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지지 않은 산
경주 안태봉(339m)
신라 진덕여왕릉이 있는 산
안태봉은 경주시 현곡면에 자리한 해발 339m의 야트막한 산이다.
청송땅을 지나 남녘으로 내려오는 낙동정맥의 주능선이 영천시와 경주시의 경계를 이룬 어림산(510m)에서 동쪽으로 곁가지를 일으킨다. 그 산줄기가 경주시를 흐르는 형산강에 가라앉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솟구친 산이 지금 소개하는 안태봉이다.
수수천천의 산을 가진 우리나라에서도 이름이 하나뿐인 고유명사의 산 안태봉은 간직한 문화유산 또한 유별나다. 먼저 안태란 이름의 뜻을 살펴보자. 국어대사전(금성판)에는 '태아가 동태된 것을 다스리어 편안하게 하는 것', '안태봉=태중에 있을 때부터 가지는 본관. 곧 선조 때부터의 고향'으로 기술되어 있다.
안태봉의 동남자락인 현곡면 오류리에는 신라 28대 진덕여왕의 왕릉이 자리하며, 동녘자락 나원리에는 국보 제39호인 월성 나원리5층석탑이 자리한다. 수십 년 동안 방방곡곡의 산을 찾아다니는 필자는 한동안 해발 500m 이하의 산은 외면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생각이 바뀌어 그 산이 간직한 역사와 전설, 문화재 등을 꼼꼼이 살펴보는, 우리 민족의 삶과 인연이 깊은 산은 비록 높지 않다 하여도 찾아간다. 어차피 높이로 따진다면 조국의 산은 외국의 높은 산에 비교가 되지 않을 터. 나를 낳고 길러준 조국의 산하, 우리의 후손들이 번영을 이루며 살아갈 조국의 산을 두루 찾아 현재의 모습을 시조로 남기는 시탑산행을 계속할 생각이다.
작년 초여름 경주에 갔던 길에 예매한 고속버스의 시간여유가 있어 택시로 진덕여왕릉을 찾았다. 오류리 주차장에는 한 대의 차도 없었고, 이곳에서 200m 거리에 위치한 왕릉에도 사람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신라 진덕왕릉 사적 제24호. 소재지:경상북도 경주시 현곡면 오류리 산 48. 이 능은 신라 제28대 진덕여왕(재위 647~654)을 모신 곳이다. 현곡면 오류마을의 뒤편에 있는 안태봉이 남쪽으로 뻗어내리며 중턱에 위치하고 있다. 왕은 선덕여왕의 뒤를 이은 신라 두번째 여왕으로 감춘추와 김유신이 국력을 키워 삼국통일을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닦은 임금이다. 삼국사기에는 왕을 사량부에 장사지냈다는 기록이 있다.
이 능은 지름 14m, 높이 4m인데 흙을 둥글게 쌓어 올린 무덤이다. 봉분의 둘레에는 둥근 지대석을 놓은 위에 안기둥을 놓고 사이사이에 직사각형의 약간 둥근 면석을 끼우고 그 위에 눈썹돌을 얹어 봉분 아랫단을 보호하고 있다. 이 안기둥 면에는 십이지신상을 돋을새김으로 조각하였다. 이 능의 아래쪽에 돌을 쌓아 축대를 만들어 봉분을 보호하고 있을 뿐 다른 왕릉에서 볼 수 있는 돌로 된 시설물은 찾아볼 수 없다. 현재의 모습은 1975년에 수리된 것이다.'
왕릉 앞에 세운 안내판이며십이지신상까지 둘러본 필자는 무엇에 홀린 듯 안태산을 오르고, 금욕산~금곡산을 이어 금곡사에 내리는 긴긴 산길을 홀로 걸었고, 그로 인하여 상경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나원사~안태봉~두지봉~나원사 원점회귀산행
다시 찾은 안태봉 취재산행의 들머리는 현곡면 나원리의 나원사 입구. 도로변의 공장 빈터에 차를 세운 취재진은 골몰길을 지나 들판길을 이어 오층석탑에 이르렀다. 오늘 산행에는 경주시의 문화해설사인 신현미씨, 요가와 단을 가르치는 김도수씨, 윤권록 시인이 함께하였다. 오층석탑을 우러르는 동안 신현미 해설사의 해박하고도 유창한 설명을 들은 후 입구에 세운 안내판을 다시 한번 읽어본다.
