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중간고사
-.
“ 시내야 시험 잘 봤니? ”
집에 발을 들여놓은지 불과 3초도 되지 않았다. 다녀왔다고 말하기도 전에, 엄마는 방긋 웃으며
현관 앞에서 나를 맞이했다. 물론 시험 점수를 말하기 전까지는.
“ . ”
“ 하, 다시 말해봐. ”
“ 저번보다 떨어졌어. 그것도 아주 많이. ”
기가 차다는 듯한 엄마의 눈빛. 두손 두발을 싹싹 빌어야 할 때에 난 짜증나다는 듯이 툭툭 말을 내뱉었다.
학교에서도 애들이 지겹게 물어보던 시험 점수.
집에서라도 안정적으로 휴식을 취하고 싶었던 나는 엄마의 그런 물음이 달가울리 없었다.
“ 너 그 점수로 대학은 갈 수나 있는 거야? ”
“ 수시로 안 넣어. ”
“ 지금 엄마 말이 그게 아니잖아!! 시연이는 전과목에서 한두개 틀렸다고 울고불고 난리인데,
바닥을 기다못해 꿈틀거리면서 빌빌대는 너는 어떻게 그렇게 무덤덤 할 수가 있냐는 말이야!? ”
“ …그럼 그년만 낳지 왜 날 낳았어? 누가 낳아달랬어? 낳아달랬냐고! ”
“ 이게 진짜. ”
짜악-.
엄마의 강하게 내리치는 손찌검에 나 또한 가슴속의 울분이 다시 한번 터져 나온다.
“ 누구 머릴 닮아서 이 모양인데? 다 엄마 탓이잖아!! 대학도 못 나온 주제에. ”
나는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은 채로 아무말도 못하는 엄마를 노려보다가 그렇게 문을 박차고 집 밖으로 나왔다.
지나가는 사람들 신경도 안쓰고 거리를 걸어다니며 미친듯이 울었다.
나도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내게도 꿈이 있고, 그걸 이루고 싶은 소망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언젠가부터 그런 소망을 가질 자격도 없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해왔고,
결국 난 이렇게 바닥까지 추락해 버린 것이다.
“ 누구 머릴 닮아서 이 모양인데? 다 엄마 탓이잖아!! 대학도 못 나온 주제에. ”
아아, 난 이제서야 저 말은 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았다.
엄마는 늘 입버릇처럼 남에게 무시당하지 않게 좋은 대학을 가길 원했는데,
난 그런 엄마의 소망도, 엄마의 학력도 다 무시해 버린 것이었다.
‘ 미쳤어, 최시내. ’
난.
이제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
“ 너 누구야.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발을 들여? ”
나도 들어오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갈 곳은 없었고, 결국 난 다시 이 지옥으로 들어와야만 했다.
아빠도 회사에서 벌써 들어오셨는지, 평상복으로 갈아입으신 채로 날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다.
“ 당장 나가. ”
“ 여기가 내 집이야. ”
“ 나가라는 말 안 들려? ”
“ 싫어. ”
엄마가 뭐라고 더 말을 할 찰나에, 아빠가 일어섰다.
무표정으로 내 등을 현관 쪽으로 떠밀었고, 미리 짐을 싸뒀는지 큰 가방 하나도 내게 던져 준다.
“ 부모를 부모로 안 보는 자식 필요없으니까 나가. 아빠가 언제 네 성적가지고 뭐라고 한 적이라도 있어?
공부 못하는 건 용서할 수 있어도 너같이 인정머리 없는 년은 용서 못 해. ”
“ 하, 뭐? 용서? 아빠야말로 지금까지 모든 걸 다 나한테 맞춰서 살았다는 듯이 말하지 마.
내 성적으로 뭐라고 한 적이 없다고? 맞아. 초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혼낸적 따윈 없었지.
근데 문제는, 최시연이랑 비교했잖아. 나 보란듯이 최시연 칭찬만 해대고 좋아라 하고 난 관심 밖이었잖아!
