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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매주 4일과 9일은 강경장날이다.
그 날은 교문을 잠그고 운동장으로 통하는 문을 열어 놓는다.
장사하는 사람들이 차를 교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고 학교 운영을 위하여 최소한의 제한을 한 것이다.
정문 옆에는 쪽문이 있고 쪽문 옆에는 강경장날의 진풍경이 벌어진다.
채소를 파는 자동차가 있어서 채소를 팔고 주부들의 단골이 된다.
강경제일교회 문 앞에서는 주일마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차를 대접한다.
오는 사람 모두에게 정을 나누는 찻값만 해도 많을 텐데
세 사람이 교대로 근무한다.
따분할 것도 없고 귀찮을 것도 없다.
연신 웃는 얼굴로 오는 사람들마다 차 대접을 한다.
아마 이것이 인연이 되어 전도되는 일이 일어날 것 같다.
나도 가끔은 여기를 방문하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우리 학교를 소개도 한다.
그런 오가는 맛이 있다.
쇠톱을 갈아주는 아저씨는 연신 숫돌에 칼과 낫과 톱을 간다.
오천원이다. 진종일 쉴 시이 없이 숫돌에 날을 가니 수입도 대단할 것 같다.
저렇게 많이 벌어서 어디다 쓰시려는고?
속옷을 파는 가게 옆에는 씨앗장수가 있고
각종 약재료를 파는 주인은 맛을 보고 사가라고 인심도 쓴다.
오꼬시(튀김과자)며 엿을 파는 아저씨는 웃는 눈으로 더 맛을 낸다.
빨간 알알이 사탕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추억의 사탕이다.
같이 구경 간 울 교감이 만원어치 사고 돈을 준다.
과자 값이 만원이면 여기서는 큰 돈이다.
맛보라고 내미는 싸구려 빵도 먹어보면서 이것저것 골라 담는다.
검은 주머니가 그득하다.
다리 난간 옆에는 고정적으로 오는 꽃장수 아주머니가 있다.
광석에서 오는데 여기 꽃이 가장 많고 싱싱하고 보암직도 하다.
엊그제 아내와 청유리 집의 다육이는 그릇도 비싸고 꽃도 비쌌다.
광석 아주머니는 인심을 쓰는 것도 아닌데 싼 것처럼 느껴졌다.
행정실장을 오라고 하고 교감도 오라고 하여 꽃을 고른다.
교장실에 취임축하로 보내준 난은 물을 적당히 주었어도 잎이 마른다.
난은 푸른 색이 있고 꽃이 있을 때 기분이 좋은 것이지
게을러서 검은 색으로 변하면 기분도 나쁘다.
게을러 물 주지 않아도 변하지 않고 잘 자라는 다육이를 놓기로 하였다.
수종 개량을 할 심산이다.
네 상자를 사고 좋은 화분과 돌 화분을 열 개 고르고도
22만2천원이니 싸기도 하다.
교무실로 가져다 진열한다.
다음 장에는 화분 거름과 화분을 가져오라고 하니 광석댁도 기분이 좋다.
다리 안쪽에는 생선을 파는 자동차 그리고 많이 진열된 해물이 있다.
주로 갈치와, 오징어, 꽃게, 마른 병어, 명태 등이 손님을 기다린다.
성호물산이란 곳에 가면 대량으로 파는 생선가게가 있는데 이 가게 사장은 해마다 1억원 이상을 불우한 이웃을 돕는 사람이니 간접적으로라고 이웃을 돕고 싶은 마음에서 거기서 산다.
더 아래 내려가면 튀밥을 튀기는 뻥!하는 가게가 있다.
자동차 짐받이에 둘글둥글 돌아가는 튀밥기계에 흰 연기가 올라간다.
장날마다 튀기지만 오는 손님이 말이 아니게 많다.
이상한 것은 뻥! 소리가 나기 전에 길게 호각을 분다.
