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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에 제 딸내미를 혼인시켰습니다.. 세상의 모든 에미들이 그렇듯이 저 역시 제 형편에 맞는 한도내에서 가장 훌륭한 결혼식을 치르게 하고 싶었어요..
그냥~본론만 말씀드릴게요.. 사부인께서 한복 잘하는 집 아느냐고 물어오시길래 "제 아들넘 혼인시킬 때 맞췄던 집이 있는데 다들 예쁘다고 하더군요."
이렇게 되어 압구정동에 있는 내로라하는 한복집에서 치마는 나란히 곤색에 상의만 파랑과 분홍으로 맞추었지요.. 그 한복집은 유난스레 가봉까지 하더라구요..
암튼 사부인과 전 한복을 찾으며 무척 만족했어요.. 사부인께서는 제게 좋은 한복집을 소개해 주어서 너무 고맙다며 절 집에까지 손수 운전을 하셔서 태워다 주시기 까지 하셨지요..
그런데요..그런데말이죠.. 결혼식 당일날 한복을 입는데 뭔가 이상하더라구요.. 치마통이 이리 넓었나?..그래도 기장이 짧으니 걷기는 불편하지 않네.. 한복으로 갈아 입고 탈의실에서 나오는 순간.. 제 조카가 "작은 엄마~가만..좀 돌아서보세요. 왜 속치마가 보이지? 속치마를 너무 길게 했네.." 조카는 부랴부랴 헬퍼에게 옷핀 2개를 구해서 제 속치마 어깨를 잡아 올려 붙들어 맸습니다..
드뎌 신랑신부 어머님의 촛불점화식.. 나란히 서있는데 신랑 어머님이 제게 속삭이시는거예요.. "아니 한복이 왜 이리 길죠? 밟혀서 걸음을 걸을 수가 없네요.. 어머님은 괜찮으세요?" "네..전 괜찮은 것 같은데요.."
전 밟히질 않으니 사뿐사뿐.. 사부인께서는 한복이 질질 끌려서 한복 양쪽을 붙드시느라 제 손도 제대로 잡지 못했죠..
암튼 식이 무사히 끝나고 ..식당에서 하객들께 인사를 하고 있는데 제 형님께서 "아니 한복 잘하는 곳에서 맞췄다더니 혼주 한복이 왜 그렇게 짧아?" 그제서야 이구동성으로 제 한복 기장이 너무 짧다는거예요.. 앉아 있는데 한 뼘이나 들려있더라네요..
바로 그때 사부인께서 양손으로 한복을 잡으신 채 진땀을 흘리며 걷는 모습을 보시더니 제 형님이 "혹시 한복이 바뀐거 아냐?" 그때서야 제 형광등 머리에 불이 들어오더군요..
으악~그래요..한복이 바뀌었더라구요.. 한복을 찾던 날..
전 정말 죽고싶을만큼 사부인께 미안하고 한복집에 화가 났어요.. 당장 소리소리 지르고 싶었지만, 저요.. 원래가 겉만 교양으로 뭉친 여자잖아요..
담날..아침부터 따지기는 좀 그래서 12시가 다 되어 한복집 원장한테 전화를 해서 자초지종을 설명을 했죠.. 원장은 일단은 자기 직원이 죽을 죄를 지었지만 한복을 입으면서 찾던 날과 다르다는 걸 느끼지 못했느냐고 묻더군요. 그리고 바뀐걸 알았으면 탈의실에서 바꿔입지 그랬느냐고..
아니~이 아줌마가..말이라면 다하는 줄 아나?(요건 속으로만..ㅎ) 한복은 일년에 한번 입을까 말까 하는데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 신랑 신부 엄마 입장하다 말고 탈의실로 가서 한복 갈아입고 와야하니 하객 여러분들은 좀 기다려 달라고?
그리고 난 괜찮지만 사부인께서는 긴 한복을 양손으로 붙잡고 다니시느라 하객들과 악수도 못하셨답니다.. 어쩌구 저쩌구..
곁에서 듣고있던 제 남편이 "호사다마"라는 말이 있는데 한복이 바뀐 정도로 액땜을 했으면 되었으니 이제 그만 해라.. 움찔..
원장 말씀이 한복 장사 수십년을 했어도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사죄의 의미로 아기 돌복은 최선을 다해 만들어 선물을 하겠다며 아길 낳으면 꼭 연락을 달라네요..
세상에 결혼식날 한복을 바꿔입은 사돈들이 또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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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린님... 따님 결혼식을 진심으로 드립니다....
서로 존중하고 더 많은 사랑 나누는 부부 되시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부부 되세요..
린님 애많이 쓰셨습니다..... 행복하세요.....^^*
저도 언니 손주 보신 거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이제 당분간은 좀 덜 바쁠것 같네요..
손주 이름은 뭐라 지으셨는지요? ㅎㅎ
ㅎㅎ 시은 이래요~~한복사건 우째 이런일이!!~~다시 또 보네요..
아고 이런일이....
얼마나 화가 날까요....그것도 돌복을 준다고요?...
그 유명 한복집도 대단한 사람들인것같아요....
언제 돌복을 (빠른 시일에 그러길 바랍니다만...)
돌려데긴...혼좀 나야겠네요...
그나 저나 어찌 연락도 못했을까 하고
나를 되돌아 봅니다.......
한복집 주인이 무슨 죄? 키높이를 맞추지못한 안사돈들이 잘못이지...
수고 많았어요 린....푹 쉬어요
속은 상하시겠지만 잊지못할 결혼식이겠습니다....
따님의 결혼식을 축하드립니다.
짧은 치마 상상이 됩니다 축하드립니다 축하 농담 한마디 하렵니다
길고 짧고 환상 궁합 이여요 ㅎㅎ 한가정이 세계로 무한한 행복 자라시기를
진심으로 소원 합니다 짝.짝. 짝......
늦게나마 따님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 합니다...
영원히 잊지못할 기억에 남을 추억 하나 만드셨네요...
답글 주신 울님들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