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내가 땅의 기초를 놓을 때 너는 어디에 있었느냐?
“내가 땅의 기초를 놓을 때에, 네가 거기 있기라도 하였느냐? 네가 그처럼 많이 알면, 내 물음에 대답해 보아라. 누가 이 땅을 설계하였는지, 너는 아느냐? 누가 그 위에 측량줄을 띄웠는지, 너는 아느냐?”
- <욥기> 38장 4절
욥은 흠이 없고 정직한 사람이었다. 그는 동방의 최고 부자였지만, 큰 잔치를 마치고 나면 다음 날 자식들도 모르게 일어나 신에게 제사를 올리는 완벽한 인간이었다. 신은 욥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사탄(원래 사탄은 신의 임무를 맡아 인간을 시험하고 평가해 신에게 고발하는 역할을 한다)에게 지상에 내려가 욥을 살펴보라고 일렀다. 욥을 보고 온 사탄이 말했다.
“욥이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이 하나님을 경외하겠습니까? 주께서 그가 가진 모든 것을 감싸주고 그에게 복을 주어 그가 많을 땅을 소유하게 하였기에 욥이 주님을 경외합니다. 이제 주께서 그가 가진 모든 것을 치시면 그는 주님 앞에서 주님을 저주할 것입니다.”
사탄은 인간들이 왜 신을 맏는지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신은 사탄이 욥을 시험하는 일을 허락했다. 사탄은 욥이 소유한 가축, 집, 종들 그리고 그의 자식 열 명의 생명도 앗아간다. 이해할 수 없는 비극을 당하고도 욥은 자신의 신앙을 지킨다. 욥은 일어나 슬퍼하며 겉옷을 찢고 머리털을 민 다음 머리를 땅에 대고 엎드려 경배하며 “모태에서 빈손으로 태어났으니, 죽을 때도 빈손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주신 분도 주님이시요 가져가신 분도 주님이시니, 주의 이름을 찬양할 뿐입니다.”라고 기도한다.
신이 사탄에게 욥을 자랑했다. 사탄은 주에게 그의 뼈와 살을 치시면 사탄을 저주할 것이라고 말한다. 신은 사탄에게 욥에 대한 시험을 맡기며 그의 생명만은 건드리지 말라고 했다.
욥은 발바닥에서 정수리까지 악성 종기가 나서 고생한다. 한때 동방의 최고 부자였던 욥은 잿더미에 앉아 옹기 조각으로 자신의 등을 긁어댄다. 욥의 아내는 융통성이 없는 남편에게 차라리 신을 저주하고 자살하라고 종용한다.
<욥기> 3장에서 욥은 우주와 생명의 기원을 들먹이며 신에게 불평을 늘어놓았다. 찾아온 친구들에게 신의 뜻을 안다고 주장하거나 자기 자신이 제일 지혜롭다고도 했다. 신이 욥에게 질문했다.
“네가 누구이기에 무지하고 헛된 말로 내 지혜를 의심하느냐? 이제 허리를 동이고 대장부답게 일어서서 묻는 말에 대답해 보아라.”
욥이 아무리 의롭고 지혜롭다고 해도 그의 지식이 삼라만상이 운행하는 원칙을 알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신이 보기에 욥이 우주와 생명의 기원에 대해 떠벌리는 행위는 ‘무지의 소치’다. 신이 계속 말했다.
“내가 땅의 기초를 놓을 때에 네가 거기 있기라도 하였느냐? 누가 이 땅을 설계하였는지 너는 아느냐? 네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네가 아침에게 명령하여 동이 트게 해본 일이 있느냐? 죽은 자가 들어가는 문을 들여다본 일이 있느냐? 세상이 얼마나 큰지 짐작이나 할 수 있겠느냐? 빛이 어디에서 오는지 아느냐? 어둠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아느냐?”
하지만 욥은 도저히 신의 의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흠이 없고 정직한 욥이 왜 아무런 이유 없이 고통을 받는 것일까? 신이 위대하고 선하다면 악이 존재할 수 있는가? 왜 착한 사람들이 세상에서 고통을 받는가?
삶에는 두 가지 길이 있다. 자연의 길과 은총의 길. 은총은 스스로의 유익을 구하지 않는다. 무시당하고, 잊혀지고, 말없이 미움을 당한다. 모욕과 상처를 입기도 한다. 그러나 자연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애쓴다. 외부가 자신에게 기쁨을 주기를 바란다. 다른 이들의 주인 노릇을 하고 싶어 한다. 많이 소유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욥은 신이 보여준 우주와 대자연의 신비를 보면서 자신은 우주의 한 점에서 한 순간을 사는 존재임을 깨달았다.
“주께서는 못하시는 일이 없다는 것을 이제 저는 알았습니다. 주님의 계획은 어김없이 이루어진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잘 알지 못하면서 함부로 말을 하였습니다. 제가 알기에는 너무나 신기한 일들이었습니다.”
세상은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놀라움과 신비로 가득 차 있다. 아침이면 왜 해가 뜨는지, 하늘에서 눈이 왜 내리는지, 인간은 어떻게 두발로 걷고 뛰는지, 두 살 난 아이가 어떻게 말문이 트이는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만나 어떻게 사랑에 빠지는지, 인간들이 죽은 후에는 어디로 가는지……, 삶은 경외로 가득 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