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오리
우리 고향 통영에서는
잠자리를 앵오리라고 한다.
부채를 부치라고 하고 고추를
고치라고 한다.
우리 고향 통영에서는
통영을 토영이라고 한다.
팔을 폴이라고 하고 팥을
폴이라고 한다.
코를 케라고 한다.
우리 고향 통영에서는
멍게를 우렁싱이라고 하고 똥구멍을
미자발이라고 한다.
우리 외할머니께서는
통영을 퇴영이라고 하셨고 동경을
딩경이라고 하셨다. 그러나
까치는 까치라고 하셨고 까치는
깩 깩 운다고 하셨다. 그러나
남망산은
난망산이라고 하셨다.
우리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
내 또래 외삼촌이
오매 오매 하고 우는 것을 나는 보았다.
―김춘수, ‘앵오리’ 전문
오늘 신문 날씨 란을 보니 낮 기온이 11도까지 오른다고 돼 있다. 그래 오늘은 왠지 김춘수를 쓰고 싶어 서가에 가서 여러 시집 중, 『處容斷章처용단장』, 『의자와 계단』, 『쉰한 편의 悲歌』, 『달개비꽃』을 빼내 가방에 넣고 나온다. 『라틴점묘 기타』, 『거울 속의 천사』, 『들림, 도스토에프스키』 도 있었으나, 앞 두 권은 내가 좋아하여 어딘가에 쓴 것들이 있어 그냥 있게 했다. 오늘 하루 이 시집들이 좀 외롭겠다.
김춘수의 시들은 늘 파란빛이다. 그가 어릴 때 보냈던 통영의 바다가 늘 그에게 자리하고 있다. 그래 꽃샘추위도 가서 날이 화창한 이 봄날, 제주바다가 더 파랄 것 같다.
잠자리를 제주에서는 밥주리라고도 하고, 제주시 광양을 과양이라 하는데, 이런 말을 외지에서 들으면 사뭇 고향이 그립겠다. 말은 곧 사람이니까. 똥구멍은 똥고냥이지.
통영에 가 보니, 윤이상, 김춘수, 전혁림, 박경리의 기념관이 있어 놀랬다. 항구 부근 김춘수유물전시관은 거창하지 않았다. 노경에 이르도록 한결같이 시적 긴장을 유지하려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오늘은 왠지 그냥 김춘수를 읽고 싶은 날이다.
< 저작권자 © 제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첫댓글 참...제목이....김춘수 스럽네
앵오리 잠자리 오매 오매 소리내 울 일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