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의 가족 여러분!
4년 전 제가 이 대학의 초대 총장으로 부임하면서 다짐한 것은 “반드시 이 대학을 살려내겠다”는 각오였습니다. 그러나 취임해보니 재정 문제나 조직의 결집 문제 등 여러 가지 조건이 열악하고,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중간에 몇 번 자리를 박차고 그만 둘 생각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초심(初心)을 유지하려는 각오와 이 제주에 사는 지식인으로서 임무를 완수해야 된다는 사명감 때문에 오늘까지 오게 됐습니다.
여러분들은 저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릴지 모르겠지만, 4년 동안 저는 정말 열심히 했다고 자부합니다. 저도 여기 오기 전 다른 곳에서 조직의 장이라는 책임을 맡은 적이 있었습니다. 경영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그러나 이 대학처럼 한 가지 현안을 해결하면 또 다른 현안이 나타나는, 난관이 말 그대로 첩첩산중이었습니다.
이제 저는 이 대학을 떠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이 대학을 떠날 때 여러분과 함께 술이라도 한잔 하면서 기분 좋게 떠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이 대학이 직면한 사태들을 생각하면, 떠나는 저의 발길이 천근만근 무겁기만 합니다. 구성원들의 의지와 뜻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고, 지금도 수면 하에서는 갈등이 내재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삼의 가족 여러분!
저희들이 그렇게 고생하고 희생해가며 노력했던 구조개혁들이 이번 대학 기본역량 진단에서 대부분 반영되지 못했습니다. 참담하고 억울합니다. 우리가 뼈를 깎는 아픔과 희생으로 노력한 내용들을 개략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선제적 구조조정입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구조개혁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입학정원 800명이었던 학생정원을 2017학년도 760명(40명 감축), 2018학년도 709명(51명 감축), 2019학년도에는 630명(79명 감축)으로 조정했습니다.
대내・외 교육환경 변화에 따른 학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대적인 학과 통・폐합입니다. 2018학년도 현재 27개 학과체제를 2019학년도에는 19개 학과체제로 대폭 축소 조정했습니다.
또 구조개혁 차원에서 인적 구조조정도 했습니다. 명예퇴직・희망퇴직 등으로 장기근속 교직원 33명(교수 23명, 직원 10명)이 학교를 떠났고, 그만큼 교비회계 지출 부문의 인건비 비중이 낮아졌습니다.
둘째, ‘부채 Zero’, ‘균형예산 기반 조성’ 등 대학 재정이 탄탄해졌습니다. 2015학년도 기준, 차입금과 미지급 임금 등 대학의 부채는 300억 원에 가까워 기본금을 완전히 잠식한 상태였으나, 구)탐라대학교 캠퍼스 매각에 따라 부채를 완전히 해결함으로써 이제는 ‘부채 Zero(0)’인 대학이 됐습니다. 그동안 밀렸던 미지급임금이 해결되어 여러분들의 저녁이 편안해진 것도 보람이었습니다.
과거 등록금 수입을 초과하여 지출되던 인건비 비중을, 교직원의 동의를 통해, 등록금 수입의 50% 수준으로 조정함에 따라 예산 불균형을 해소하고, 균형예산 기반을 조성했습니다. 2015학년도의 경우 등록금 수입은 86억여 원이었으나 인건비 지출은 89억여 원으로 3.6%가 초과했습니다.
그러나 2018학년도의 경우 등록금 수입 112억여 원 가운데 인건비 지출은 54억여 원으로 그 비중은 48.4%에 불과합니다. 이 모든 것들이 재정적으로 안정적이고 정상적인 대학을 만들려는 여러분들의 희생이 산물입니다. 우리 대학의 앞날을 생각해서 내린 여러분의 큰 희생을 생각할 때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투자적립금 123억 원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 적립금은 향후 대학의 유동성 위기를 대비한 준비금과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투자자금으로 활용돼야 합니다.
