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일기(25) : 역답사(영주역-예천역)
1. ‘경북선’(김천역-영주역)은 무궁화호만 달리는 구간이다. 이 구간 열차들은 다른 어떤 곳보다 여유롭고 천천히 달린다. 특히 예천역과 영주역 사이는 거리가 멀지만, 속도는 오히려 줄어든다. 속도가 줄면 기차 달리는 소리는 생생하게 들려오고 창밖 풍경은 명확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과거 완행열차의 정서가 되살아나는 것이다. 최근 빠른 속도로 달리는 열차에서는 만나기 힘든 정물화적인 정취의 발견이다.
2. <영주역>은 공사 중이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서인지 역 앞 식당들에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혼잡한 역 앞이지만, 신호등은 없다. 거리를 아슬하게 사람들과 차가 뒤섞이고 있었다. 역에서 조금 걸어가는 ‘영주시청’이 나타난다. 시청 앞도 혼잡하지만 새로운 느낌이 없다. 전형적인 낡은 지방도시의 분위기이다. 시청로를 채운 다세대 주택들은 사람들은 많지만 발전가능성은 줄어들고 있는 이 도시의 현재적 위치를 말해주고 있다.
3. 그럼에도 영주역은 나름 한반도 동쪽의 중요한 교통의 중심지역이다. <김천역>과의 사이에 경북선이 지나고, 안동과 부산 지역을 향해 ‘중앙선’이 달린다. 운행횟수는 많지 않지만 동해지역과 충북 지역까지 다양한 기차노선이 역 앞을 가득채우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별한 노선은 ‘백두대간 노선’으로 협궤열차가 다니는 구간이다. <승부역>, <철암역> 등 한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신비스러운 역들을 갈 수 있는 곳이 ‘영주역’인 것이다. ‘백두대간 코스’는 관광상품으로만 운영되는 것 같으며 수요일에서 일요일까지만 열차가 달린다. 빡빡한 일정이지만, 한 번 시도해 볼만한 코스인 듯싶다.
4. <예천역>은 영주역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이다. 역 앞도, 거리도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그만큼 인구수가 적다는 방증일 것이다. 도시의 분위기도 새로 건설된 시청의 웅장함과 어울리는 현대적 느낌이 거리 곳곳을 이어준다. 중심도로를 따라 걷다 ‘경북도립대학’을 만났다. 지방을 다니다 보면 가끔 보게 되는 ‘도립대학’의 정체가 궁금해진다. 지방의 모든 대학은 지금 소멸 중이다. 과거에는 어느 정도의 명성과 지분을 갖고 있던 국립대학도 점차 위상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도립대학’의 의미는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아무튼 대학으로 들어가는 길이 여유로웠고 풍성한 가로수들이 반겨줬다는 점은 기억날 것같다.
첫댓글 - 서로를 이어주는 길을 따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