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구상에서 밝힌 “통일은 대박”이란 이색적인 수사(修辭)를 매스미디어에서 요즘 자주 접한다.
지난주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대박”에 해당하는 공식 영어 표현으로 bonanza(뜻밖에 행운, 횡재)를 쓰기로 했다고 출입 기자들에게 밝혔다. 그리고 대중적 호소가 필요한 경우 보조적으로 jackpot(도박 등에서 일확천금)을 사용 하기로 했다고 한다.
Bonanza는 스페인 어 bonanza에 어원을 두고 있으며 그 의미는 calm sea(고요한 바다), fair weather(좋은 날씨), good luck(행운), rich lode(풍부한 광맥)등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단어가 풍기는 단순한 느낌만으로는 “대박”을 “blank check(백지수표)” 또는 “El Dorado 나 eldorados” 라고 표현하면 어떨까 싶다.
잘 아시는 대로 blank check(백지 수표)란 지불인이 서명하고 금액란을 청구 인이 마음대로 기입하도록 공란으로 남겨둔 수표를 말한다. 그리고 El Dorado는 16세기 스페인의 탐험가들이 신세계 어디엔가 있다고 믿었던 상상 속의 황금의 도시로 매우 풍요로운 곳을 상징한다. 스페인어에서 “el dorado” 는 영어의 the golden(황금으로 된, 황금빛의) 에 상응 하는 단어 이다.
그런데 의외로 “백지수표”의 용법을 on-line Merriam- Webster 사전에서 찾아 보면 complete freedom of action or control(행동이나 통제의 완전한 자유)를 뜻하는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정의하고 있다.
“대박”이라는 단어가 “예상치 못한 어마어마한 횡재를 얻는 것”을 의미하는 경제관념을 상징하는 말로 쓰인 반면 “백지수표”는 경제적인 의미와 전혀 다른 “행동이나 통제의 완전한 자유”를 상징하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만약 “대박”을 전적으로 경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다면 도박, 투기, 요행 등을 연상 하게 된다. 좀 비약하면 한탕주의 또는 속된 말로 먹 튀 등의 부정적 의미로 부각될 수 있다. 사실 경제적인 이득은 경제주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왕왕 외부 환경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외부환경은 필연적으로 호황, 불황 등의 사이클을 동반함으로 아무리 경제주체가 좋은 뜻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해도 시운이 나쁘면 대박의 꿈도 쪽박으로 전락 할 수 있는 불확실성을 내포 하고 있다
만일 박 대통령이 연초에 “교육은 대박”이라는 말을 했다고 가정해보자. 사실 나는 개인적으로 이와 유사한 대통령의 국정 운영 기조(基調)와 수사(修辭)를 더 듣고 싶었다. 이런 경우라면 “대박”을 “Blank Check(행동이나 통제의 완전한 자유)”라고 하면 안성 맞춤이다. 누구나 교육에 시간을 할애하고 투자하면 자유인으로서 잘사는 방법과 자신의 몸값을 올리고 돈 버는 방법을 동시에 터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자신을 알고 그 지식을 기반으로 정진(精進)하여 세상에 필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를 바라면서 “대박” 을 추구해 나갈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만일 노력을 하고서 바라는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모두 돌이켜 자신에게서 그 원인을 찾는 것을 잊지 말자. 타인에 대한 원망은 자신을 옭아 매는 사슬이 되기 때문에 다음 행동을 하는데 추진력을 약화시키는 부작용으로 나타난다.
살다 보면 김연아 선수의 경우와 같이 거의 손에 쥔듯한 챔피온의 자리도 외부요인의 불리한 작용으로 억울하게 빼앗기는 재앙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런 불가항력의 경우라도 지난 일에 연연 하여 의기소침하기보다 훌훌 털고 다시 일어나 새로운 태도로 “대박” 을 추구하라고 세상살이는 가르치고 있다. 김연아 선수는 이번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 자신의 가치를 깎아 내리는 외부의 부당한 영향에 의연하게 대처 하여 자신이야 말로 흠 없는 무관의 여왕임을 만천하에 과시 했다.
식물학자들이 나무에 돈이 열리는 종자를 개발 하면 틀림없이 대박을 터트릴 수 있을 것이다. 그보다 더 현실적인 풍요로움에 접근은 삶의 주체인 각 개인이 좋은 생각의 씨앗을 마음속에 심어서 좋은 결실을 이루도록 마음의 밭을 가꾸는 일이다. 자기자신의 몸과 마음을 자유자제로 통제 할 수 있는 역량이 일정수준에 도달하면 하는 일에 질적 생산성이 향상 되여 자신의 효용가치를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비로소 추구하는 일을 여유를 가지고 즐기는 자유인의 길이 열린다. 그리고 bonanza(뜻밖에 행운, 횡재)가 아닌 정당한 노력의 대가로서 blank check(백지 수표)를 기대 할 수 있는 자리에 서게 된다.
롱펠로의 인생찬가를 읽으며 겨울 동안 마치 바람 빠진 공처럼 탄력을 잃은 내 몸과 마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본다.
Let us, then, be up and doing,
자 우리모두 일어나 활동하세,
With a heart for any fate;
어떤 운명이 온다 하여도 용기를 가지고
Still achieving, still pursuing,
이루며 추구하며
Learn to labor and wait.
일하며 기다리며.
오늘 대박에 관한 글을 마치면서 외부환경 변화와 상관없이 스스로 풍요로운 삶을 만들어 나가는데 참고 할 만한 성현의 어록 몇 가지를 골라 보았습니다:
知人者智自知者明(다른 사람을 아는 사람은 지식이 많지만 자기를 아는 이는 깨달은 사람이다.)
勝人者有力自勝者强(남을 이기는 사람은 힘이 센데 불과 하지만 자기를 이기는 이는 강한 사람이다.) - 노자 도덕경 33장 중에서
行有不得者 皆反求諸己(어떤 일을 하고서 바라는 결과를 얻지 못하면 모두 돌이켜 자신에게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맹자 이루상에서
No man is free who cannot command himself. - Pythagoras (570BC-495BC)
자기 자신을 자유자제로 통제 할 수 없는 사람은 자유인이 아니다. – 피타고라스(570BC-495BC)그리스철학자, 수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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