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최초-차별화로 세계인 입맛 잡았다”
美하버드대, K푸드 성공사례 강의
덤플링-교자 대신 ‘만두’ 명칭 고집… 현지인 식성 맞춘 재료로 시장 공략
‘햇반’ ‘비비고 만두’ 성공사례 꼽아… 이선호 실장, 직접 집필 과정 참여
지난해 3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한류 종합페스티벌 ‘케이콘(KCON) 2023 태국’에서 CJ제일제당이 준비한 비비고 부스를 방문한 한류팬들. CJ제일제당 제공
‘덤플링(dumpling) 대신 만두(Mandu)’.
2013년 처음 선보인 비비고 만두. 국내보다 해외 매출이 더 큰 비비고 만두는 해외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2020년 단일 품목으로 글로벌 연 매출 1조 원을 돌파했다. 2021년엔 미국 만두 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기존의 중국 덤플링이나 일본 교자(餃子)와 차별화하기 위해 ‘만두’라는 한국 이름을 그대로 상품명으로 사용한 게 주효했다. 아시아 향신료인 고수와 치킨으로 속을 채운 ‘현지화 전략’도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햇반과 비비고 만두 등 ‘K푸드’의 세계화 성공 사례가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강의 교재로 쓰이게 됐다. 삼성전자 반도체와 TV, 하이브의 방탄소년단(BTS) 글로벌 전략 등이 연구 사례로 다뤄진 적은 있었으나 한국의 식품 기업이 대상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 최초·최고·차별화로 설명한 상품 전략
14일 CJ제일제당은 10일(현지 시간)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자사 글로벌 식품 사업의 확장 노력과 성과가 사례 연구로 강의에 사용됐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집은 세계 최고 경영 전문지인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도 게재될 예정이다.
글의 제목은 ‘CJ제일제당 글로벌 식품 리더십을 향한 여정(CJ Foods: The Path to Global Food Leadership)’이다. 연구진은 △가공밥(햇반 등) △만두 △치킨 △K소스(고추장 등) △김치 △김 △롤 등 7가지 글로벌 전략제품(GSP·Global Strategic Products)을 앞세운 ‘최초·최고·차별화’ 경영 전략을 다뤘다.
‘햇반’은 최초·최고 전략의 대표 사례로 소개됐다. 연구진은 “햇반이 1996년 국내 즉석밥 시장이 아직 자리 잡지 못했을 때 나와 국내 시장을 선점했으며 이후에도 잡곡과 솥반, 컵반 등 제품군을 꾸준히 늘려 최고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고 설명한다. 햇반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세상에 하나뿐인 제품을 만들겠다’는 뜻의 경영철학 ‘온리원(OnlyOne) 정신’과도 맞물린다.
차별화 전략의 대표 사례로는 비비고 만두가 꼽혔다. 연구진은 해외 소비자 선호를 고려해 맞춤 전략을 꾀한 점을 높이 샀다. CJ제일제당은 케첩이나 칠리소스처럼 ‘찍어 먹는’ 외국 식문화에 맞춰 디핑 소스 형태의 고추장 핫소스 등 K소스를 재해석해 내놓기도 했다.
● 글로벌 진출 위한 적극적 인수합병도
해외 기업 인수 등 국가별 시장 확대 전략도 주목받았다.
2019년 미국 냉동식품 기업 슈완스 인수가 대표적이다. 우선 슈완스 자체 매출액을 그해 23억 달러(약 3조 원)에서 2022년 30억 달러까지 키웠다. 여기에 코스트코를 중심으로 3000여 개에 불과하던 비비고의 미국 내 유통채널을 슈완스와 통합하며 월마트와 크로거 등을 포함해 미 전역 3만 개 이상으로 확대할 수 있었다. 베트남에서 킴앤킴 등 현지 식품업체 인수를 통해 김치 및 냉동 간편 조리 분야 1위로 올라선 것도 유사한 전략이다. 유럽에서는 현지 레스토랑 체인과 협업해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은 한류 종합페스티벌인 ‘케이콘(KCON)’ 참여,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더 CJ컵’ 주관, 미국프로농구(NBA) LA레이커스 팀과의 협업 등 CJ제일제당의 문화·스포츠 마케팅에도 주목했다.
이번 사례집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포리스트 라인하트 교수와 소퍼스 라이너트 교수 등이 공동 집필했다. 이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34)이 그룹 대표로 집필 과정에 참여해 사업 현황과 성장 전략을 직접 소개했다.
이 실장은 “세계 각국의 기업 최고경영자(CEO) 및 관리자 180여 명이 참석한 경영자 교육 프로그램에서 사례집을 처음 공개했다”며 “K푸드를 즐기는 것이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도록 세계화를 더욱 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진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