'월성 나원리 오층석탑 국보 제39호. 소재지:경상북도 경주시 현곡면 나원리 676. 이 탑은 이중 기단 위에 세운 오층석탑으로 높이는 9m이다. 옛절의 금당 자리 뒤쪽에 세워진 것으로 보인다. 아래 기단에는 면마다 다섯 개의 기둥새김이 있고, 위 기단에는 네 개씩 있다. 1층 몸체는 돌 넷으로 짜맞추어져 있으며, 1,2층 지붕들은 처마 받침돌과 지붕 윗돌이 별개이다. 2층 몸체돌과 3층 위로는 몸체들 하나에 지붕돌 하나씩이다. 1996년 3월15일 해체할 때 지붕돌 3층 부분 사리함 내에서 금동불입상이 발견되어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 중이다. 탑의 구조로 보아 8세기경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된다. 경주 부근에 남아있는 석탑으로서는 드물게 아직도 조성 당시의 원형을 잃지 않고 있다. 이 탑은 각 부의 아름다운 비례로 석재의 순백함과 아울러 청신한 기품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끼가 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여 나원백탑이라고도 불린다.'
석탑 옆에 자리한 나원사도 잠시 살펴본 후 서쪽으로 이어지는 지능선을 따라 주능선에 올라서면 느긋한 솔숲길이 이어진다. 전신철탑봉을 지나 올라선 안태봉 정수리에는 1982년에 세운 삼각점이 자리한다.
정수리를 지킨 참나무에 누군가 '암태봉'이라 잘못 쓴 팻말을 걸어놓았다. 다시 북녘 능선길을 이어가면 말구불재(나원터널)를 굽어보는 능선 삼거리에 이른다. 취재진은 오른쪽(동쪽)으로 굽이도는 능선길을 이었다. 뚜렷한 능선길은 콧노래를 흥얼거릴만큼 느긋한 산길이다. 당도한 두지봉에는 낡은 리번 몇이 보일 뿐 소나무와 참나무가 숲을 이루었다. 봉이름 '두지'는 뒤주(곡식을 담아두는 나무로 만든 궤)의 방언이다.
수레길을 이어 못골마을에 내려서면 겨울의 짧은 해는 어느덧 취재진이 오르고 내린 안태봉에 나지막하게 걸려 있었으니...
*산행길잡이
나원사 입구-(10분)-5층석탑-(1시간10분)-안태봉-(15분)-두지봉 삼거리-(45분)-두지봉-(40분)-나원2리 버스종점
안태봉 산행은 네 코스로 나뉜다. 제1코스는 현곡면 오류리의 진덕왕릉을 지나 안태봉에 오르고 뒤돌아내려 나원리 능선삼거리에서 나원리 오층석탑으로 내리는 짧은 산행이고, 제2코스는 나원리 나원사 입구에서 시작하여 5층석탑~안태봉~두지봉~못골로 이어지는 산행이다. 제3코스는 진덕왕릉~안태봉~두지봉~나원사 입구~나원사 5층석탑으로 이어지고, 제4코스는 오류리 또는 나원리에서 시작하여 안태봉~말구불재~금욕산~금곡산~금곡사에 이르는 장거리 코스다.
필자는 승용차를 이용한 겨울산행으로 적합한 제2코스를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오늘 소개하는 나원리 원점산행의 들머리는 경주시 현곡면 나원리의 나원사 입구. 국보 39호 나원리 5층석탑. 나원사' 라고 쓴 안내판이 자리하는 이곳에서 왼쪽길을 따라들면 들판길을 지나 오층석탑이 자리한 나원사에 이른다. 법당 왼쪽 계곡길을 이어 오른쪽 무덤을 지나 지능선에 오르고, 뚜렷한 산길을 이어 주능선 삼거리에 이른다. 서북쪽으로 이어지는 뚜렷한 능선길을 이어가면 해발 약 210m 지점에서 진덕여왕릉으로 이어지는 삼거리에 이른다. 계속 서북녘 능선길을 이어가면 전신철탑봉을 지나 삼각점이 자리한 안태봉에 이른다. 안태봉에서 북녘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을 따라가면 나원터널(말구불재)을 굽어보는 삼거리에 이른다. 이곳에서 동쪽으로 이어지는 뚜렷한 능선길을 이어가면 솔숲길을 이어 두지봉에 올라선다. 하산길은 계속 동쪽 능선을 이어가면 세번째 전신철탑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수레길을 만나고 뒤이어 못골마을에 내려선다. 마을길을 내려가면 나원2리 버스종점과 복지회관(노인정)에 이르고, 이곳에서 나원사 입구까지는 약 500m 거리다.
*교통
기차 또는 고속버스로 경주에 가서 경주 택시를 이용해 나원사 입구, 또는 진덕여왕릉 주차장에서 하차한다.
경주시외버스터미널~나원사 입구를 운행하는 232번 시내버스가 20분 간격으로 운행하고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경우 나원사 입구 공터에 주차 가능하다.
*잘 데와 먹을 데
산행들머리와 날머리에 숙박시설과 식당이 없으니 경주시내의 시설을 이용한다.
글쓴이:김은남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