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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플레이션 한층 더 악화
◦ 8월 물가 두 자릿수 % 상승...30년 내 최고
- 세계 최고 수준의 아르헨티나 인플레이션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 아르헨티나 국립통계원(INDEC, Instituto Nacional de Estadística y Censos República Argentina)이 발표한 2023년 8월 기준 물가 현황 조사 결과, 인플레이션 상황은 시장 전망보다 더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 INDEC에 따르면 8월 소비자 물가 지수(CPI, Consumer Price Index)는 전월 대비 12.4%p 상승했다. 또한, 불과 1개월 만에 두 자릿수 대의 상승률을 기록한 아르헨티나 CPI의 전년 동기 대비 상승 폭은 무려 124.4%p에 달했다. 이는 1년 만에 물가가 두 배 이상 올랐다는 의미로, 아르헨티나는 2023년 들어 거의 매월 100% 이상의 전년 동기 대비 물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 한편, 통계청은 8월에 기록한 124.4%p의 상승률은 지난 1991년 이후 약 3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2개월 연속으로 전월 대비 CPI 상승률이 10%대를 넘어선 사례 또한 2002년 4월 이후 약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 향후 물가 전망도 암울
- 통계청이 8월 인플레이션 지표를 공시한 것과 비슷한 시기, 아르헨티나 중앙은행(Banco Central de la Republica Argentina)도 경제학자 등 시장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물가 전망 자료를 발표했다. 공개된 자료를 보면 현재 시장은 아르헨티나의 2023년 물가 상승률은 약 169%에 달할 것으로 관측 하고 있다.
- 문제는 예상 연간 인플레이션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7월 중앙은행이 동일한 주제로 조사 및 발표한 자료에서는 2023년 연간 인플레이션을 141%로 내다보았다. 다시 말해, 불과 1개월 사이에 예상 연간 인플레이션이 무려 28%p나 상승한 것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연간 인플레이션이 100%를 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희망적인 관측은 사라진 상태이다.
☐ 그럼에도 금리 동결...분기 경제 성장률 팬데믹 이후 최악
◦ 금리 동결
- INDEC의 8월 물가 지수 발표 직후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통화 정책 회의가 개최되었다. 예상을 훨씬 상회하는 인플레이션으로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무색하게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현행 118%에서 동결했다. 이는 불과 1개월 전 기준금리를 97%에서 118%로 21%p나 올렸던 것과는 상반되는 행보였다.
- 중앙은행이 금리 동결을 결정한 이유도 석연치 않다. 로이터통신(Reuters)과의 인터뷰에 응한 중앙은행 관계자는 “8월 인플레이션은 예상보다 높았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을 예측하는 빈도 지표를 고려하면 9월 인플레이션은 현재 전망치를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형 투자은행 JP Morgan은 “9월에도 아르헨티나의 인플레이션이 전월 대비 두 자릿수 %를 넘을 것이며, 2023년 연간 인플레이션은 190%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하는 등 시장 곳곳에서 중앙은행의 낙관론과는 다른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 팬데믹 이후 최저 경제 성장률 기록해
- 8월 물가 지표, 금리 동결과 함께 발표한 연간 인플레이션 전망에 이어 공개된 경제 성장률 현황 역시 어둡기는 마찬가지이다. INDEC에 따르면 2023년 2/4분기인 지난 4~6월 사이 국내총생산(GDP, Gross Domestic Product) 성장률은 –2.8%로 마이너스 성장에 머물렀다. 또한, 이는 분기 경제 성장률로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 INDEC은 2/4분기에 부진한 경제 성장률의 원인을 극심한 가뭄으로 인한 농업 부문의 부진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이를 제외하더라도 아르헨티나는 무역 수지 적자를 기록하면서 부족 상황을 보이던 외환이 유출되었고,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소비 지출 역시 1/4분기 대비 개선되지 못했다.