셋째, 대학경영의 정상화입니다. 2012년 시작된 임시이사 체제가 끝나고, 2016년 7월 현재의 정이사 체제가 출범했습니다. 이사회 운영이 안정됨에 따라 학교법인 소유 수익용 자산(공시지가만 약 72억 원)의 활용이나 개발을 통한 법인의 전입금을 증대시키는 노력이 요망됩니다.
2014년 초대 총장 취임 이후 지난 15년간 재단 분규로 무너졌던 학사제도의 구축입니다. 「교원업적평가규정」, 「직원인사관리규정」 등의 제・개정을 통해 교직원 인사제도를 혁신했습니다. 「교원 보수규정」, 「직원 보수규정」, 「학과구조조정 규정」 등의 제정을 통해 대학의 체질을 개선했습니다. 「수업운영에 관한 처리규정」, 「강의평가운영규정」 등 학사제도도 복원했습니다.
교육환경 개선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왔고, 앞으로도 이 방면에 대한 투자는 계속돼야 합니다. 구)탐라대학교 매각 대금을 재원으로 대학건물 방수 및 도장, 강의실 냉・난방기 설치, 학생생활관 개보수 공사 등 53건의 교육환경 개선 공사를 실시했으며, 2017년 결산 시점 누적 투자액은 약 38억 원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는 짧은 투자 기간에도 불구하고, 교육효과 증진과 학생 만족도 향상에 점진적으로 기여할 것입니다.
또 2016년 대학 정상화를 갈구하는 교직원들의 열망이 자발적인 하원마을 발전기금 출연으로 이어져 86명의 교직원들이 약 10억 원을 출연, 구)탐라대 매각을 가능케 만든 것도 큰 보람이었습니다.
존경하는 삼의 가족 여러분!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탐라대가 매각되기 전까지는 연필 한 자루 살 여력도 없었습니다. 우리 대학 구조개혁의 시동은 탐라대 매각이 완료된 2016년 하반기 부터입니다. 그리고 2017년 1년 동안 개혁한 결과가 바로 조금 전에 열거한 내용들입니다. 그런데 평가 대상 기간은 2015년과 2016년, 즉 돈이 없어 정상화 노력을 시작도 못한 때부터 적용하는 바람에 오늘 같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대학이 좋은 평가를 받으려면 평소 평가지표 관리와 축적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런데 우리 대학은 이런 평가를 받아 본 경험이 없었습니다. 몇몇 교수님들이 중심이 되어2018년 대학교육역량진단 사업을 열심히 준비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경험이 없었고, 재정적 여력이 부족했던 2015년과 2016년까지는 우리 구성원들의 축적된 역량이 미흡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환경이 황당한 결과를 낳고 말았습니다.
이런 고충을 성명서를 통해, 제 개인적인 친분 관계를 활용해 여러 요로에 전달했습니다. 교육부가 양 대학의 통합을 승인하면서 25개 이행과제를 명령한 것은 대학이 정상화 되지 못한 때문이다. 마지막 이행과제인 탐라대 매각이 완료된 시점에서 정상화 여부를 판단하고 그 때부터 3년간을 평가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평가에서 2015년과 2016년까지 기간을 포함한 것은 확실히 부당한 조치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재정지원 제한대학’의 신입생이나 편입생에 대한 국가장학금 제한 조치와 관련해서는 “국가장학금은 우리 국민이 낸 세금이다. 결코 교육부 관리들이 이리저리 재단하면서 나눠주는 재원이 아니다. 우리 국민 모두가 대학에 들어가서 어느 정도의 조건만 충족되면 당연히 받아야 하는, 우리가 낸 세금이다. 이 정책은 헌법과 교육기본법에도 분명히 명시된 ‘교육 기회 균등’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우리나라 헌법은 제31조 1항을 통해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교육기본법 제4조 1항에서도 “모든 국민은 성별·종교·신념·인종,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 또는 신체적 조건 등을 이유로 교육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교육부가 교육기본법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헌법 소원이나 교육부를 상대로 한 행정소송 제기도 불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결과에 따라 행정소송 제기도 검토해야 합니다. 저도 재야에서 열심히 돕겠습니다.
