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착한어묵 온천점은 베이커리를 연상시키는 어묵 가게였다. 대표 메뉴인 왕감자어묵바, 수제고로케 등 수제어묵이 정갈하게 정돈돼 있었다. 이곳에서 더착한어묵 서갑병(52) 대표를 만났다.
■부산 어묵 많이 알려야
"삼진어묵과 고래사어묵 대표님들이 나눔을 열정적으로 펼치시는 모습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삼진어묵과 고래사어묵이 시장 규모를 확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어묵업계가 다 같이 잘 돼야 합니다. 부산 어묵이 널리 알려질수록 사회적인 나눔도 더 활성화되기 때문입니다."
건설업 하면서 아동 후원 인연
청소·경비 사회적 기업 운영
취약 계층 일자리 마련 앞장
독거노인 청소·저소득층 후원
빅북 운동·사회단체 지원도
"직원들과 시설아동 방문해
맛있는 어묵도 만들어줘야죠"
서 대표는 부산 어묵업계 선두주자들의 예를 들며 겸손함을 비췄다. 그는 지난해 더착한어묵을 창립했다. 그는 원래 건설업체 대표다. 지난 2001년부터 원영종합건설을 운영하고 있다. 그가 어묵 사업에 뛰어든 이유가 궁금했다.
"지난해 초 한 어묵 회사의 공장 건립 프로젝트를 맡았는데 어묵에 관심을 두는 계기가 됐죠. 어묵 공장 설계 과정에서 생산 설비를 둘러보게 됐죠. 어묵이 종류도 다양한데다 고급 브랜드여서 경쟁력 있는 상품이 될 거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는 지난해 어묵업 진출을 위해 일본에 수차례 다녀왔다. 어묵식품박람회와 일본 어묵업체 공장 등을 둘러보았다.
더착한어묵은 50년 전통의 어묵 전문업체인 대원식품으로부터 OEM 방식으로 어육을 공급받는다. 더착한어묵은 점포 개설과 판매 등 마케팅을 담당한다. 그는 더착한어묵을 전국 최고의 어묵 베이커리 회사로 키우기 위해 품질 개발과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쳐 나가고 있다.
지난해 9월 부산대 엔씨백화점 1호점을 시작으로 11월 2호점인 해운대 더베이101점, 12월 마린시티 두산위브더제니스 상가에 3호점을 냈다. 올해 2월에는 4호점인 부산대역점, 3월엔 5호점인 온천점을 열었다. 지난 23일 문을 연 롯데마트 광교점을 비롯해 수도권에도 8개 지점을 연내 만들 예정이다.
그는 "부산어묵을 세계적인 음식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로 사업을 시작했다"며 "이윤을 적게 남기더라고 건강하고 맛있는 어묵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회사 이름을 더착한어묵이라고 지었다"고 말했다.
■사회적 기업에 꽂히다
그는 더착한어묵 설립 당시 사회적 기업으로 갈지를 놓고 고심했다. 하지만 투자가 막 시작된 상황에서 사회적 기업으로 가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사회적 기업에 대한 애착은 강하다. 사회적 기업은 취약계층에게 서비스나 일자리를 제공해 삶의 질을 높이는 등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영업 활동을 하는 기업이다.
그가 사회적 기업에 눈을 뜨게 된 것은 사회적기업연구원 원장인 부산대 경영학과 조영복 교수와 만나면서부터. 서 대표는 7년 전 중학교 선배인 조 교수로부터 사회적 기업 관련된 책을 추천받았다. 그 책을 읽으면서 사회적 기업에 대한 꿈과 열정을 품게 됐다.
"취약계층이 일자리를 얻어야 빈곤의 대물림에서 벗어날 수 있죠. 이를 위해 사회적 기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는 5년 전부터 부산 금정구 구서동에 있는 사회적기업연구원에 매달 기부금을 지원하고 있다. 사회적기업연구원은 사회적 기업을 관리하는 곳으로 사회사업에 대한 교육과 정보를 제공한다. 사회적기업연구원이 올바른 지원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연구비를 지원하는 형식이다.
그는 시설물 유지, 청소경비 등을 하는 업체인 안심씨앤에스㈜도 운영한다. 이 업체는 사회적 기업으로 직원의 60%를 취약계층으로 고용하고 있다.
■어묵은 사랑을 싣고
그의 나눔 활동은 더착한어묵의 제품만큼 다채롭다.
그는 홀몸노인을 위한 지원사업을 5년째 하고 있다. 주말마다 홀몸노인의 집 두 곳을 청소하는 일을 돕는다. 동래종합사회복지관에서 소개받은 청소 인력을 파견하는 방식이다. 청소 인력 인건비를 매달 50만 원 정도 지원한다.
서 대표는 지난해부터 빅북(Big Book) 운동에 500만 원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빅북 운동은 대학생 교재가 비싸다는 인식에서 출발해 부산대 조영복 교수의 주도로 시작됐다. 지식과 경험을 사적으로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 재창조를 위해 교과서를 함께 만들어 나누자는 것이 빅북 운동의 취지다. 서 대표는 올해부터 빅북 운동에 500만 원을 추가로 더 기부할 예정이다.
서 대표는 이번 달부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통해 남구 지역 저소득층 아동 6명을 위해 매달 30만 원씩 후원하기로 했다.
"몰랐는데 제가 어린이재단과 인연이 깊더라고요. 지난 2005년 해운대구청에 찾아가 저소득층 가정의 아동을 돕고 싶다고 요청했죠. 구청은 당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구 한국복지재단)을 소개해줬어요."
그는 2005년부터 2008년까지 부산지역 저소득가정 아동 10명에게 매달 40만 원을 후원했다. 올해 다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지원함으로써 그때의 나눔 인연을 이어가게 됐다.
그는 지난 2월 어묵명절선물세트 판매 수익금을 SK행복도시락 지원사업에도 기부했다. 어묵 업체 대표로서 그는 새로운 나눔을 제안했다. "직원들과 함께 시설아동을 방문해 맛있는 수제 어묵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어린이재단에 연결해 달라고 벌써 부탁했어요."
사랑을 듬뿍 담은 따끈따끈한 어묵이 나눔의 매개가 될 것 같다.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2부 '부산 맛 기업의 사회 환원'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함께합니다.
※ 나눔 참여 문의: 어린이재단 부산지역본부 051-505-31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