☐ 금리 동결에 부자 감세까지?...선거 의식한 정책 비판론 커져
◦ 정권 심판 요구에 극우 성향 대선 후보 1위 수성
- 현 정부의 잇따른 경제 정책 실패로 알베르토 페르난데스(Alberto Fernández)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아르헨티나 국민의 불만도 커져만 가고 있다. 그 결과, 지난 8월에 있었던 대선 예비 선거에서 현 정부와 정치적으로 완전히 반대 성향을 지닌 극우 자유당(Partido Libertario) 소속의 하비에르 밀레이(Javier Milei) 후보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 그리고 예비 선거 1개월 후에 치러진 여론 조사에서도 밀레이 후보는 여전히 지지율 1위를 수성 중이다. 여론 조사 기관 아날로히아스(Analogias)에 따르면, 밀레이 후보의 지지율은 31.1%로 현 경제부(Ministerio de Economía) 장관이자 여권 대선 주자인 세르히오 마사(Sergio Massa) 장관의 지지율 28.1%를 3%p 앞섰다. 또한 다른 여론 조사 기관 오피나이아(Opinaia)의 조사 결과에서는 밀레이 후보가 35%의 지지율로 25%를 기록한 마사 장관을 10%p 차로 따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부자 감세안 하원 통과...‘선거를 위한 정략’ 비판
- 한편, 아르헨티나가 최악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조금이라도 완화하기 위해서는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가운데, 최근 아르헨티나 하원은 고소득자의 세금을 감면하는 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현 정부가 가결을 강력히 밀어붙이고 있는 해당 안건은 다수의 반대표에도 불구하고 통과되었으나 해당 법안이 시행되면 세수 감소로 의한 정부 재정 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 여러 차례 디폴트를 반복하고 있는 아르헨티나 정부가 재정 악화에도 고소득자 감세를 원하는 이유는 2023년 10월로 예정된 대선을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로, 해당 개정안의 수혜 대상은 투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핵심 유권층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분석이 사실일 경우, 현 정부가 정권 연장을 위해 아르헨티나의 경제를 희생시키려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 세법 개정안의 하원 통과 이전 중앙은행의 금리 동결도 선거를 의식한 정부의 압력을 어느 정도 의식한 결과라는 해석이 팽배하다. 지나친 고금리는 분명 경제 부담을 주는 요인이고, 이는 현 정부에 대한 표심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 2023년 들어 중남미 일부 국가는 꾸준한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단적으로, 최근 2023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하고 금리 인하를 단행한 이웃 국가 브라질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국가와는 달리, 아르헨티나는 인플레이션과 경제 성장률 모두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극심한 경기 침체와 부진에서 오랜 기간 헤어나오지 못한 아르헨티나가 앞으로 이 상황에 어떠한 대책을 내놓을지, 그리고 지금의 상황이 정권 교체로 이어지게 될지 지속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감수 : 김영철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Reuters, Argentina inflation hits 124% as cost-of-living crisis sharpens, 2023.09.14.
Aljazeera, Inflation continues to climb in Argentina as presidential election nears, 2023.09.13.
Barron’s, Argentina Monthly Inflation Highest In Three Decades, 2023.09.13.
South China Morning Post, Argentina inflation hits 124 per cent as cost-of-living crisis deepens, 2023.09.14.
Brazilian Report, Argentina’s monthly inflation hits double digits, 2023.09.15.
Buenos Aires Times, Argentina’s government to release inflation estimate on a weekly basis, 2023.09.15.
Reuters, Argentina holds interest rate steady despite inflation spike, 2023.09.15.
Buenos Aires Herald, Argentina’s Central Bank will not raise interest rates despite leap in inflation, 2023.09.14.
Reuters, Milei leads polls in Argentina election after primary shock, 2023.09.09.
Buenos Aires Times, Argentina's economy shrank most since 2020 amid record drought, 2023.09.21.
[관련 정보]
1. 아르헨티나 중앙은행, 최고 수준의 인플레이션에도 금리 동결 (2023.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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