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나 왔다 ^^
대가리랑 같이 밥 먹으려고."
"......"
이 녀석은 내가 자기 볼 자신 없을 거라는거 모르나보다.
고개 푹 숙이고 밥이나 먹어야지.
'쓰윽' 튀김 하나를 내 식판에 올려놓는 황인수.
"이거 맛있겠지? ^^
떡볶이는 안나오나?"
"너나 먹어.
그렇게 안먹으니까 너가 마르는거야."
"마른 남자 싫어해?"
"......"
"그럼 다시 내가 먹는다?"
아무렇지도 않은건가?
상처는 커녕 어색함 조차 찾을 수 없다.
그런 식으로 녀석은 줬던 튀김을 다시
가져가더니 냠냠 맛있게도 먹는다.
난 지금 마음이 너무 급하게 불편한데 넌...
"밥맛 없어?
살 빼려고?"
난 가만히 고개만 끄덕였다.
밥심이라도 키워야 이 힘든 학교생활 견딜텐데...
황인수 이런 내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내 반찬과
밥을 다 퍼다가 지 식판에 가져가 먹는다.
그러다가 체하면 어쩌려고...
물이라도 떠다 주려고 일어서는데 녀석 급하네 내 손목을 잡는다.
"또 혼자 가려고?"
"밥풀 다 튀긴다 -_- "
"또 다 먹었다고 식판은 내가 갖다놓고
너는 혼자 그냥 가려고 그러는거지?"
"물 갖다주려고.
너 체하면 또 토할거잖아."
'스르륵' 녀석 안심한 듯한 표정으로 다시 밥을 먹기 시작한다.
장난이었나? 그냥 내가 신기해서 함 건드려본건가?
왜 오히려 내가 더 섭섭한건지 모르겠네...
이기적인 한여울.
"물 마시고 먹어."
"땡큐땡큐"
"왜 쳐다보는 내가 체하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네.
나 교실 들어갈래."
"또 나혼자 두고 가려고?
이젠 나 좀 기다려주면 안되나?"
"기다리는거 할줄 몰라.
친구가 없었어서 누구 기다려본 적 없어."
"너 오늘만 사고조퇴해라."
"?"
"애들때문에 힘들잖아.
힘든 너 보는 것도 내가 견딜 수 없어서 그래."
"......"
녀석 마지막 말만 훌훌 남기고 식판을 가지고 가버린다.
나보러 학교 땡땡이를 까라는거네?
나름대로 좋은 방법이다.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난 가방을 챙기기 시작했다.
난 왜 급식실에서 황인수만 만나면 가방을 싸냐.
또 슬그머니 내가 덧나는 것같네 -_-
떫고 -_- 띄껍고 -_-
참내, 내가 팔씨름 천하장사 먹은 사람이야.
내가 당하길 왜 당해.
황인수 오늘 보니까 뭐, 괜찮은 것같드만.
참내, 안가안가.
여기서 8교시까지 버티고 내 발로 내킬 때 집에 갈거다!
"너 표정 참 다양하다?
이거나 먹어.
생각좀 그만 하고."
김씨 또 어느새 와서 아이스크림을 건넨다.
아, 이 자식 악어아이스크림 사왔어 -_-^
"야 니가 아인슈타인도 아니고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냐?
그러다가 머리가 폭발하겠다~"
"폭발이라도 하면 시원스럽고 좋을텐데."
"얘가 또 무서운 생각하네.
너 혹시 옥상에서 뛰어내리려는 생각 그런 생각 절대 하지마~"
"야야"
"야 옥상에서 뛰어내릴 때 머리를 밑으로
해서 뛰어내려야 제대로 죽는다.
그리고 고통없이 죽고싶다면 63빌딩같이 높은 데서 뛰어내려.
그런 데서 뛰어내리면 땅으로 추락하는
도중에 심장마비로 죽는다드라."
"너 지금 나 죽으라고 고사 지내냐?
이게 무슨 친구라고.
아, 됐다 됐어.
너때문에 자살 안하고도 머리 터져서 죽겠다.
이 아이스크림에도 혹시 독 탄거 아니야?
안먹어안먹어."
"너 점심도 안먹었잖아.
독 안탔으니까 그거라도 먹고 정신 차리라는 내 배려다."
배려 좋아하시네.
점심시간 담배라도 피려는 듯 김중길 교실을 빠져나간다.
그런데 쟤가 나 밥 먹은지 안먹은지 어떻게 알았지?
점심 학교에서 안먹고 맨날 담넘어
시내에서 사먹고 오는 놈이.
아~ 아무튼 정신을 못차리겠네.
집...
결국은 8교시까지 징~하게 버티다 종례까지
말끔히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티쳐, 헬로우."
"오늘 기분 좋은 일 있어?"
"노노 낫띵."
"그런데 왜 안쓰던 영어를 하냐?
발음도 안되면서."
"아이 돈 노우."
"그럼 반대로 안좋은 일 있었지?"
"아이 돈 노우."
"오늘은 야외수업할까?
기분전환 좀 하게."
"리얼리? ㅇ.ㅇ"
"예스. 렛츠 고 아웃."
왠일로 이 공부쟁이가 밖으로 나가자고 그러지?
밖에 나가서도 설마 자기공부에 빠져가지고 열변하는건 아니겠지?
"내가 우리학교 캠퍼스 구경시켜줄게."
"오우 리얼리?"
아니구나~ 오늘 기분도 굉장히 메롱스러운데
선생님 따라나가서 머리좀 싹 비우고 오자.