범인을 뒤쫒는 경찰의 호각소리인 것 같은데 조금 후에는 뻥 소리가 나고 흰 수증기가 길 옆으로 길게 퍼져 나간다.
아마도 사람들이 큰 소리에 놀랄까 봐서 옆으로 비키라는 신호인 것 같다.
그리고는 곧 이어 맛있는 튀밥 냄새가 장 옆으로 날아다닌다.
먹지 않아도 먹음과 진배없는 구수한 튀밥 장수다.
그 앞에는 톱이며 각종 연장을 파는 장수가 있다.
요즈음이 나무 전지를 하는 봄날이라 농촌에서 온 농부들은 반드시 여기를 거친다.
나도 가끔은 여기 들러서 톱도 사고 망치도 사고 필요한 일상용품을 산다.
원 마트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오뎅도 팔고 빵도 팔고 만두도 판다.
김이 모락모락 나와서 먹으라고 하지만 고교 때는 배가 고파 침이 나왔는데 지금은 배가 고프지 않아 먹고 싶은 충동 느낀 적이 없다.
다시 되돌아 교문을 남쪽을 돌자.
봄철이 한철이란다.
길거리 옆에 각종 묘목을 파는 장수가 한 100여미터까지 진행된다.
대봉 감나무, 산수유, 대추나무, 블루베리, 구기자, 오가피, 뽕나무, 회양목, 영산홍, 철쭉 등 심고 싶은 충동이 과자보다 더 깊이 풍기도록 이것저것 진열해 놓는다.
어찌 이것뿐이랴?
시골 할머니들은 구부리고 앉아서 봄나물을 판다.
누가 많이 사가는 것도 아닌데 구부러진 허리를 더 구푸리고 앉아서 냉이를 다듬는다.
때가 점심때니 시금치를 손질하고 난 손으로 가지고 온 밥을 드신다.
다 파신다고 하여도 얼마나 남으랴?
그래도 장날은 고정 멤버이니 어김없이 자기 자리를 지키는 멋진 장수다.
강경 봄 장날은 교장실에 앉아서 서류 결재만 하기에 따분하여 한 번 돌아봄직한 곳이다.
엄마와 손잡고 다니던 강경장은 아직도 잊지 못하는 추억의 일부다.
마이크를 차에 붙이고 무슨 소리인지 아우렁거리는 장날이다.
난초를 집어치우고 다육이를 들여놓을 유혹의 장이다.
문을 닫으니 시끄런 소리가 다소 줄어든다.
봄날의 나른함이 교문 너머로 날아가고
어서 가서 꽃 묘도 심어야 하겠다.
둘째 은실이가 출산하여 산후조리를 도우러 갔던 밤잠을 설쳤다던 아내가 돌아 온 강경 장
첫댓글 학교 위치가 명당인가 봅니다. 학교 울타리를 따라 장이 선 모습은 처음보는 모습으로 신기함 그 자체입니다. 옛 생각이 나며 향수를 느끼게 하는군요. 묘목 가져다가 교정의 빈 자리에 심고 싶습니다. ? 번째 아기의 탄생, 축하합니다.
시장 사람들의 환한 웃음이 인상적이네요. 나도 한 바퀴 빙 돌고 싶어요. 생선 말릴 채반도 필요하고 옥상에 심을 화초도 욕심나요. 맨 아래 빗자루는 우리 교실에서 필요한 건데? 제일 잘 쓸어지거든요 옛날 모습 그대로 간직한 강경장! 옛정취가 물씬 납니다.
강경장에는 몸뻬바지도 파네유~~
장터풍경 정말 그립네요^^ 유성장날 엄마치맛자락 잡고 따라나서던 추억이^^^
우리 황교장님의 "구수한 강경장날 탐방기!"를 접하며 옛날 공주장날(1일,6일)의 정감어린 추억이 가슴 뭉클 솟아오릅니다!
강경 장날 가면 사고 싶은 것 많이 있네 대봉감묘목 사서 심어놓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