난 그런 거 보면서 아무 것도 못 느꼈을줄 알아? 나 진짜 너무 힘들었다고! 매일 밤마다 수천 번은 울었어 알아?!! ”
아빠가 아무 말도 못한다. 아빠도 나처럼 절망적인 건가?
내가 울분을 삭이지 못하고 미친듯이 울고있는 데, 아빠는 그런 나를 안아주려다 잠시 멈칫하고-.
결국 아빠는 나에게서 등을 보이고 만다.
“ 시연엄마, 밥 줘. ”
나 따위는 싹 잊을거라는 듯이. 그렇게-.
-*
「 나 죽을 것 같애 」
가장 절친한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너만은 나를 위로해 줄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나와 늘 비슷한 성적을 맴돌던 너만은 나를 이해해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 왜? 나 이번에 시험 잘 봤다고 외식하러 가는뎅, 부럽지?! 」
내 고민 따위는 이미 너의 관심 밖이었다. 창피했다. 너에게 그런 문자를 보내는 게 아니었는데.
난 차마 어떤 답장도 보낼 수 없었고, 난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폴더를 닫은 채 주머니 속에 쑤셔 넣는다.
“ 자유롭고 싶어. ”
세상아, 대답해 봐. 과연 나는 어떻게 해야 지금보다 더 자유로워 질 수 있을까.
“ 죽으면, 지금보다는 나아질까? ”
적어도 지금보다는 걱정 근심이 줄어들진 않을까.
-*
「 뉴스 속보입니다. 어젯 밤 11시 경에 ○○아파트에서 수험생 최모 양이 성적으로 인한 심한 스트레스로
자살을 했다고 합니다. 갈 수록 성적으로 인해 어린 생명을 잃게 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는데요,
21세기를 짊어지고 나갈 청소년들이 깊은 상처로 죽음의 길을 택하게 된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
….
The End.
#
ㅠㅠ.이번 중간고사 완전 제 끝을 보고야 말았습니다.
덕분에 엄마한테 더럽게 욕도 많이 먹고, 결국 제 답답한 심정을 인소닷에 올리게 되네요.
많이 부족한 글이지만 끝까지 봐주셔서 감사하구요!
댓글 달아주시면 더욱! 감사드릴게요 ♥
-나래-
첫댓글 ㅠㅠ 번외 부탁드려여ㅠㅠ 가족들이 너무하네여.. 저는 지금 대2인데 고3때 엄마한테 친척들하고 비교당하고 많이 싸웠는데 그래도 대학갔다고 자랑스러워 하시네여 ㅋㅋ 번외 부탁드릴게여ㅠㅠ
전지금도컴퓨터하고있다고욕먹고있답니다ㅋㅋㅋㅋ 번외는없구용<죄송합니당! 읽어주셔서너무감사해요 *^^*
어흑흑, 가족들이 너무해요 ㅠㅠㅠ 어흑흑.... 잘읽었습니다~
ㅠㅠ번외가보고싶어요 흑 가족들이 후회했음 조켓어여
번외편 부탁드립니다^^
이 소설 완전 공감합니다..ㅠㅠ 저도 지금 성적이 많이 떨어져서 죽을것 같아요.ㅠ.ㅠ
아 어떻게 죽었네 ㅠㅠ슬퍼요
번외!!!!!!!!!!!!!!!!!!!!!!!!!!!무한번외!!!!!!!!!!!!!!!!!!!!!!!!!!!!!!!!!!ㅜㅜ 솔직히 전 후회하는거 보고싶습니다!!!!!!!!!!!!!!!!!!!!!!!!!!!
완전공감!!!!!!!저는운동하다그만두고 공부를했는데.성적이그리서 동생이랑비교당함ㅜㅜ두살차이밖에안나는데
제목 보고 공포영화일 줄 알았는데 잘 쓰셨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