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부터 오기 시작한 5월의 봄비가 어린이 날을 적신다. 어린이 세상의 날에 밖으로 야외로 나가 젖지 말라는 뜻이 아니리. 봄비에 촉촉히 젖어 초록 짙어가는 나무들처럼 쑥쑥 푸르게 자라라는 의미일 것이리. 전 날 이미 어린이 집, 유치원, 학교, 학원에서 어린이 날 기념 선물 다 받았고, 오늘의 즐거운 야외 계획은 비와 함께 마음의 물감을 칠할 것이다. 이미 포장을 풀어 본 선물의 내용이 집집마다 아이들의 환호와 맛있는 촉감으로 집안 가득 퍼졌을 텐데, 어느 선물은 화려하고 푸짐하고 또는 단촐했으며, 아이들 감각에 행복한 입맛을 꽃 피웠을 것이다. 넘치고 흐드러진 풍요함으로 채색된 어린이 날......미술학원 선물은 고작 스케치북 한 권이었다. 눈부신 색깔도 지니지 않았고, 맛 있게 먹어 치울 맛도 없는 종잇장 묶음이다. 그래서 겉장에 흰 라벨 스티커를 붙여서 나눠 준 뒤, 거기에 이름을 쓰고 간단한 그림을 그려 넣도록 했다. 그냥 받으면 끝나지 않고, 무언가 뒤풀이 작업을 첨부하는 과정이 어떤 신박한 반응을 일으킨 것일까? 몇몇 결과 그림이 일반 스케치북의 표지에 인쇄 된 그림 못지 않게 멋진 작품이었다. 물론 평소에 표현력과 집중, 그리고 창의력이 있는 능력에 따라 당연히 나온 결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