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반, 알람소리와 함께 눈을 떴다. 아침잠이 많은 나로서는 일찍 일어나는 것이 여간 곤혹스러운게 아니다만,
오늘은 멀리 용평으로 가야하기에 어쩔 수 없다.
바이크 전용 가방이 없어서 여행용 가방을 텐덤석에 자전거줄로 묶었는데, 폼도 나지않고 불안해 보이기도 하다.
우쒸~ 지난번 할인할때 사는긴데....
(사실 투어내내 혹시 떨어지면 어떡하나 불안하였다. 여행용가방+자전거줄.... 이건 아니다. 강력비추! ㅠㅠ)
▼ 전자관에서 고문님을 기다리는데, 아무도 없는 새벽의 이 한적함이 너무 좋다. 날씨는 쌀쌀하고 하늘엔 샛별이 반짝이고.....
6시, 두둥거리는 할리소리가 들리면서 고문님이 오셨다.
어 일찍 나왔네!
아입니더. 금방 왔습니다.
그라마 출발할까?
네 가입시다.
긴장과 설렘, 불안과 기대, 그리고 즐거움으로 흥분되어 있는 상태였다.
▼ 6시 반, 천평에 있는 안동식당에서 청국장으로 아침식사 중. 고문님의 비장한 눈빛을 보라! ㅋㅋ
고문님은 바이크가 두 대이다. 스트리트 글라이드는 속도도 잘 나고 편안하여 좋은데 조작이 어렵다고 하고
헤리티지는 몰기는 쉬운데 속도가 잘 안난다고 하였다.
오늘은 헤리티지를 몰고 왔는데 안전을 생각하면 당연한 선택이건만, 근데 오잉? 열선 작동이 되지 않는다.
여기서 안동까지 안개가 자욱하고 쌀쌀하여 열선 없이는 추울텐데... 아! 어떡하냐? 내 꺼 줄 수도 없구.
군위에서 안동까지 안개가 정말 짙었다. 시야가 50미터도 채 되지 않아서... "허걱! 이거 용평갈 수는 있을라나!"
살짝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안동시내에 접어들면서 안개가 잦아들었다.
▼ 8시, 안동대교 앞에서 쉬었다. 고문님 왈, "어디 가서 열선 고치고 갈까?" - 얼마나 추우셨으면.... ㅠㅠ
인근 주유소에 가서 공짜 커피 2잔을 뽑아와서 마셨더니 온기가 돌면서 조금 살만하였다. 주유소 사장한테 길을 대충 물은
다음에 지도로 한번 더 확인하고 봉화 방면으로 달렸다.
안동시내를 벗어나니 영주까지는 4차선 길이 쫘악~ 뻗어 있었다. 안개도 걷히고 길도 한적하고...
속도도 오르고 기분도 오르기 시작하였다.
5번 국도를 따라 북후면을 지나면 영주와 봉화로 갈라지는 갈림길이 나오는데, 영주 방면 말고 봉화 쪽으로
편도 1차선 길을 따라 쭉 올라가면 상운면이 나온다. 이때가 9시 조금 안되었다.
▼ 한적하고 조용한 상운면에 상운이가 왔다. ㅎㅎ
여기서 와 쉬노? 갈 수 있을때 많이 가야지. 자꾸 쉬면 되나?
ㅋㅋ, 고문님 혹시 우리나라에 양웅면 있습니까? 양웅면!
그게 무슨 소리고?
여기가 상운면 아입니까! 상운면!
그게 와?
에이, 제 이름 아닙니까? 제 이름요. 그냥 갈 수 있나요. 사진 한번 찍어야죠. ㅎㅎ
아하! 지점장 이름이 상운이가? 난 상국인 줄 알았재. 창엽이가 내한테 그카던데....
헐~~~
여기서 이내 봉화가 나오고, 봉화부터 현동까지 4차선 쭉쭉빵빵~ 날씨는 완전 화창하여 기분이 매우 상쾌하였다.
더군다나 도로는 한산하여 30분만에 현동에 있는 무진휴게소에 도착하였다.
더 달릴 수 있었지만 태백갈 때 항상 쉬었다 가는 휴게소 라기에 바이크에 내려서 주위를 보니 나도
기억이 나는 곳이었다. 예전에 태백산 등산 다닐때 몇번 쉬었던 곳이었다. 주위 풍경도 좋고 참 편안한 곳이었다.
▼ 이곳에서 고문님께서 준비하신 차를 마시면서 무려 삼십분을 쉬었다. 대화의 주제는..... 이런 기억이 안나네, 우쒸~
10시에 무진휴게소를 출발하여 경북 끝자락으로 달렸다. 봉화군 석포면을 지나니 태백이었다.
바이크로 처음 내딛는 강원도땅, 아! 태백~~
태백은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다. 내 오랜 그리움의 도시이기도 하고, 그 이름만으로도 늘 설레이는 곳이다.
