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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바 정부, 자국민 불법 용병 참가 정황 포착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참가한 쿠바인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쿠바 국적인이 참전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브루노 로드리게스(Bruno Rodriguez) 쿠바 외교장관은 최근 공식 발표를 통해 “몇몇 쿠바인이 용병 계약을 맺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러시아군의 일원으로 참가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 로드리게스 장관은 러시아로 향한 쿠바인 용병 중 자원입대한 경우도 있으나 일부 쿠바인은 인신매매(human trafficking) 형태로 러시아 용병이 된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용병 모집을 위해 조직적으로 인신매매를 자행하는 조직의 존재도 파악했다고 덧붙였다.
- 로드리게스 장관은 인신매매 범죄는 심지어 쿠바 내에서 발생하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이어서 쿠바 정부는 이번 사건을 매우 중대하게 여기고 있으며 진상을 밝히기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로드리게스 장관은 쿠바 정부가 자국민을 용병으로 판 인신매매 조직을 반드시 뿌리 뽑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 고의적인 개입설은 부정
- 한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쿠바인이 러시아군에 가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우크라이나는 즉각 쿠바 측에 항의 의사를 표명했다. 우크라이나는 쿠바 정부가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 범죄를 돕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시했다.
- 하지만 이러한 우크라이나의 비판에 대해 쿠바 정부는 즉각적으로 부인하고 나섰다. 로드리게스 장관은 “쿠바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전쟁 용병을 무조건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실제로, 러시아군 용병 참전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한 쿠바는 관련 용의자들을 신속하게 체포하기 시작했다. 또한 이들의 유죄가 증명될 경우 징역 30년 이상의 형별 및 사형 선고 가능성까지 언급하는 등, 중징계를 시사하고 있다.
☐ 쿠바 정부, 용병 참가는 ‘개인적 일탈’...러시아 비판 아껴
◦ 러시아와의 친선 관계 강조한 쿠바
- 자의 또는 타의 여부와 관계 없이 외국인이 군에 입대를 희망하더라도 이를 러시아군이 수용하지 않았다면 이번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쿠바 정부는 쿠바인을 용병으로 받아들인 러시아 정부를 비판할 수 있는 입장이다.
- 실제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병력이 부족해진 러시아는 무리한 징집을 계속하다 급기야 죄수를 전선에 투입하고 외국인 용병을 모집하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이와 같은 러시아 정부의 행보를 감안 시, 러시아는 인신매매에 의한 용병 입대를 알고도 묵인했을 가능성도 있다.
- 그러나 쿠바 정부는 이 모든 가능성을 뒤로 하고 쿠바와 러시아가 우방국임을 강조했다. 오히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쿠바와 러시아 정부가 고의적으로 용병 참전을 묵인했다는 비난은 근거가 없으며, 국제 사회에서 쿠바의 국가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쿠바와 러시아의 관계를 갈라놓기 위한 불순한 의도의 비방이라며 러시아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 근본적인 원인은 ‘경제’...러시아 국적 원하는 쿠바인 있어
- 러시아군 용병 입대가 일부 개인의 일탈이라는 쿠바 정부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최근 미국의 정치 시사 전문지 폴리티코(Politico)는 러시아군 입대 예정인 한 쿠바 젊은이를 인터뷰한 기사를 게재했다. 해당 인터뷰에 응한 쿠바 청년은 “쿠바에서는 아무런 희망이 없으며 인생의 기회를 얻기 위해 러시아군에 입대하여 러시아 국적을 취득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 이번에 용병 모집을 위해 인신매매를 저지른 조직도 러시아 국적 취득과 경제적 보상을 미끼로 내걸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오랜 빈곤 상태에 놓인 청년들 가운데 상당수가 쿠바를 탈출하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제 침체가 가속되자 더욱 심화되고 있다. 폴리티코와 인터뷰에 응한 입대 예정자도 “러시아에서는 핵물리학자가 될 수도 있지만, 쿠바에서는 이대로 굶주림으로 죽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결론적으로, 전 세계적으로 비난을 받는 러시아군에 입대하면서까지 쿠바 탈출을 원하는 젊은이가 생겨나는 가장 큰 이유는 쿠바의 어려운 경제 사정이다. 60여 년 동안 미국의 경제 제재를 받은 쿠바는 현재 자력으로 경제를 정상화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평가된다. 미 정부 역시 이러한 사실을 파악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최근 쿠바에 대한 경제 제재가 비인권적인 처사라는 국제 사회의 비판이 거세지는 가운데, 이번 사건이 쿠바의 대외 외교와 미국의 대(對)쿠바 정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지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감수 : 김영철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Politico, Deal ‘with the devil’: Meet the Cubans who’ve joined Russia’s war on Ukraine, 2023.09.25.
CNN, Why Cubans are fighting for Russia in Ukraine, 2023.09.19.
Time, How Russia Is Recruiting Cubans to Fight in Ukraine, 2023.9.18.
BBC, Cuba uncovers Russia-Ukraine war trafficking ring, 2023.09.05.
Reuters, Cuba uncovers human trafficking of Cubans to fight for Russia in Ukraine, 2023.09.06.
La Prensa Latina, Cuba dismantles ‘Russian trafficking ring recruiting mercenaries for war’ in Ukraine, 2023.09.04.
Voice of America, Cuba Says Trafficking Ring Aimed to Recruit Cubans for Russia’s War in Ukraine, 2023.09.05.
CNA, Cuba uncovers human trafficking of Cubans to fight for Russia in Ukraine, 2023.09.05.
Green Left, Cuba denounces use of its citizens to fight Russia’s war in Ukraine, 2023.09.20.
Aljazeera, Cuba arrests 17 for trafficking men to fight for Russia in Ukraine, 2023.09.08.
Reuters, Cuba issues conflicting statements on use of its citizens in Ukraine war, 2023.09.15.
Business Insider, A Cuban teenager was offered a job doing 'construction work' in Russia. Instead he was sent to fight on the front lines in Ukraine, 2023.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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