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십이월을 붙잡다
십이월을 잘 살아가는 몇 가지 방법
1> 12월이라도 일기를 쓰자 왜 우리는 새해만 되면 일기를 쓰겠다는 계획을 포기하지 않을까. 어쨌든 올해도 그 원대한 계획을 못 이룬 당신이라면 이 한 달 동안 정리하며 실패감과 스스로에 대한 실망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2> 1년 치 <작아>를 모아서 소중한 이웃에게 선물하기 한 해 동안 본 <작아>를 가지런하게 책꽂이에 정돈한다. 마음 깊이 공감을 하거나 내 일상에 격려가 되었던 사람의 이야기가 담긴 <작아>를 필요한 이웃에게, 작은 공부방이나 작은 학교에 전달한다면 어떨까. 1년 치 <작아>를 재활용 봉투로 포장하고, 짧은 안부를 묻는 편지도 담자.
3> 내 손으로 한 가지 만들어 보기 손은 세대와 세대를 이어준 기억을 담고 있다. 그 기억을 살려보는 것은 어떨까? 손으로 만들어 생활하던 때의 그 속도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천연비누를 만들거나, 작은 뜨개질을 해보거나, 바느질로 작은 소품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겠다. 나무의 질감을 느끼면서 무엇이든 깎아 보는 것도 좋을듯.
4> 12월 주말 한 날에 <작아>에서 소개한 인상 깊은 곳 찾아가기 <작아>를 읽으면서 언젠가 시간을 내서 꼭 가보리라 마음을 먹었던 곳으로 떠나보자. 그곳이 새만금이거나 천성산일 수도 있겠고, ‘작아가 만난 사람’에서 소개된 분이 사는 곳도 좋다. 어떻게 찾아가는지 모르신다면, <작아>로 도움 요청!
5> 새해 텃밭농사를 계획하고 토종씨앗 구하기 새해에 텃밭을 어디에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함께 찾아보고 머리를 맞대고 계획해보자. 내친김에 씨앗준비도 하면 좋겠다. 찾아보면 토종씨앗을 무료로 주는 곳이 많다. ‘귀농사모’(다음까페) 씨앗 나누기 방에서 구할 수도 있고, <작아>에서 소개했던 씨앗을 나누시는 분이나, 귀농하신 분께 도움을 청하면 된다.
6> 촛불 켜기 운동에 참여하기 전깃불을 끄고 촛불에 함께 둘러앉는 시간을 만들어 보자. 가족이나 친구들, 이웃도 좋다. 가까운 사람들과 촛불약속을 한다. 모이는 곳은 따로 정해있지 않다. 시간과 행동의 주인이 되는 ‘촛불켜기운동’. 달마다 마지막 주 금요일 저녁 8시부터 2시간 동안 촛불을 켠다. 일 년 가운데 가장 빛이 적은 ‘동지’(12월 22일) 저녁에 촛불을 들고 함께 모인다. (여성환경연대/http://club. ecofem.or.kr /candle)
⑦ 소박하지만 정성을 담은 따뜻한 밥상으로 대접하기 가족이나 이웃, ‘같이 식사 한번 하자’ 했던 친구에게 손수 소박한 밥상을 차려보자. 몸을 살리고 지구를 살리는 밥상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면 헬렌니어링의 《소박한 밥상》, 제인구달의 《희망의 밥상》, 녹색연합에서 펴낸 《자연을 담은 사계절 밥상》을 참고하시라.
8> 한 해 동안 받은 명함, 전화번호를 정리하며 안부 전하기 손전화, 전화기에 기록된 주소록을 들여다보자. 틈틈이 받았던 명함들도 있다.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보며 그들과의 인연을 떠올리며 정리해보자. 잊어버렸던 약속이나 미처 고맙다고 말하지 못했던 일도 생각나고, 누구던가 하고 얼굴이 생각나지 않는 이름도 있을 것이다. 편지나 카드를 보내거나 주소를 모른다면 전자우편이나 문자도 좋다.
