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오랜 기간 사형수로 복역한 일본 남성 하카마다 이와오(88)가 마침내 자신을 옭아맨 증거가 날조된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1968년 간장회사 사장 부부와 두 10대 자녀를 살해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사형수로 복역하기 시작해 2014년 석방될 때까지 46년이나 영어의 몸으로 있었다.
그는 경찰 수사관들이 증거를 몰래 심어 유죄 판결을 받아냈다는 의심 끝에 지난해에야 재심을 승인받았다. 그의 사건은 일본에서 가장 오랜 기간 법정 투쟁을 벌여 가장 유명한 사건으로 기록된다.
26일 시즈오카현 법원 앞에 500명가량의 방청객들이 줄을 설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무죄 판결이 내려지자 하카마다를 응원하는 이들은 법원 밖에서 "만세"를 불렀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그는 지적, 정신적 능력이 쇠퇴해 재심 과정의 모든 심리에 출석하지 않았는데 이날도 궐석 상태에서 선고가 내려졌다.
프로 복서였던 하카마다는 도쿄 서쪽 시즈오카현에 있는 간장회사 사장 부부와 두 자녀 시신이 집안에서 불에 탄 채 발견됐던 1956년 공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네 사람 모두 흉기에 찔려 목숨을 잃었다. 당국은 하카마다가 사장 부부의 집에 불을 놓은 뒤 현금 20만 엔을 훔쳤다며 기소했다. 하카마다는 처음에 강도와 살인 혐의 모두 부인했지만 나중에 혐의 사실을 인정했는데 하루 12시간씩 심문하고 매를 때려 어쩔 수 없이 거짓 자백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어쨌든 1968년 그는 살인과 방화 혐의로 유죄가 인정됐고 사형이 선고됐다.
시신들이 발견된 뒤 간장 탱크 안에서 피묻은 의류 몇 점이 발견됐다고 증거로 제출됐는데 이 옷들이 하카마다에게 유죄를 선고하게 만든 결정적 증거가 됐다는 사실이 10여년의 법정 투쟁 끝에 밝혀졌다. 하지만 하카마다의 변호인들은 이들 옷에서 검출된 유전자(DNA)가 그의 것과 일치하지 않으며 누군가 다른 사람의 옷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변호인들은 나아가 경찰이 증거를 날조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2014년 무라야마 히로아키 판사는 "그 옷들이 피고인의 것이 아니다"라고 인정하며 재심을 받아들였다. 무라야마 판사는 당시 "더 이상 피고를 구금하는 일은 정당하지 못하다. 그가 무고할 가능성이 상당한 정도로 명확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곧바로 교도소에서 풀려났으며 재심을 승인받았다. 하지만 검찰 측의 지연 전술로 재심은 재개되지 않았고 지난해에야 재심이 시작돼 이날 아침에야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하기에 이르렀다. 판사는 하카마다의 무죄와 함께 검찰의 주요 증거가 날조됐다는 결론도 명확히 내렸다.
반 세기 가까이 구금돼 대부분을 독방에서, 늘 사형이 집행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지내느라 하카마다의 정신은 만신창이가 됐다고 변호인들과 가족은 전했다. 그의 석방을 위해 오랜 기간 헌신해 온 누나 히데코(91)는 지난해 재심이 시작되자 "어깨에 있던 무거운 짐들을 내려놓은 기분"이라고 안도했다.
사형수가 재심을 승인받는 일은 드물다. 하카마다의 사례는 일본 전후 역사에서 다섯 번째에 불과하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은 선진 7개국(G7) 가운데 사형 제도를 존속하고 있다. 일본의 사형수들은 특히 교수형에 처해지기 몇 시간 전까지 전혀 통보를 하지 않고 집행하는 일이 많아 더욱 힘들어 하며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