진단을 받고 제주도 서귀포 등에서 요양해오다 최근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아왔으며, 상태가 악화되자 지난 이날 길상사로 급히 옮겼다.
한국 불교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법정 스님은 1932년 전남 해남에서 태어나 전남대 상과대 3년을 마친 1956년 당대의 고승인 효봉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으며, < 불교신문 > 편집국장, 송광사 수련원장, 보조사상연구원장 등을 역임한 뒤 1970년대 이후
조계산 송광사 뒷산에 불일암을 직접 지어 홀로 살았다.
법정 스님은 불교계의 현실 참여가 전무하다시피했던 1970년대에 함석헌 등과 함께 불교계를 대표해 민주화운동에 나서기도 했고, 지난해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과도 깊은 교분을 나누었다. 1994년부터는 순수 시민운동단체 '맑고 향기롭게'를 만들어 마음과 삶을 맑히는 운동을 펼치며, 고독한 수행 생활을 해왔다. 1997년엔 서울 성북동에 길상사를 창건했고 2005년 강원도 산골 오두막으로 내려가
무소유의 삶을 살면서 가끔씩 길상사에서 법문을 해왔다.
법정 스님은 대중들을 위한 글쓰기에도 힘써 맑고 정갈한 필치의 산문을 다수 남겼다. < 무소유 > < 오두막 편지 > <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 < 산방한담 > < 텅빈 충만 > 등의 수필집을 냈으며 지난해에도 < 아름다운 마무리 > < 일기일회 > < 한 사람은 모두를, 모두는 한 사람을 > 등의 책을 잇따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