9> 올해가 가기 전에 화해하기, 미안하다고 말하기 연말연초에는 고맙다, 사랑한다 하는 말이 넘친다. 그런 말들은 쉽게 하고 자주 하지만 진정한 용기는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12월은 사과하기 좋은 달. 이월시켜온 마음 빚을 갚자. 겨울에서 봄이 오는 기적처럼 미안하다고 말하는 작은 용기로부터 관계의 봄은 시작된다.
10> 함께 목욕하며 어머니 아버지 등 밀어드리기 부모님 손에 이끌려 빨갛게 등을 밀고 오던 어린시절, 넓게만 보였던 부모님의 든든한 등을 다시 마주해보자. 등을 밀어드리고 딱딱해진 발을 꼼꼼히 정성스레 닦아드리는 것도 좋다. 체온을 나누는 일은 두둑한 용돈이나 비싼 약보다 더 진한 효도니까.
11> 크리스마스 선물, 연말 선물로 내복을! 겨울철 건강과 난방비를 절약해 주는 마법의 선물이다. 집안 실내온도를 18도로 유지하고 내복을 입으면 3도의 보온 효과가 있고 실내온도 3도를 낮추면 20퍼센트의 난방비를 아낄 수 있다. 내복은 가죽점퍼보다 열배가 싸고 모피코트보다 천배나 싸다. 온돌구조가 아닌 외국에서 쌀쌀한 날씨를 견뎌야 하는 지인들에게도 좋은 선물이다.
12> 날마다 거스르고 남은 동전 따로 모아 기부하기 작은 통 하나를 준비해서 동전을 모아보자. 한 달이면 가득 찰 것이다. 찰랑찰랑 동전소리 가득한 채로 평소 기부하고 싶은 단체에 짧은 엽서와 함께 보내자. 거스름도 있으니 바로 뿌듯함!
13> 집에서 올 한 해 찍었던 사진 모아 가족 사진전 열기 일터, 학교, 집, 혹은 산과 바다에서 따로 또 같이 했던 가족들의 한 해. 디지털카메라나 컴퓨터에 꾹꾹 저장해 놓았던 순간을 종이에 불러내자. 한 해를 살아온 저마다의 인생이 펼쳐질 것이다.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사진은 액자에 담아 걸어놓기.
14> 정의로운 당신, 정의로운 의사표현에 참여하자 ㅁ긴급구명활동에 참여한다 - 사형, 정치적 살해의 위험에 처한 사람, 고문이나 가혹행위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 불공정한 재판을 받고 있는 사람을 위해 그 나라 대통령, 장관에게 긴급편지, 전자우편, 팩스, 전보를 보내 잊혀진 인권침해 희생자들을 구할 수 있다. 국제앰네스티한국지부 (02-730-4755, 4756)
ㅁ불법무기거래 통제 캠페인에 서명하자 - 세계에 약 639백만 자루의 소총과 경량무기들이 있고 해마다 8백만 자루 이상이 생산되고 있다. 불법 거래된 무기들은 크고 작은 전쟁과 국가에 의한 억압 수단, 범죄, 가정폭력에 쓰인다.
ㅁ사형제도 폐지 서명에 함께하자 - 컴퓨터에서 18번의 클릭이면 당신도 바꿀 수 있다.
ㅁ소년병 징집 반대에 참여하자 - 해마다 수천 명의 아이들이 세계 곳곳의 무장충돌에서 싸우다 죽거나 몸과 마음에 평생 안고 살아야 할 상처를 입고 있다. 유엔은 아이들을 무장충돌에 참여하는 것을 방지할 것을 합의했다. 소년병 징집 반대를 위한 연합과 국제앰네스티는 러시아가 소년병 의정서에 비준할 것과 군에 자원입대할 수 있는 최소나이를 18세로 규정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ㅁ후천성 면역결핍증(HIV/AIDS) 감염인들과 새끼손가락을 겁시다 - 웹진 월간 <사람> (esaram.org)을 통해 이들의 인권을 지지하는 선언을 받는다. (http://aidsact. or.kr)
ㅁ낙동강 철새도래지를 파괴하는 ‘하구둑 경관조명’ 철회를 촉구하는 청원서에 함께하자 - 문화재보호법, 습지보전법 같은 5개 법으로 지정되어 보호하는 세계적 철새도래지에 경관조명을 설치하는 일은 우리사회의 문화수준을 드러내는 부끄러운 일이다. 낙동강하구살리기시민연대 (www.greenpusan.org)로 보내면 된다.
