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요 몇년사이 라이딩 누적거리가 뚝 떨어진데다가, 워낙 장비에 대해 민감하지 않고, 관련 지식도 일천하여 제품의 사용 후기를 쓰는 것에 익숙치가 않습니다. 사실 장비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진 분들이 워낙 많아서 관련 글을 쓰기가 적잖이 저어되기도 하구요. 그러나 사실 프로싸이클링에 대해서도 제가 '많이 알아서' 쓰는 것이 아니니만큼, 장비등 기타 사용후기 같은 것도 철저히 제 버전으로 쓰면 그 나름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용기를 내어봅니다. 먼저 오늘 사용후기를 남길 제품은 '슈발베 울트리모 ZX 타이어' 입니다.
먼저 슈발베 이야기부터 좀 해보겠습니다. 저는 하이브리드 자전거를 처음 타면서 자전거의 매력에 빠졌었습니다. 그러나 사실 본격적으로 로드 바이크를 타기 전에는 타이어를 바꿔야겠다는 생각 같은 것은 특별히 한 적이 없고, 당연히 타이어에 대한 관심도 별로 없었습니다. 그때 타이어에 대한 저의 기준은 단 한가지. "펑크가 얼마나 안나고 오래 탈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죠.
그런 점에서 가장 제 기준을 잘 충족시키는 자전거 타이어는 단연 '내구성 대마왕' 슈발베 타이어의 "마라톤" 이라는 모델이었습니다. 사진은 프랑스 파리의 저 유명한 대여 자전거 벨리브. 인데요. 저 벨리브에 장착되는 타이어가 바로 마라톤 타이어입니다. 사실 알고보니 저 마라톤이라는 타이어가 오늘날의 슈발베 타이어를 존재하게 만든 1등 공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훌륭한 타이어더군요.
자전거 초창기시절 저의 인식은 슈발베=마라톤=질긴 타이어...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 슈발베 라는 브랜드가 독일 브랜드였기 때문에, 독일제품에 대해 맹목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는 저의 경우에는 상당히 인식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실은 이 슈발베 타이어를 제작, 생산, 연구개발까지 맡아서 하는 곳은 우리나라의 '흥아타이어'라는 곳입니다. 독일 슈발베 본사는 마케팅 등 일부 업무만 담당하고 있지요. 지금에야 우리나라 업체의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에 저 또한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제가 숭상하던 '독일제' 가 아니라 '국산' 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는, 부끄러운 얘기지만... 좋다기 보다는 약간 놀라웠습니다. ㅎㅎㅎ
슈발베는 2010년 리퀴가스팀을 스폰했고, 올해 2011년에는 레오파드 트렉팀을 스폰하여 튜블러 타이어인 울트리모 HT를 주로 스폰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프로팀을 스폰한다는 것은 몇가지 의미가 있는데요. 먼저 프로팀에서 사용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일단 품질에 있어서 다소 공인된 제품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아무리 스폰서라고 해도 경기력에 방해되는 제품이라면 사용하지 않을테니까요. 또한 프로팀은 가장 격하게 제품을 테스트해주는 집단이므로 제품의 하자에 피드백이 된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또한 프로팀 스폰은 엄청난 자금이 필요한 것이니만큼 업계에서 제법 인지도와 덩치가 있지 않으면 엄두를 내기 힘든 일입니다. 일단 브랜드 인지도가 있는 제품이라는 말이 되겠지요. 반면 엄청난 자금을 들여 스폰하는 것이니만큼 가격부담이 일정부분 소비자에게 돌아온다는 것 또한 부인하기 힘든 사실입니다. 대신 소비자는 '앤디 쉴렉과 같은 타이어' 를 쓴다는 폴라시보를 구입하는 꼴이 되지요.
두번째로 '타이어' 라는 것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제가 누차 강조하지만, 몸과 자전거가 닿은 부분인 안장과, 자전거와 지면이 닿는 부분인 타이어는 가능하면 좋은 제품을 쓰는 것이 좋다는 지론을 갖고 있습니다. 안장같은 경우에는 개인편차가 상당히 있기 때문에 특정 제품을 권장하기가 힘들지만, 타이어는 안장보다는 보편적으로 '좋은 제품'이라고 권장하기가 용이합니다.
대개의 경우 처음 로드바이크에 입문하게 되면 처음부터 조립을 하기 보다는 완차로 구성되어 있는 제품을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이 완차를 구매할 때 프레임의 재질이라든가, 구동계의 등급 등을 주목하게 되는데요. 따라서 업체에서는 상대적으로 가격을 맞추기 위해 프레임과 구동계에 비해 휠셋이나 타이어, 안장 등은 다소 싸고 질이 낮은 제품을 구비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그래서 대개의 경우 자전거를 사서 일부 부품을 업그레이드 할 때는 안장이나 타이어를 업그레이드 하는 경우가 많고, 저 또한 질문을 받으면 꼭 그렇게 얘기하는 편입니다. 특히 주행에 있어서 자전거와 지면이 유이하게 닿는 부분인 타이어의 중요성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답이 나옵니다.
저는 장비에 대해 상당히 둔감한 편입니다. 심지어는 타이어 패드가 바퀴에 닿은 채로도 약 20km를 달린 적이 있습니다. 물론 다른 사람이 말해줘서 20km를 달린 후 바로 잡을 수 있었구요. ㅋ 암튼 그정도이니만큼 저도 처음 타이어를 바꾼 후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타이어가 갈라져서 이왕 바꾸는거 좋은 걸로 바꾼다는 것이 그만 가격을 착각해서 심하게 오버를 해버렸고, 입문용 타이어에서 최고급 클린처 타이어로 바꾸고 라이딩을 시작한 순간~!