예전에 기차타고 여기에 와서 태백시를 구석구석 돌아다닌 적도 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길이 멀어서 그냥 통과한다. 시내를 빠져나와서 이정표 따라 35번 임계방면으로 우회전을 하여
그렇게 약 5분 올라가니 삼수령(피재)가 나왔다. 11시 10분, 이곳 휴게소에서 커피 한잔 하면서 잠시 쉬었다.
▼ 삼수령의 의미는 여기서 물이 한강,낙동강, 동해 세갈래로 갈라진다는 뜻이다. "하늘 아래 태백"이 바로 여기이다.
이곳의 하늘은 잿빛이었다. 강원도에 일부 비소식이 있다던데, 구름이 낮게 깔려 있어 나그네의 마음을 초조하게 만들었다.
(우리가 보통 나그넨가? 바이크 타는 나그네지. ㅋ!)
괜히 마음이 조급하여 11시 반, 그곳을 출발하여 다음 목적지인 임계로 달렸다. 태백에서 임계는 50km 떨어져 있는데,
임계야말로 강원도의 오지 중의 오지라고 했다. 이런 오지를 언제 또 올 수 있을 것인가? (오지탐험 ㅋ)
예전에 교사들이 임계로 발령받으면 울면서 들어갔다고 했다. (첩첩산중에 귀양가는 심정이 아닐까?)
그러다가 3년후 빠져나올 때 또 울면서 나온다고 했다. (그만큼 임계 인심이 넉넉하였다고 한다.)
근데, 임계로 가는 길, 왜 이렇게 잠이 오는지.... 임계사거리에 들어서니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 여기서 우회전 해야지... 엉금엉금 바이크를 끌고 우회전하니 임계시장이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서 바이크를 세울 곳이 없자 고문님께서 순경한테 양해를 구하고 임계파출소 주차장에 세웠다.
어딜가도 할리의 인기는 대단하다. 그 인기 덕분에 수월하게 이런 곳에 바이크를 세울 수 있는 것이다.
시장 안에서 메밀국수로 유명한 식당에서 점심을 맛있게 먹고 시장을 둘러보았다.
▼ 임계 5일장
1시 넘어서 임계를 출발하였다. 임계에서 용평까지는 불과 50km, 십당령을 지나서 강릉시 성산면을 거쳐서 대관령을 올랐다.
아흔아홉구비 대관령은 구 영동고속도로였다. 마음껏 코너링하면서 백두대간을 넘어서 대관령휴게소에 도착하였다.
2시 20분, 여기 대관령에 도착한 것이었다.
▼ 대관령휴게소, 실상 여기가 오늘의 목적지인 셈이었다. 라이더라면 한번은 지나 가야할 곳, 이곳 대관령!
삼발이(카메라 거치대)를 세우고 고문님과 기분좋게 사진을 찍고 있는데, 지나가던 아주머니 왈 "부자지간 같네"
고문님께서 발끈하신다. "내 그래 늙어 보이나?"
바로 직전에 우리의 대화 - 지난번 송이투어 갔을때 제 집사람이 고문님이 젊어보이신다고, 60대 초반도 안돼보인다고.....
이런 식으로 아부(?)하고 있었는데 그 아줌마 초치네.... 고문님, 마 그냥 제가 어려보이는걸로 하고 넘어가입시다. ㅎㅎ
3시에 용평리조트에 도착하였다. 콘도는 깨끗하고 조용하였다. 다만 지상주차장이 오픈되어 있어 혹시 우리 바이크가
손 타지 않을까 염려되었다.
지점장 우야지? 도둑 맞으마 우야노?
고문님 전 덮개를 가져와서..... 괜찮은데요. ㅠㅠ
근데 어떻게 야박하게 혼자만 씌울 수 있겠는가? 궁리 끝에 횡계면에 있는 철물점에서 갑바를 사서 덮고 자전거줄로 고정시키니 딱이었다. 흐흐 좋구마~~~
짐 풀고 사우나를 하고, 저녁을 먹었다. 한우 등심과 소주 한잔. 그렇게 먼 여행의 피로를 풀면서 용평의 밤을 맞이하였다.
(2012. 10. 10 (수))
첫댓글 대구 블랙홀할리(cafe.daum.net/BlackHoleHarleyDaegu)로 오셔서 회원 가입하시면 바이크 관련 유익한 정보들을 접하실 수 있습니다. 놀러오세요. ^^
세월을 초월한 참 우정을 함께 하십니다~
부럽습니다~ *^^*
글 잘 읽었습니다^
헉...울 토후님 여기까지 글 남겨 주시다니...ㅎㅎㅎ
아주 정성스레 쓰신 후기 여기서도 빛을 발하시길...ㅎㅎㅎ^^
토후님 홧팅~~~~!!!!!!ㅎㅎㅎㅎ
어~많이 보던 닉네임이 보여서 들어와 봅니다.ㅎ
많은분들이 공유하면 좋은 여행기일듯합니다.^^
성님 점점 간지가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