사랑하는 삼의 가족 여러분!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여러분의 미래가 중요합니다. 이 대학을 살려낼 것인가? 문을 닫을 것인가는 여러분이 선택해야할 몫입니다. 저는 이 대학이 충분히 살아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저는 제 임기 동안 이 대학이 살아날 수 있는 물적・제도적 기반을 다져 놓았다고 확신합니다. 따라서 여러분이 단합하고, 협력하고, 노력하면서 주인의식을 가지면 살아납니다. 이제 조금 있으면 우리 대학에 한파가 몰아칠 것입니다. 이런 때일수록 새로운 총장을 중심으로 단합해야 합니다.
이번 대학 기본역량 진단을 겪으면서 평가 지표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총장이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또 출중한 어느 보직교수가 노력했다고 해결되는 내용도 아닙니다. 오랫동안 축적된 집단의 노력이 중요합니다. 바로 이것을 집단지(集團知)라고 합니다. 이런 집단지를 창출해 낼 수 있느냐, 없느냐가 핵심입니다. 이런 집단지만 갖출 수 있다면, 3주기 기본역량 진단 평가는 쉽게 통과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제가 자주 인용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바로 조선조 말 동학 창시자였던 수운(水雲) 최제우 선생님이 말한 내용입니다. “어느 국가든 쇠운(衰運)이 극에 달하면(지극하면) 성운(盛運)이 온다. 그러나 그 성운은 모든 구성원이 동귀일체(同歸一體)해야 된다.” 즉, 모두의 마음을 하나로 바쳐 전체를 생각했을 때 왕성한 성운이 온다는 뜻입니다. 우리 대학도 모든 구성원들이 일치단결해 대학의 발전을 바란다면 바로 성운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이 꾸는 꿈은 단순한 꿈에 지나지 않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꿈을 꾸면 그것은 현실이 된다”(오노 요코 : 비틀즈 멤버 존 레논의 아내)는 말도 기억해야 합니다.
삼의 가족 여러분!
이 대학에 4년간 재직하면서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습니다. 제가 살아온 역사의 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공직자의 덕목으로 꼽은 “언제든지 깨끗하고 가볍게 공직을 떠날 준비를 하되 사랑을 남겨야 한다”는 유애(遺愛)정신처럼 이 대학에 사랑을 남기고 떠납니다. 이 대학이 성공하고 발전해야 제 인생의 일부도 성공하고 발전하는 셈입니다. 조직의 발전은 구성원들이 사랑하는 만큼만 발전합니다. 이제 4년 동안 이 대학을 위해 바쳤던 저의 격정적인 사랑은 노을이 되어 희미해져 갑니다. 그런 사랑을 남겨두겠습니다. 앞으로 어려움에 봉착할 때마다 제가 힘이 된다면, 불원천리 마다하고 달려와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드립니다.
여러분! 절망의 끝은 희망의 시작입니다. 여러분 모두 합심해서 희망의 불꽃을 만들어 가시기 바랍니다. 그동안 저 때문에 상처 받은 사람들이 계실 것입니다. 모두 학교를 살리려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라 널리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저에 대한 기대나 관심을 많이 가졌던 분들도 계십니다. 그런 분들이 기대했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떠나는 저의 마음, 무척 아픕니다. 그러나 여러분들이 학교를 살리려고 노력할 때는 큰 성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겠습니다.
끝으로 우리 대학 정상화의 마지막 관건이었던 탐라대 매입에 협조를 아끼지 않았던 제주특별자치도 원희룡 지사님과 도의회 의원님들, 동원교육학원 전・현직 이사장님을 비롯한 이사님들, 제주국제대학교 총동창회 전・현직 회장님을 비롯한 임원님들, 그리고 제주 도민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여러분! 힘내시고, 건강하십시오, 여러분, 정말 사랑합니다.
2018년 8월 31일
고 충 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