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스토리문학 2016 겨울호(통권97호) 발표작
탁상용 선풍기 외 1편
안원찬
회사에서 사용하던 개인 물건을 집으로 옮겼다
그 중에서도 아내가 주목하는 것은 탁상용 선풍기다
한참 뚫어지게 보더니 주방으로 데려 간다
사무실 컴퓨터 옆에 앉아 울적해본 적 없는 고마운 친구
지금껏 실컷 부려 먹기만 했다
일찌감치 병원에 데려가 갈비뼈 깁스라도 해줄 걸,
날개 보호망 손만 대면 부서진다
그런데 서재에서 또 사용하고 있으니 얼마나 심한 욕을 해댈까
하지만 아직도 가래 끓는 소리 없이 잘 돌아간다
1988년생 18W다
자식들에겐 관심 없는 골동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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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몸살
소식 끊고 지내던 여인, 어느 날 불쑥 찾아와
살가운 측근이 되어달라며 끈질기게 졸라댄다
바깥일은 고사하고 밥맛조차 앗아가고
저만 챙겨달라 보채고 앙탈 부린다 잊을만하면 찾아와 생활 흩트려 놓는
그녀의 강짜 날이 갈수록 드세어진다
콧물이 내를 이루고 그렁그렁 가래 끓고
눈알 튀어나올 듯 토해내는 기침
삼백육십 개 뼈마디가 아근바근
일백삼십억 개 신경세포 육백오십 개 근육
동침으로 찔러대듯 콕콕 쑤셔댄다 그녀 앞에 간절한 심정으로 무릎 꿇고
생업까지 중단해서야 되겠냐고
아무리 사정해도 콧방귀도 안 뀌던 그녀
한 달포 내 생의 멱살 잡고 마구 흔들어대더니
어느 날 홀연 거짓말처럼 자취를 감춘다
안원찬
강원도 홍천 출생, 2013년『시에티카』를 통해 작품 활동, 시집『지금 그곳은 정전이 아니다』,『가슴에 이 가슴에』,『귀가 운다』외
anwc77@hanmail.net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1.제게도 골동품 하나 있답니다.
2.감기몸살 심하면 정말 저 인간 좀 어떻게 못 떼어내나 싶다가도 미운 정 들듯이 그렇더라구요 ^^
너무 아픈 사랑 후에 먹먹한 가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