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탑 배치 대구의 대표 랜드마크 상층부 돌출·회전 시공에 어려움 92년 순수 국내기술로 완공 큰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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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랜드마크인 우방타워는 지상 높이로는 우리나라 최고이며 순수 우리 기술로 건설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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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에 비쳐진 전망탑 하부 구조체는 남성적인 팔각의 콘크리트 탑신부와 함께 섬세하게 조각된 크리스털처럼 매력적이다. |
| | 미국의 9·11테러와 같은 폭탄테러가 또 다시 영국에서 일어났다. 충격과 슬픔 이상의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테러의 대상은 주로 상징성을 갖는 공간이며, 대상의 대부분은 주요 건축물이거나 특별한 장소이다. 세계무역센터는 미국의 힘을 표상하는 건축적 상징이었고 장소 역시 뉴욕의 맨해튼이었다. 그 상처의 흔적 위에 새로 지을 건물을 위한 국제현상설계가 1년여 전에 있었을 때 우리나라의 현대산업개발 사옥을 설계한 다니엘 리베스킨트의 안이 당선되었으나, 최근에 확정된 안은 결국 고층으로서 상징성을 갖는 건물 형태로 변경되었다. 역사적으로 건축은 높이와의 전쟁이었다. 하늘에 보다 가깝게 다가가는 것은 신과 동일한 정도의 권위와 힘을 상징하는 것에 다름 아니라고 생각하던 시대도 있었다. 그래서 오벨리스크(태양신의 상징물로 하나의 뾰족한 사각형 탑이다)와 고딕의 건축이 나올 수 있었다. 세계적으로 높이에 대한 특징이 잘 적용된 건축물은 대부분 큰 도시에 건설된 전망타워일 것이다. 전망타워는 단지 높이로서 가지는 상징만이 아니라 통신과 관련한 기능을 수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큰 특징은 사람이 일상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내려다보기의 색다른 체험에서 느끼는 시계의 확대이며, 그것을 통한 속시원한 개방감 때문일 것이다. 특히 요즘 같이 여름에 보는 도시의 야경은 현실세계를 떠나 우주에 온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면서 그 장소적 특성은 때때로 아름다운 추억과 낭만을 만든다.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처럼.
#회전전망대를 가진 한국 최고 높이의 랜드마크
대구의 우방타워는 건설과정상에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1992년 1월에 순수 국내기술로 완공된 뜻깊은 구조물이다. 원래 대구타워란 이름으로 지하 1층, 지상 6층, 그리고 전망 4개 층으로 구성된 전망 전용 타워로, 저층부는 도로의 축을 따라 평행하게 하고 그 정점에 전망탑을 배치하여 도시의 랜드마크 역할(시각적 상징물)을 극대화하고 있다. 형태적으로 전통적인 정자 건축에서 볼 수 있는 팔각형을 평면에 응용하고 있으며 수직적으로는 기단부, 탑신부, 전망부의 비례감을 적용하여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다. 202m (탑신 153m, 첨탑 49m)의 높이는 순수 건물 높이로는 우리나라 타워 중 최고이다.
그리 흔치 않은 회전 전망대는 원래 50분에 한 번 회전하도록 설계되었으나 당시 소유주인 이순목 회장이 너무 빨리 돈다고 하여 1시간20분으로 조정하였던 적도 있다. 그러나 현재는 2시간 단위로 회전하고 있다. 건축에 있어서 높이에 대한 도전은 어떤 면으로는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어려움이 수반되기에 높은 것을 자랑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건물이 높아지면 질수록 건물 무게를 해결하는 일보다는 강한 바람 때문에 쓰러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려운 문제가 된다. 또한 우방타워처럼 상층부에서 구조물이 돌출될 뿐만 아니라 회전하는 경우는 구조와 시공 시에도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고층 건축에 관련하여 한때는 고층건물과 그 시공 인부들의 모습이 예술가들의 새로운 작품 소재가 되기도 하였다. 건축을 전공했으면서 후에 화가가 된 페르낭 레제의 작품 'THE CITY'나 'THE STAIRWAY'에는 그 시대의 도시 이미지가 고층 건축과 연관되어 있고, 또 사진작가 찰스 에버트의 'New York construction workers lunching on a crossbeam of the Rockfeller Center'란 긴 제목의 사진에는 보다 더 직접적으로 고층에서 일하는 인부들의 모습이 배경의 낮은 건물과 함께 어울려 묘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실제로 우방타워 공사 때 있었던 에피소드 가운데 하나인데, 작업하는 인부들이 소변을 모아 공중에서 버리면 그 소변이 바람에 날려 어디론가 사라져 버려 땅에까지 도달하지 않았으며 실내 마감을 위한 자재도 바람이 불면 날아가기 일쑤였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특히 외부의 금속마감은 현장에서 개발한 상세방법을 통해 해결해야만 했다. 전망부 4개 층은 원래 지금과 달리 상·하부에 구조물 없이 설계되었으나 불안한 나머지 결국 지금처럼 아래·위를 잡아매고 받치는 형태가 되었다.
#건축의 가능성에 대한 끝없는 도전; 더 높게, 더 높게
높이 경쟁의 일화로는 미국의 크라이슬러 빌딩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관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의 잘나가는 기업 크라이슬러 자동차회사는 1930년 맨해튼에 세계 최고 높이인 77층 사옥을 준공하여 자축했다. 그러나 그 이듬해인 31년 불과 몇 블록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높이 102층의 엠파이어 스테이트에게 왕관을 뺏겨 버렸다.
꼭 그 이유는 아니겠으나 크라이슬러의 설계자는 설계비를 제대로 받지 못했고 엠파이어 스테이트는 준공 후 세가 다 나가지 않아 한동안 건물을 비워둔 채 사용하여 당시의 뉴욕시민들이 'EMPTY BUILDING(빈집)'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한다. 우리나라도 서울 여의도 63빌딩을 건설할 때 그 높이는 당시 일본에서 최고 높은 선샤인시티 빌딩이 60층이어서 그보다 높게 하기 위해서란 말이 있다.
그러한 예는 무수히 많은데, 말레이시아의 쌍둥이빌딩 페트로나스타워는 공사시 각각의 동을 한국의 삼성과 일본의 시미즈에 나누어 주고 먼저 완공한 팀에게 연결브리지 건설공사를 주었는데, 그 공사가 삼성에게 돌아왔다는 일화가 있다. 98년에 완공했으니 중국의 진 마오 타워와 같은 해이면서 층수도 같은 88층이었으나 높이가 더 높아 한때 아시아 최고였다.
그러나 작년에 대만의 타이베이101에 그 영광을 빼앗겼다. 지금도 세계 각국은 물론 기업마저도 높이 경쟁에 도전하고 있다. 한때 삼성전자가 100층 이상의 사옥을 건설하려 했으며 부산 영도에 롯데월드가 107층 건물을 건설할 예정에 있다. 그러나 2008년에 두바이에 162층 건물이 들어서면 아마도 한동안은 그것이 최고가 될 것 같다. 높다는 것이 높은 자리처럼 좋은 것인가? 사람마다 높이에 대한 기준이 다르듯 건물도 기준에 따라 다를 것이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멀리 갈 것 없이 새해 해맞이 장소는 우방타워가 최고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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