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반사경
지난 해 성탄 연휴가 끝난 12월26일 이른 아침 모처럼 바람도 쐴 겸 나들이에 나섰다. 나들이할 행선지는 아산시 도고면 봉농리에 있는 세계꽃식물원이다. 이곳을 찾아가게 된 것은 아침 방송에서 그 식물원에서 크리스마스 꽃 축제가 열리고 있다는 현장을 보았기 때문이다.
일기 예보에서는 경부고속도로 곳곳에 짙은 안개가 끼어 있다며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었다. 짙은 안개가 점점 옅어지는 가운데 천안IC를 통과해 천안시내로 들어섰다. 현충사에 이르는 곡교천 제방 길 따라 단풍철이면 많은 관광객이 몰려드는 은행나무 가로수 길을 달리다 보니 어느 새 온양 시내로 들어 설 충무교가 눈에 들어왔다.
봄날 같은 날씨-차창을 열고 차 안에 시원한 바람을 불어 넣었다. 열린 창밖으로 보이는 한 식당에는 점심시간을 맞은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었다. 모범식당 무궁화 표지가 붙은 식당 안에 들어섰다. 식당 안에서 눈길을 끄는 벽면에 붙은 흑백사진 한 장 앞에 섰다.
흑백 사진 아래에는‘국무총리 임명장 수여식 후 연회 시 고 박정희대통령 내외분과 함께(1971)’라고 써 있었다. 그러고 보니 지금으로부터 35년 전 사진이다. 잠시 눈길을 주고 사진을 더 자세히 보다가 또 다른 천연색 그림들이 같은 벽면에 붙어있는 것을 보았다. 그림에는 “충무경 10경도”라 하여‘녹둔도 싸움’‘거북선을 만들다’‘’임기응변과 용기‘ ’홀 어머님께 효도‘ ’한산섬 달 밝은 밤에‘ 라고 설명문이 써 있었다.
‘한산섬 달 밝은 밤에‘ 바로 옆 같은 높이에 박대통령의 천연색 초상화가 나란히 붙어있었다. 음식을 나르던 도우미에게 “어떻게 박대통령 사진이 걸려 있느냐?”고 물어 보았다. “우리 식당 사장님이 박대통령을 무척 존경하고 있다”고 했다. 계산대에 앉았던 여사장 역시 같은 말을 하며 벽면의 초상화를 가리켰다.
언젠가 대전 근교 한 보리밥 집을 찾았을 때 식당 응접실 벽면에 예복을 한 박대통령 천연색 좌상 커다란 사진이 걸려있는 것을 보았었다. 그 때 계산대에 앉았던 한 여인에게 사진이 걸리게 된 사연을 물어 보았다. “우리 형부요? 박대통령을 얼마나 존경하시는지 몰라요!”라며 활짝 웃었었다.
세계꽃식물원 입구에는 몇 대의 버스와 승용차가 주차하고 있었고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식물원에서 체험학습을 하는 초등학생들이 이 화원 저 화원을 마치 나비처럼 날아다니며 즐기는 모습을 보았다. 공기정화 기능이 높다는 에코정원, 향기정원, 초화정원, 테마정원 생태연못을 비롯한 곳곳에 아름답게 피어 손짓하는 꽃들을 담았다. 천연 꽃수건 만들기 천연목욕 비누 만들기 체험 현장을 거쳐 입안에 가득 퍼지는 향기로운 꽃향기를 느낄 수 있다는 꽃 비빔밥 얼굴도 보았다.
꽃 축제 식물원에 다녀오며 식당 안에서 민심의 한 반사경을 보고 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7.1, 17.)
첫댓글 오늘날의 암울한 상황이 박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더욱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네. 그래도 마음 한편으로 존경하는 지도자에 대한 추억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생각해본다네..
수년전 서울근교 도선사에 갔을때 법문을 강론하는 강당의 벽면에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초대형 초상화가 한벽면을 차지하고 걸려 있는 것을 보고서 숙연함을 느꼈던 일이 떠오르네.
박정희 대통령~~~세월이 갈수록 더욱 그립습니다!!! -_-
어디에 가면 박정희 대통령의 초상화를 구할 수 있을까 ? 나도 좀 찾아보아야 겠는데 .... 아 ! 생각났다 임정빈이 재미 지식교훈 851에 올려놓은 "고 박정희대통령" 에 들어가 봐야겠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