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남원시 천거동에서 "새 집" 추어탕을 40여년간 운영해온 서삼례 할머니(78세)의 이마에는 세월의 연륜처럼 몇 가닥 굵은 주름이 패어 있다. 하지만 곱게 단장한 할머니의 얼굴은 인정미가 흐르고 춘향 고을의 아리따움이 어려 있는 듯하다.
손맛 좋기로 이름난 서삼례 할머니는 작년 12월 남원 춘향장학재단에 1000만 원을 기탁했다. "평생 배우지 못한 게 늘 마음속으로 한이 됐지요. 손님들 덕분에 번 돈인데 죽기 전에 다 돌려주고 가야지요." 할머니는 아주 겸손한 목소리로 나직이 말했다.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 열아홉에 남원으로 시집온 서삼례 할머니는 일찍부터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궁여지책으로 할머니는 허허벌판에 움막을 짓고 광한루 앞 요천수에 서식하는 은어를 잡아 은어회 장사를 시작했다. "혹 비바람이라도 몰아치는 날이면 손님들의 바지가 다 젖곤 했어요. 미안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었지요." 할머니가 당시를 회상하며 말했다. 그런데 은어는 한 철 장사였기 때문에 고민하던 할머니는 남원에서 많이 나는 미꾸리로 요리를 만들어 장사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서삼례 할머니는 추어탕, 추어튀김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처음으로 추어숙회(미꾸리찜)를 개발해 미식가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그후 조금씩 돈을 모아 셋집으로 옮겼고, 현재의 진짜 "새 집" 추어탕 건물을 마련하게 되었다.
서삼례 할머니는 음식장사를 하면서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에게는 무료로 식사를 대접했다. 돈이 없어 학업을 포기해야 하는 학생들의 딱한 사정을 들으면 학비를 선뜻 대주었고,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맡아 돌봐주기도 했다. 85년부터는 남원여고, 용성여중 등 남원 시내 몇몇 중고등학교에 피아노를 한 대씩 기증했다. 돈이 생기면 초등학교나 중학교에 장학금으로 내놓기도 했다.
이제는 힘에 부치는 음식점 일은 조카딸 서정심(40세)씨에게 일임하다시피 한 서삼례 할머니는 95년에 지은 삼덕복지원에서 20여 명의 노인들 뒷바라지를 하며 생활하고 있다. 복지원 텃밭에서 야채를 가꾸는 할머니의 이웃 사랑의 손길은 오늘도 쉴 틈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