ㅁ적립카드 말고 당신이 꼭 챙겨야할 증서, 장기기증서약엽서 신청하기-한국생명나눔운동본부 (02-2616-7179. kals.or.kr)
15> 돈이 아니고도 할 수 있는 기부에 참여한다 읽지 않는 책을 마을 도서관에 기증하거나 깨끗하게 남긴 잔치음식은 푸드 뱅크(02-713-1377)를 통해 노숙인 무료급식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따뜻한 아랫목이 필요한 이에게 날마다 5장씩 연탄을 자유롭게 가져가고 넣을 수 있는 연탄은행, 연탄 나눔 운동에 참여한다. (www. babsang.or.kr). 헬스장에 버리고 간 신발을 모아 노숙인 센터로 보내면 노숙인들의 시린 발을 감싸줄 수 있다.
16> 생명, 평화를 주제로 12월에 열리는 따뜻한 행사에 함께 참여하기 생명평화탁발 순례가 12월에 충남 아산시와 천안시에서 열린다. 바람 같은 순례 길에 함꼐 해보자 (www.lifepeace.org). 올 한 해 우리 몸과 마음에 묵은 것을 털어내는 ‘비움의 잔치 단식’에 참여해보시라 (녹색연합 greenkorea.org, 평마 cafe.daum.net/ ecopilgrim). 세계인권선언일 즈음 해 아름다운 인권세상을 노래하는 인권콘서트에 가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12월 9일 오후5시, www.1210con.com).
17> 십이월 중 하루, 아무런 계획도 약속도 없는 텅 빈 나만의 시간 만들기 하루는 텅 비워두고 오직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만들어 보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텅 빈 시간은 어떨까. 고요하고 충만한 자유를 경험하게 한다.
18> 주저하거나 두려워하던 일 가운데 하나를 과감히 시도해보기 당신이 두려워하는 일이 있다면 올해가 가기 전에 과감히 저지르고 보자. 물이 무서운 사람이라면 사람이 덜 붐비는 한겨울, 실내수영장 초급반에 당장 등록하고 물에 뛰어 들 것 (단 감기 주의요망).
19> 이천육년을 마감하는 특별한 송년회를 만들자 12월의 달력에 주말마다 잡혀있는 송년회지만 밤새서 술 마시는 것 외에 별다를 게 없는 송년회라면 이젠 지겨워질 만도 하다. 이번에는 좀더 의미 있는 특별한 송년회를 꾸려보자. 찾아뵙고 싶었던 분을 만나거나 후원하는 단체나 모임에서 여는 송년회에 가보는 기회로 삼는 것도 좋겠다.
나는 이렇게 12월을 보내고 싶다
■ 이현경 님이 12월에 꼭 하고 싶은 일│서울 읽새 / 주부
ㅁ상과 상장 만들기 - 학교에서 상을 받지 못해 섭섭해 하는 아이를 위해 준비한다. 1년을 돌아보고 자기가 받았으면 하는 상을 만든다. 약간의 상품도 준비하면 좋다.
ㅁ동네아이들과 함께 모여 장기자랑을 - 동네친구들과 리코더, 피아노 연주, 노래, 춤을 준비한다. 초대장을 만들어 이웃들에게 전한다.
ㅁ온 가족이 집안에서 숨바꼭질 하기 - 집안 구석구석 숨어본다. 평소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 꼭꼭. 어린 아이들이 좋아한다.
