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ㅇㅇ 요양 병원에서.....
정문을 들어서면
등잔불 목화심지 타는 냄새가 난다.
기름이 다 말라가니 불꽃은 시들시들
심지가 타들어간다.
병동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꼬릿한 냄새가 난다.
늙고 병든 사람들뿐이니
향기가 날 리 없겠지.
병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구리고 지린 냄새가 난다.
아무리 간병을 잘해준다 해도
그럴 수밖에
아니, 그건 사람 본연의 냄새일 게다.
돌고 돌아 외진 여길 용케도 찾아와 모였지만,
당신만의 길고 질긴 마음속에 갇혀
갖가지 표정으로 흩어지는 시선
그 흐릿한 난반사가 갇혀 있는 곳 .
파란만장한 세상을 뒤로하고 예 왔음을,
달랑 홀로 남게 되었음을,
뿌연 기억 속에 옛날을 그려보고 있음을,
결국 망가져버린 육신임을,
서서히 꺼져 가는 등잔불임을,
이리도 비참한 나인 것을,
왜 그토록 힘들게 세상을 살았을까?
지쳐 꼼짝을 못하도록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지금 이 순간이 그런 나임을 엄연히 확인하는 곳.
여기선 웃음꽃이 피지 않는다.
무표정한 얼굴엔 스믈스믈 시름이 기어간다.
아예 일출이 없고,
서산에 해가 떨어지고 있는 날만 이어진다.
내 마음을 다스리는 것도 내 마음이니
마음이 날아올라 살펴보곤
도로 멀리 날아가 버립니까?
늙고 병든 사람이여!
어쩔 수 없어 예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예가 싫지요?
저기 울타리
가을 햇볕 속에 핀 한 포기 들국화를 보소서.
벌들이 모여 이 꽃 저 꽃으로 날고 있죠?
한 때인 것을,
자식들은 이렇게 밖에 못함을 아파하지만
인생이 그런 걸
어떡하지요?
어찌하지요?
이렇게도, 그렇게도
모자랄 뿐입니다.
2008. 10. 13(월) / 최 운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