이건 엄청난 차이를 주더군요. 저는 '주행성' 이라고 표현해 보겠습니다. 페달에 힘을 실으면 앞으로 미끄러지듯 스르르 나가는 그 느낌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데요, 이 '주행성'이 너무나 좋아져서 저 스스로도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날 이후 누가 저에게 업그레이드 1순위를 물어보면 단연 타이어를 바꾸라고 침을 튀기며 역설하곤 합니다. 물론 개인차가 존재하긴 하겠습니다만, 적정한 공기압과 좋은 타이어만으로도 놀라운 주행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건 확실합니다. ㅎㅎㅎ
드디어 본론인 '울트리모 ZX' 에 대한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저는 참고로 아마추어 동호인 중에서도 상당히 라이딩 거리가 짧은 '초보급' 동호인이고, 튜블러는 부담스러워서 사용하지 않습니다. 열심히 롤라를 굴릴때는 롤라연습용 타이어나 휠을 따로 둔 적도 잠깐 있지만, 지금은 자출이고 주말 라이딩이고 다 이 타이어를 사용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적거리는 1,000km가 채 안되니, 혹시 더 주행해보고 부언하고 싶은 점이 생기면 부언토록 하겠습니다.
저는 이 타이어를 사용하기 전에 입문용 완차에 딸려나오는 일반 타이어와, 벨로플렉스, 컨티넨탈, 그리고 이 이전 모델인 울트리모 R1 같은 타이어를 사용해봤습니다. 주행능력으로 제가 가장 최고로 꼽는 타이어가 가장 비쌌던 벨로플렉스 타이어인데요, 울트리모를 사용하면서 벨로플렉스와 큰 차이 없는 주행성이라고 느꼈습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차이가 있는 부분이지만, 확실한 것은 시합에 나가는 용도로 사용해도 전혀 무리가 없을 정도로 잘나가는 타이어였습니다. 사실 R1이나 ZX 둘 다 시합용으로 만들어진 고급 클린처 타이어죠.
그러나 제가 개인적으로 이 울트리모 ZX의 최대 강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접지력입니다. 이번 여름에 비가 하도 와서 젖어있는 도로를 탈 일이 많았었고, 개인적인 사정상 긴 거리 라이딩을 못해 주말에는 운동을 위해 업힐위주로 탔었는데 업힐 후 다운힐에서도 느낀 점은 '이 울트리모 시리즈 타이어는 정말 지면에 잘 붙어주는구나.' 라는 점이었습니다. 사실 저같이 시합위주가 아니라 레크리에이션 위주로 타는 라이더라면 특히 이 접지력이 좋다는 것이 큰 장점으로 여겨지리라 생각합니다. 과거 도싸에 '로동자'님께서 그린 만화를 보면 옆으로 기울여도 기울여도 자전거가 안넘어지고 땅에 잘 붙어 있는 다소 과장된 그림을 그리셔서 이 울트리모 타이어의 접지력을 표현하셨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그 만화가 가장 이 슈발베 울트리모 ZX의 장점을 잘 나타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전모델인 R1의 경우 내구성 논란이 사실 좀 있었는데, 저는 내구성을 평가할 만큼 R1을 오래 타지 않았기에 할 말이 딱히 없습니다. 그리고 펑크가 잘 난다는 얘기도 있었는데요, 솔직히 저는 R1을 타면서 딱 한번. ZX는 아직 펑크를 경험하지는 못했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에 클린처 타이어를 사용하면서 펑크의 빈도는 라이딩 스타일과 더 관련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펑크가 난다면 나는 것. 이번 ZX 는 그것에 대비해 무게를 약간 늘이면서 더 강하게 만들었다고는 하더군요. 제 경우에도 R1은 펑크가 한 번 났었고, ZX는 안났으니 그 사실이 증명된 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ㅋㅋㅋ
그러나 크로몰리 자전거로 바꾼 이후 경량에 관심이 부쩍 많아진 저로서는 15g의 증가가 살짝 아쉽습니다. 울트리모 R1을 사용하면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것이, 이전에 비해 제가 느껴질 정도로 굉장히 가벼워 진 것이었거든요. 특히 슈발베에서 같이 만든 경량 튜브와 함께 사용하면 정말 가볍습니다. 그런 저에게 15g 증가는 좀 아쉬웠죠.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벼운 무게는 큰 장점이긴 합니다. ㅋㅋㅋ
제가 느낀 가장 큰 단점은 가격입니다. 현재 울트리모 ZX를 구입하기 위해 인터넷 쇼핑몰을 뒤지면 대개 58,400원으로 판매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는 당초 가격인 73,000원에서 20% 할인된 가격입니다. 가격구조가 어떻게 결정되는지는 모르겠으나, 원래 5만원대에 팔려면 처음 가격도 그렇게 나왔어야 됩니다. 73,000원주고 처음 산 사람은 억울하잖아요. -.-; 그리고 다른 타이어 가격을 비교해봐도 58,400원이 더 적당한 것 같습니다. 7만원대라면 솔직히 비싸다는 생각이 들 것 같아요. ㅎㅎㅎ
제가 사용하고 있는 타이어 울트리모 ZX를 리뷰해보았습니다. 반론제기적인 덧글도 저는 언제나 환영인거 아시죠? ㅋㅋ 사실 주말에만 타고, 자출거리가 왕복 15km 정도밖에 안되는 제가 사용하기에는 다소 과분하다 싶을 정도로 좋은 타이어이기 때문에 냉철한 분석보다는 소개위주로 글을 써봤습니다. 타이어를 고르시는 분들에게 많은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
첫댓글 네이버 파워블로거 사슴님의 글 펌..그리고 내 자전거 타이어가 바로 슈발베 울트리모 zx야.^^
이것도 안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