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첼로를 가리켜 인간의 목소리와 가장 가까운 악기라는 표현을 자주 한다. 성인 남성의 목소리와 음역대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사실 첼로가 우리에게 친숙한 악기가 되기까지는 꽤 많은 시행착오와 시간이 필요했다.
독일의 위대한 음악가 루트비히 판 베토벤(1770~1827)은 첼로를 피아노와 함께 연주하는 소나타(기악곡)를 생각해낸 최초의 작곡가였다. 그가 작곡을 했던 18세기 말 첼로는 다른 악기의 연주를 돕는 보조 악기라는 인식이 많았던 때였다. 그럼에도 베토벤은 첼로의 매력을 잘 알고 있었다.
첼로를 피아노와 함께 연주하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숙제가 있었다. 차이가 많이 나는 두 악기의 음량을 어떻게 적절히 조절하느냐의 문제였다. 당시 피아노 음량은 그리 크지 않았고, 첼로의 음량은 중간 음역대 소리가 피아노보다 훨씬 컸다. 또 첼로의 가장 큰 매력은 느린 속도로 노래하듯 연주하는 것인데, 느린 악장을 작곡하면 첼로 선율에 묻혀 피아노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궁리 끝에 베토벤은 1악장 앞에 느리고 긴 서주(악곡 앞에 느린 템포의 짧은 음악을 붙인 것)를 만들고 중간 악장을 생략하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이 방법은 매우 효과적이었다.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는 모두 다섯 곡인데, 그중 초기 소나타 두 곡은 서너 개 악장으로 구성된 기존 소나타와 달리 규모가 큰 두 개의 악장으로만 되어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행히 악기 간 음량 균형 문제가 해결됐고, 베토벤은 느린 멜로디를 아름답게 연주하는 첼로 악장을 마음껏 쓸 수 있었다. 그중 제일 인기가 높은 곡은 첼로 소나타 3번으로, 유명한 교향곡 '운명' '전원' 등과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걸작이다.
두 곡의 첼로 소나타를 남긴 독일 작곡가 요하네스 브람스(1833~1897)는 그가 제일 존경했던 베토벤과 정반대의 고민을 했다. 그는 첼로의 아름다운 낮은 음이 돋보이는 작품을 쓰고 싶었는데, 첼로 소리보다 훨씬 큰 소리를 내는 피아노 때문에 첼로 소리가 안 들릴까봐 걱정했다.
첼로 소나타 1번 작품 38에서 브람스는 첼로로 저음을, 피아노로 고음을 내게 해 각 악기 소리가 분명하게 들리도록 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약 20년 후 첼로 소나타 2번 작품 99에는 오래전 이러한 실험을 거친 브람스의 자신감이 나타나고 있다. 피아노가 자유롭게 소리를 내고 첼로도 풍성한 느낌으로 마음껏 연주했다.
국민 음악파로 불리는 노르웨이 작곡가 에드바르 그리그(1843~1907)는 첼로 소나타를 단 한 곡 썼는데, 첼로의 서정적인 멜로디와 피아노의 극적인 움직임이 잘 어우러지는 특별한 곡이다. 그리그는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공부한 후 다시 조국으로 돌아와 활동을 했다. 그가 살던 19세기 중반 북유럽 음악가들은 독일에 가면 그곳에서 활동하는 음악가로 남는 것이 보통이었는데, 그리그는 조국 노르웨이의 문화와 음악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겨 귀국했다. 그 결과 전 국민의 사랑을 받으며 편안한 창작 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리그의 첼로 소나타 작품 36은 자신의 형이었던 욘 그리그를 위해 쓴 곡이라고 알려져 있다. 모두 세 악장으로 이루어진 이 소나타는 조국인 노르웨이의 전통 민요 가락과 리듬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독특한 분위기를 내고 있다. 말 그대로 첼로가 연주하는 아름다운 노르웨이 민요라고 할 수 있다.
피아노 음악의 대가였던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1873~1943)도 첼로 소나타를 한 곡 남겼다. 피아니스트가 만든 작품답게 피아노 연주 부분이 화려하고 어려운 걸로 유명한데, 작품 전체에 작곡가의 확신과 기쁨이 가득 들어있다. 이 곡을 썼던 1901년은 라흐마니노프가 오랜 우울증에서 벗어나 피아노 협주곡 2번 작품 18을 발표해 대성공을 거둔 직후였다. 의기양양했던 작곡가의 의욕이 바로 다음 작품인 첼로 소나타의 피아노 악보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규모가 큰 네 악장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러시아 특유의 우수 어린 느낌과 화려함이 잘 어우러져 있다. 복잡하게 움직이는 피아노 반주를 타고 첼로가 연주하는 라흐마니노프 특유의 아름다운 선율이 매력적이다. 악기 비중으로만 보면 피아노 부분이 더 많이 나서는 것처럼 들리지만 긴 호흡으로 피아노 반주 위를 오가는 첼로의 존재감도 아주 멋지다. 첼로가 연주하는 작품은 소나타 외에도 정말 많다. 유명한 클래식 음악 가운데 많은 곡이 첼로 연주곡으로 편곡돼 있다.(김주영·피아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