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 상 포 인 트
― 첫눈, 파김치, 꽃소금, 햅쌀밥, 생명의 기쁨이여
언젠가 1970년대에 첫눈을 <하릴없이 숫눈발 속에 다시 서노니 초경(初經)의 비린내 풋풋한 순수함이여. 너의 심부(深部)에 언제나 깊고 어둔 발자취를 남겼으되, 이 눈길 위에 다시 새로운 발자국. 오오 편편(片片)으로 흩어지는 하늘의 전신이 흰 북소리 둥둥 울릴 때 과거가 어찌 남김없이 용서받고 기억들이 어찌 위무받느뇨.〉(김은자,「初雪」앞부분)라고 노래한 시를 읽고 참 신선하다고 느낀 적이 있었는데요.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젊은 시인 이윤학의 이 시「첫눈」을 읽으면서 다시 새로운 마음의 울림을 느꼈습니다. 이 시에는 삶의 온갖 고단함과 서글픔이 배고픔의 이미지로 집중되면서 생의 감각을 강렬하게 환기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첫눈을 보면서 파김치를 연상하고 햅쌀밥을 떠올린다는 것은 그 자체가 벌써 특이한 감각이라고 하겠지요. 얼마나 오랫동안 생의 신산과 고단함, 그리고 배고픔을 겪어왔으면 내리는 숫눈발을 보면서 파김치와 햅쌀밥으로서 밥 먹는 일을 떠올린다는 말인가요? 그야말로 시인의 어둡고 쓸쓸한 유년의 내면풍경, 그리고 젊은 날 뒤안길의 풍정이 깊게 스며들어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면서도〈첫눈/스테인리스 대야/파김치/꽃소금/햅쌀밥〉의 감각적인 상관체계로서 배불리 먹고 사는 일이 바로 행복한 삶이며 생명의 기쁨이라는 인식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새삼 시인의 깊이있는 내면정신을 반영한 것이 아닌가 하여 마음이 알싸하게 아려옵니다.
- 김재홍
: 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 |
첫댓글 포임토피아 시자료를 편집, 예쁘게 재정리한 것입니다. 즐감하시기를... (그런데 첫눈은 언제 오려나...?)
첫눈이 오면 만난다' 는 그 흔한 약속을 한번도 한적이 없었으니.. 이제라도 한번 해 볼려는데.. 카페 회원님들 어디서 볼까요. 첫눈 오면.... (농담 아님) 갑자기 흰밥에 파김치 먹고싶다.
첫눈이 약속하고 오는가요.....첫눈오는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때문에 첫눈이 온다는데요....첫눈오면 볼까요 어느날 오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