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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크교 분리주의에 강경 대응하는 인도, 캐나다 내 시크교도 피살 사건으로 캐나다와 관계 악화
◦ 캐나다에서 발생한 시크교도 피살 사건, 인도와 캐나다의 관계 악화로 이어져
- 2023년 6월 캐나다 내 시크교도 피살 사건으로 인도와 캐나다의 외교 관계가 악화되고 있다. 9월 18일 쥐스탱 트뤼도(Justin Trudeau) 캐나다 총리가 6월에 발생한 인도계 캐나다인이자 시크교 분리주의 운동 지지자인 하르딥 싱 니자르(Hardeep Singh Nijjar) 피살 사건에 인도 정부 요원이 연루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언하였다. 인도 외무부는 캐나다 총리의 주장이 터무니없다고 일축하면서 캐나다가 테러범과 극단주의자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고 있다고 비난하였다.
- 캐나다 총리의 발언은 인도와 캐나다의 외교 마찰로 이어졌다. 9월 18일 캐나다는 먼저 살해 의혹과 연관되었다면서 인도 고위 외교관을 추방했고, 하루 뒤인 19일 인도도 캐나다 고위 외교관을 추방해 맞섰다. 9월 26일 UN 총회(UN General Aseembly)에서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Subrahmanyam Jaishankar) 인도 외무부 장관은 캐나다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테러와 극단주의 대응이 정치적 편의에 따라 이뤄져서는 안 된다며 우회적으로 캐나다를 비판하기도 했다. 캐나다의 로버트 레이(Robert Rae) UN 대사도 정치적 편의를 위해 국가 간 관계의 규칙을 왜곡할 수 없다며 우회적으로 발언하였다.
◦ 시크교 분리주의에 강경 대응하는 인도 중앙정부… 해외의 시크교도 일부는 시크교 분리주의 운동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 인도 중앙정부는 시크교 분리주의 세력에 대해 강경 대응을 해왔다. 1984년 인도 중앙정부는 칼리스탄 운동을 물리치기 위해 블루스타 작전(Operation Blue Star)을 펼쳤고 그로 인해 인도 내 시크교도들 중 수천 명이 학살되었으며 많은 시크교도들이 학살을 피해 캐나다, 영국, 호주 등으로 피난했다. 이후 칼리스탄 운동 지지자들은 에어인디아 폭파 사건을 비롯한 보복 테러를 감행했고,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에 따르면 인도 중앙정부는 테러에 대응하기 위해 시크교도를 대상으로 자의적 구금, 고문, 초법적 살인 등을 벌였다. 인도 중앙정부의 탄압으로 칼리스탄 운동은 1990년 중반에 쇠락한 것으로 보였으나, 2000년대에 들어서 다시 시크교 분리주의 운동이 대두되었다. 2023년 4월 인도 중앙정부가 시크교 분리주의 운동을 내세우며 시크교도들의 지지를 받은 암리트팔 싱(Amritpal Singh)을 체포하였다.
- 캐나다로 이주한 일부 시크교도들은 칼리스탄(Khalistan) 운동을 지지하는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6월 총격으로 피살된 하르딥 싱 니자르 역시 칼리스탄 운동 지지자로 1985년 에어인디아(Air India) 비행기 폭파 사건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하르딥 싱 니자르를 비롯한 캐나다 내 시크교 분리주의 지지자들은 캐나다 내에서 칼리스탄 독립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고 인도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의 활동을 해오고 있다.
☐ 시크교도 피살 사건과 관련된 진실공방은 진행 중... 미국은 공정한 조사 언급하며 인도와 캐나다 사이에서 중재 나서
◦ 캐나다 내 무슬림과 시크교도들, 인도 정부가 시크교도 피살 사건에 관여했다고 주장… 인도 정보기관이 관여했을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 제기돼
- 캐나다에 거주하는 시크교 단체와 무슬림 단체 일각에서는 인도 정부 요원들이 피살 사건에 관여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캐나다무슬림전국협의회(National Council of Canadian Muslims)의 스테판 브라운(Stephen Brown) 대표는 인도 정부 요원들이 캐나다에서 인도인 디아스포라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캐나다의 인권단체 ‘캐나다를 위한 정의(Justice for All Canada)‘의 타하 가이유르(Taha Ghayyur) 대표도 시크교도와 무슬림인 인도계 캐나다인들이 보복 가능성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내에서도 시크교 시위대를 대상으로 한 피살 사건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되었다. 2023년 9월 26일 영국 매체 가디언(The Guardian)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연방수사국(FBI)은 하르딥 싱 니자르 피살 사건 이후 저명한 미국인 시크교도 중 최소 3명에게 생명의 위험을 받고 있다고 경고하였다.