ㅁ큰 아이와 리코더 불기 - 피아노가 없어도 음악가족이 될 수 있다. 리코더 연주책을 사서 2중주를 해본다. 조금 욕심내어 알토 리코더로 불면 멋진 화음이 만들어진다.
■ 금강산 님이 12월에 하고 싶은 일 몇가지│하자작업장학교
ㅁ자서전 쓰기 - 최초의 기억, 행복했던 순간, 사랑하는 사람들, 나를 지치게 했던 난관들, 감정의 변화, 성장의 계기. 나의 18년 인생을 정리해 보기. 망설이지 말고 쭉 써내려갈 것! 내가 보는 나의 삶. 어떤 이야기를 담을 수 있을까?
ㅁ목도리 완성하기 - 아침마다 학교 친구들, 담임이신 변과 조금씩 뜨기 시작했던 목도리. 시작할 때 불타던 의지는 사라지고 결국 남은 실타래와 뜨다만 목도리를 볼 때 그 아쉬움이란. 호들갑을 떨며 시작할 때완 달리 마디맺음을 하지 못하는 오래된 습관을 고쳐나가기 위한 작은 노력으로 목도리를 완성하기!
ㅁ방안 곳곳에 숨겨져 있는 더러운 옷들 빨래하기 - 꼬질꼬질한 양말, 쫄바지, 회색이 되어버린 하얀 털모자, 얼룩이 묻은 자켓, 떡볶이 묻은 코트, 올이 나간 스타킹, 소매에 때가 탄 티셔츠…. 어휴~ 내 흔적 가득한 친구들을 빨래하거나 세탁소에 데려다주기. 깨끗하게 정돈된 옷들과 시작하는 새해! 모든 일이 술술 풀릴 것 같은 예감 99퍼센트.
ㅁ눈 오는 날 동네 산에 올라가 고무대야 썰매타기 - 눈 오는 날이면 고무대야 썰매를 타며 포대 썰매를 타는 나를 유치하다며 면박 주었던 R양, R양이 자랑하던 엉덩이가 젖지 않고 엄청난 속도를 내는 고무대야 썰매를 타며 동네 언덕을 누비기. 눈 쌓인 언덕을 돌아다니며 자리를 찾아 방해물들을 치우고, 썰매 탈 준비를 하는 재미 또한 쏠쏠할 듯.
■ 유상열 님이 세운 12월 계획│춘천 천연염색가
ㅁ군입대를 앞둔 아들과 여행 떠나기 - 12월19일 입영 날짜를 받아 놓은 큰아들과 낯선길을 잡아 여행을 떠나 볼까 한다. 성인이 되어 홀로 길 떠나는 아들에 앞서, 그의 생각과 미래도 들여다 보고 싶다. 아마 그 아이도 훌쩍 커 있겠지.
ㅁ고마운 분들과 마음 나누기 - 그동안 살면서 나를 지켜주고 늘 관심과 사랑을 나누어 주셨던 분들께 소홀했던 마음으로 무거웠다. 정성을 담은 연하장이라도 준비하여 일일이 그 분들을 찾아 뵈야겠다.
ㅁ한 해 뒤돌아보며 마음 청소하여 마음 맑게 하기 - 역시 12월은 올 한 해를 뒤돌아 보지 않을 수 없다. 올해는 마음고생도 많았고, 일도 많았던 해였다. 마음의 청소를 하며 맑은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연습도 해야겠다.
ㅁ이웃을 위해 내 어깨 내어주기 - 가끔 전화로, 전자우편으로 상처를 내밀어 보이던 이웃들을 위해 하루 정도는 내 어깨를 내어주고 싶다. 답답한 마음을 열어 기댈 수 있게…. 쪽빛 스카프 몇 개 준비하고, 조용한 식당에서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면 그날만 이라도 시린 가슴이 따뜻해질 것이다. 나도 그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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