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사 84%가 남성… 5명중 3명 만취
2017~2021년 발견된 128건 분석
男, 女의 5배… 3명중 1명은 50대
이혼 등 가족관계 붕괴때 많이 발생
“술 포함한 약물 통합관리 필요”
이달 2일 충북 제천시의 한 단독주택에서 5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가족 없이 혼자 살았는데 장애 등급은 없지만 거동이 불편해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갖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3년 전부터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생계를 유지해 왔다. 인근에 살던 친척이 연탄난로 아궁이 앞에서 쓰러진 그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한국에서 고독사로 사망한 이들 중 50대 남성이 가장 많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성별로는 남성이 여성의 5배에 달했고, 5명 중 3명은 만취 상태로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 고독사 3명 중 1명은 50대 남성
나주영 부산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15일 보건사회연구원 학술지 ‘보건사회연구’ 최신호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법의부검 자료를 통한 대한민국 고독사에 관한 고찰’ 논문을 게재했다. 나 교수는 2017∼2021년 부검된 시신 664구 중 목격자 없이 사망하고, 사망한 뒤 3일 이상 지난 후 발견된 고독사 사례 128건을 분석했다.
고독사한 128명 중 남성은 108명(84.4%), 여성은 20명(15.6%)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5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50대가 51명(39.8%)으로 가장 많았고 60대 30명(23.4%), 40대 28명(21.9%) 등이 뒤를 이었다.
고독사 사망자 3명 중 1명은 ‘50대 남성’이었다. 나 교수는 “50대 남성이 건강관리나 가사노동에 익숙하지 못하고 실직 및 이혼 등으로 삶의 만족도가 급격히 하락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고독사는 이혼 등으로 가족 관계가 붕괴된 경우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대상 128명 중 결혼한 배우자가 있는 경우는 3명(2.3%)에 불과했다. 미혼은 44명(34.4%), 이혼이나 별거는 61명(47.7%)이었다.
● 5명 중 3명은 만취 사망
분석 대상 128명 중 분석이 불가능한 1명을 제외한 127명의 신체에선 알코올이 검출됐다. 이 중 면허정지 수준(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의 만취 상태였던 이는 80명으로 62.5%에 달했다. 사망자 중 혈중알코올농도가 가장 높았던 사례는 0.428%였다. 이는 호흡과 심장 박동을 제어하는 뇌 연수 부위가 마비돼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사망할 수 있는 수준이다. 사망자가 주변인과 단절된 사유도 술 관련 문제 때문인 경우가 43건으로 가장 많았다. 사망자 중에는 만성 알코올중독으로 인한 사망 2명, 간경변증 2명, 간경변증에 의한 식도정맥류 파열 4명 등 술 관련 질병으로 사망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나 교수는 고독사 문제 해결을 위해선 술을 포함한 약물에 대해 통합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나 교수는 “알코올중독 때문에 주변과의 관계가 끊어졌던 사망자 중 상당수는 알코올중독 치료 전문 병원에 입원했던 병력이 있었다”며 “이는 병원에서 퇴원한 후 사후 관리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 준다. 고독사와 알코올 장애에 대한 사회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유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