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마라톤, 풀코스를 뛰어야 할 이유
전남 목포 사람으로서 우리나라 동쪽 가장 끝에 있는 미지의 섬이라고 할 수 있는 울릉도! 거기에 마라톤이라니, 정말 낭만적인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근 이직을 하게 되면서 여행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극 J인 내가 하루 전 인터넷을 두리번 거리며 준비한 여행이라니...
처음은 울릉도는 만끽하고자 풀코스가 아닌 하프코스를 선택 했다. 날씨가 덥거나, 뛰기 싫다는 마음이 생기면 10K코스로 마무리 해도 무방 하였다. 그런데 크루즈로 울릉도 사동항에 발을 내딛고, 렌트카로 이동을 하며, “아 이곳에서 뛰어 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머리에 점점 맴 돌았다.
지금까지 4번의 풀코스 경력이 있는 나는, 매번 대회 때마다 녹초가 되었다. 그것을 잘 알고 있는 아내는 쾌적하고 원활한 여행(?)을 위해 그냥 하프까지만 뛰길 바랬다. 첫 날 오전, 오후 관광을 하며 큰 고민거리도 없었지만 검고 푸른 울릉도의 산과 바다, 그리고 수평선 너머로 불어오는 바람을 맞고, 눈에 아름다운 풍광을 담다보니 내 마음은 평온해졌다. 더이상 “풀코스를 뛰지 않을 이유를 찾기 힘들었다”로 바뀌어 버렸다.
마라토너, 여행자
그렇게 실력이 출중하지는 않지만 항상 나의 대회목표는 PB(기록경신)을 위해 달려왔다. 이번 울릉도 마라톤 만큼은 내려놓고, 섬을 만끽하고자 했다. 왜냐하면 다시 울릉도를 찾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출발은 사동항 근처 울릉문화 예술 체험장에서 출발했다. 전날 비가 조금 내린 탓에 땅을 질퍽거렸고 공기는 무거웠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섬을 한 바퀴 돌며 풀코스(42.195km)를 달리는 마라톤 대회라서 그런지 참가자들도 경쟁보다는 여행자의 마음으로 참여하는 것 같았다. 식전행사로 목포에서 보았던 500대 드론쇼를 보다가 5대의 소박한 드론쇼를 보니 더욱 정이가는 대회가 되었다.
사회자의 출발안내와 함께 모두들 뛰어나간다. 달리는 중간 표정을 보니 입상을 목적으로 한 몇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들 행복한 기대감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시작하자마자, 국내 최대 난코스로 악명높은 곳임을 실감하게 되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뱀 같은 언덕길,, 그리고 울릉도 상남자 드라이버들의 추월 우리는 달리고 있었고, 그들은 목적지로 가고 있을 뿐이었다. 뭔가 불규칙속에 존재하는 규칙같은 아이러니 함이다. 이것처럼 울릉도 마라톤은 정제되어 있지 않은 거칠고 투박한 야생의 마라톤이었다.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이 있는 법, 더욱 급한 경사 때문에 나의 소중한 무릎을 위해 더욱 천천히 내달려야 했다. 달릴때마다 울릉도를 둘러싼 기암괴석과 우뚝솟은 촛대같은 산, 무너질 것 같은 절벽과 단층들을 보며 눈요기하며 달렸더니 지루하지 않았다. 날씨가 더운탓에 운영팀에서는 2.5km마다 보급소를 설치해 주었다. 여느 대회와 다르지 않지만 비밀에 둘러쌓인 20L짜리 기름 말통이 보였다. 물맛이 다르고 시원하다고 했더니 이것이 바로 울릉도 해양심층수라고 한다. 한잔의 심층수에 나의 몸속 깊은 곳까지 시원하게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빨리 달리지 않고 보급소에서 주는 심층수와 이온음료만 먹으니 땀배출보다는 소변이 마려웠다. 20Km까지 4번은 들렸던거 같다. 하하호호 사진을 찍으며 함께 내달린 4명과 보내다 보니 어느새, 37km 지점, 어제 아침밥으로 먹었던 따개비 칼국수 태양식당 사장님의 파이팅을 받고, 편의점에 들려 시원한 아메리카노는 다시 느끼지 못할 마라톤 여행의 백미였다.
드디어 마지막 결승선 통과 벌써 출발한지 5시간 40분이 흘렀다. 시간이 흐른만큼 우리의 추억도 겹겹이 쌓여 흐르고 넘쳤다. 비록 5만원의 비싼 참가비를 냈지만 나는 30만원 이상의 행복을 얻었던 즐거운 마라닉 같은 여행이었다.
울퉁불퉁 미운 동그라미 울릉도,,
그 어떤것 보다, 예쁜 나의 동그라미 울릉도..
지금도 너가 그립다,,울릉도 그리고 독도야
첫댓글 오! 마라톤과 여행
한꺼번에 두개를 할수있는 울릉도
후기만 읽어도 가고싶은 맘 뿜뿜이네
요트대회 참가했으면 독도를 가봤은텐데
7일의 휴가를 얻지못해 못가본 독도!
주완이가 왜이리 부럽냐 ㅎㅎ
가족들과 같이 즐거운 여행이 된걸 축하하고
완주 축하해!
나는 갈까말까 겁~나게 고민하다가 실행을 못했는 데, 참가한 주완이가
대단하게 느껴지고
더구나 가족과 함께 한 모습이 부럽기만 하다~
풀코스 완주 축하한다^^
많은 사람들 틈에서도 잘생김이... ㅎ 내가 가서 뛰지는 않았지만 괜시리 내가 다 뿌듯한 느낌이 드는 ㅋ
그리고 부럽기도 하고 다음에는 울릉도 마라닉여행도 기획해 봐도 좋을것 같아요~
공주가 태극기 흔드는 모습이 가슴 뭉클하네요...애국심이 ... 무튼 대단하고 멋있어요^^
목마 얼굴 ~ 서주완님 완주 추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