밖에 나와서 전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선생님 학교 우열대학에 왔다.
와~ 선생님 역시 실력이 있으시구나~
내가 다니고 싶은 대학인데.
선생님을 따라서 학교안도 들어가보고 캠퍼스도 돌아봤다.
캠퍼스가 넓~고 너무너무 예쁘다.
인공호수도 있어서 머리가 얼마나 시원한지 모른다.
선생님 따라나오길 잘했어.
"너는 말도 좀 많이 해야되고 생각은 좀 줄여야돼.
그리고 쓸 데 없이 너한테 불리한 상황 만드는
거랑 자기혐오도 좀 삭제시켜야되고.
그거 말대로 너한테 아무 소용 없는거다."
"......"
"넌 머릿속은 수다스러운데 입은 과묵해...
그런데...저번에 대인기피증이라고 했던 건 미안하다."
엇! 미안하다 그랬다!
늘 자기생각만 하고 지 기분 내키는 대로 말하고
미안하단 말은 절대 하지 않던 사람이 왠 일로~
요즘 이상해 =_=
"또 혼자 생각하지?"
"네? 하...네..."
"그 놈의 왕고집은.
배 안고프냐?
난 배고파 죽겠는데."
"떡볶이..드실래요?"
"난 떡볶이 싫은데."
"......"
황인수도 떡볶이 싫어하는데...
"저도 실은 떡볶이 싫어해요.
돈까스 드실래요?"
"돈까스 먹자"
돈까스를 먹기위해 식당으로 들어온 선생님과 나.
그런데 안에는 박혜리와 황인수가 있었다.
제길...나한테 일어나는 우연은 어쩜 다 이런 식이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황인수와 박혜리도 날 보고 만다.
쥐구멍이 있다면 쥐구멍으로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야...
"무슨 생각해? 앉자."
"네..."
이때, 황인수 내가 있는 탁자로 다가와
굳은 표정을 하고서 입을 연다.
"넌..떡볶이 좋아하잖아."
"......"
"몰랐어, 너한테 남자친구 있다는거."
지금 내 옆에 있는 선생님이
내 남자친구라고 오해를 하고 있다.
이런 오해의 해결방책은 물론 어떠한 변명이긴 하지만 TV에서
보면 주인공끼리 사랑의 슬럼프에 빠져있을 땐 어떠한
오해가 생겨도 변명같은건 하지 않더라.
변명을 한다는건 사랑의 증거가
될 수 있는 요인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녀석과 난 더군다나 사랑하고 있는 사이는 더더욱
아니니까 변명같은 건 필요없는거겠지.
쓸 데 없는 신경은 쓰지 않는게 좋아.
매사를 어렵게만 생각하는 나도 좀 쉽게 살아보자.
입 꾹 다물고...
"얘 떡볶이 좋아해요.
떡볶이 같이 먹으러 가주세요."
미묘한 상황속에서 황인수는 끝까지 내게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하고 박혜리와 버젓이 식당을 나갔다.
"방금 나간 녀석 이름이 뭐야?"
"네?"
"방금 나간 그 남자애 이름이 뭐냐고."
"황인수요."
"...아..."
"왜요?"
"아니, 뭐 그냥..."
선생님까지 왜 분위기를 침체시켜 버리는거지?
밖에 기분전환하러 나왔는데 기분전환한지
몇 시간도 안되서 이게 뭐야...
"아까 걔가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것같든데 왜 아무 말도 안했어?"
"선생님이 좀..얘기해주시지 그랬어요..."
"......"
"물어보고 싶었는데...
왜 그런 오해를 하는거냐고...
왜 내게 묻지도 않고 자기 스스로 결정하고
통계까지 내놓고 사람을 구석까지 내모냐고..."
"묻지 않아도 저 녀석이 왜 그런 오해를
하는지 짐작하고도 남을 것같은데...
아무리 모른다지만 이건 좀 심하지 않나?"
"꼭 다 아는 것처럼 얘기하시네요."
기다렸던 돈까스가 식탁위에 올라오고 돈까스를 먹는 동안만큼은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무거운 침묵 속에서 식사를 했다.
침묵때문에 간단했던 저녁 식사를 마치고
바로 일어서자마자 전철역으로 향했다.
"내가 너라면 아까 그 자리에서 그 앨 잡았을거야.
이 사람은 내 남자친구가 아니라 내 과외선생이다.
너가 이런 오해하는거 굉장히 피곤하니까 하지말아라."
"그만 하세요."
"그럴까? 그러자."
"선생님은 이름이 뭐예요?"
"내이름? 아무한테나 막 안알려주는데~"
"그럼 마세요.
엄마한테 물어보면 되지."
"이현수."
"오~ 이현수구나."
전철역에서 선생님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온 나는
TV드라마를 챙겨보고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다음 날,
오늘도 늦잠을 잔 나는 날 깨우지 않은 한주영을
열심히 씹으며 부리나케 집을 나왔다.
"한여울!"
"ㅇ.ㅇ"
황인수 이 녀석이 아침부터 왠 일이지?
"우리 지각하겠다.
빨리 가자."
난 버스를 타고 가야하는데 황인수는
낯선 오토바이에 냉큼 올라탄다.
"왜 온거야?"
"너 데리러 왔어."
카페 게시글
하이틴 로맨스소설
[ 장편 ]
우리학교는 광성고등학교다 [09]
바보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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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08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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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우와~정말 소설 잼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