- 캐나다에서 발생한 피살 사건으로 인해 인도의 정보기관인 인도정보국(RAW, Research and Analysis Wing)의 과거 활동도 주목을 받았다. 인도정보국은 1968년 당시 인디라 간디(Indira Gandhi) 정부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주로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중국 내 인도 접경지역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oyal United Services Institute)의 월터 래드위그(Walter Ladwig) 연구원은 스리랑카 내전에서 인도정보국의 활동을 살펴볼 경우 주로 인도정보국은 암살이 아닌 자금 지원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밝히며, 인도정보국이 피살 사건에 개입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하였다. 하지만 영국의 킹스칼리지(King's College London) 남아시아 안보 전문가 폴 맥거(Paul McGarr)는 미국, 영국 등이 중국 견제의 일환에서 인도와의 관계가 긴밀해지면서, 인도정보국이 보다 위험한 결정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하였다.
◦ 인도와 캐나다, 시크교도 피살 사건에 대한 진실 공방으로 진퇴양난… 미국은 공정하고 완전한 조사를 위한 양국 협조 요청
- 한편, 인도 정부요원 관여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인도의 외교적 입지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미국 외교싱크탱크 미국외교협의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의 만자리 채터지 밀러(Manjari Chatterjee Miller) 연구원은 캐나다 정부가 인도 정부 요원이 하르딥 싱 니자르 피살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근거가 확실히 제시될 경우 인도의 협력국들이 인도와 거리를 둘 것이라 예상하였다. 또한 만자리 채터지 밀러는 인도 요원이 개입한 것이 사실일 경우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G20, 파이브아이즈(Five Eyes) 회원국인 캐나다와 10년 동안 협력을 강화해온 인도 사이에서 편을 들지 않기란 어렵게 될 것이라 밝혔다. 게다가 만자리 채터지 밀러는 인도 중앙정부가 내정불간섭과 주권 존중을 계속 옹호해왔다는 점도 인도의 외교적 입지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 주장하였다.
- 반면, 캐나다 입장에서도 인도 정부요원의 개입과 관련된 주장이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캐나다 여당 자유당(Liberal Party)은 여소야대 상황에서 시크교도들의 지지를 받는 신민주당의 도움을 받아 정권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쥐스탱 트뤼도 총리의 주장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질 경우 캐나다 내에서 시크교도를 비롯한 디아스포라 공동체가 캐나다 외교정책에 과도한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캐나다 정부가 인도 정부요원이 살인 사건에 관여했다는 근거를 공개할 경우 미국을 비롯한 파이브아이즈 회원국과의 관계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 미국은 2023년 6월 하르딥 싱 니자르 피살 사건에 대한 완전하고 공정한 조사를 주장하고 있다. 2023년 9월 27일 매튜 밀러(Matthew Miller)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인도 중앙요원의 피살 사건 개입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캐나다와 함께 논의하여 피살 사건에 대한 완전하고 공정한 조사를 하기로 약속하였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의 매튜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인도는 여전히 미국의 중요 파트너라고 발언하며 인도 정부에 조사에 적극 협력할 것을 촉구했다고 발언했다. 2023년 9월 27일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무부 장관도 미국외교협의회 행사에서 인도 중앙정부가 해당 혐의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나 관련 내용을 전달해주면 검토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감수 : 권기철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NDTV, US Again Calls For Full And Fair Probe Into Canada's Allegations Against India, 2023.09.27.
Politico, If Canada is to be believed, India has gone rogue, 2203.09.27.
ABC News, India, at UN, is mum about dispute with Canada over Sikh separatist leader's killing, 2023.09.26.
Al Jazeera, Muslim Canadians express anger, concern after killing of Sikh leader, 2023.09.26.
France 24, Sikh leader's murder in Canada shines spotlight on shadowy Indian spy agency, 2023.09.26.
Japan Times, The politics behind Canada and India’s diplomatic tiff, 2023.09.26.
The Guardian, FBI warned prominent US Sikhs of threats after murder of Hardeep Singh Nijjar in Canada, 2023.09.26.
Al Jazeera, Unpacking India-Canada tensions amid Trudeau’s bombshell allegations, 2203.09.25.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Canada-India Tensions Over Killing of Sikh Separatist: What to Know, 2023.09.25.
Reuters, Trudeau says Canada wants answers from India over slain Sikh leader, 2023.09.20.
CNN, India expels Canadian diplomat in tit-for-tat move as spat over assassinated Sikh activist deepens, 2023.09.19.
[관련 정보]
1. 인도와 캐나다, 캐나다 시크교 지도자 살해 사건으로 인해 외교관계 경색 (2023. 9. 20)
2. 인도와 캐나다, G20 정상회의에서도 갈등 여전해 (2023. 9. 12)
3. 인도,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테러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 (2023. 7. 10)
4. 인도 정부, 칼리스탄 지지 집회 앞서 캐나다 대사 초치 (2023.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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