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있는 오총사입니다. 자전거 모델로 나선, 촌 냄새 푹푹 풍기는 시골뜨기들. 그래도 빛나지 않습니까? 유유히 흐르는 남강 줄기를 등지고 뒷동산이 내려다보이는 함안 대송리 외송마을. 옛날 우리 마을 이름입니다. 지나간 세월을 가만히 더듬어 보니, 지금으로부터 벌써 30년도 넘은 것 같습니다.
새마을 운동으로 초가집이 개량되어 슬레이트 지붕이 반쯤 보이고, 아래채는 아직도 초가지붕이 되어 있지요. 먹고살기 힘든 시절이라 아래채까지 개량하기에는 부담이 되어 엄두도 내지 못한 것 같습니다.
흑백 사진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다정하게 흘러간 세월이 다시 그리워집니다. 물론 그럴만한 사연이 있습니다.
자전거가 귀한 시절에 사촌 큰형은 자전거 한 대 샀다고 싱글벙글이었습니다. 큰형은 중학생이었는데, 통학하려다 보니 자전거가 필요했었지요. 사진기도 귀하다보니, 사진 찍는다하면 마냥 좋아 모두들 몰려들었습니다. 회사 다니는 사촌누나가 사진기를 빌려와 찍는다고 야단이었지요.
뒷자리에 앉아 싱글벙글 마냥 웃고만 있는 철부지 놈이 바로 저입니다. 손가락으로 헤아려보니 75년도 같습니다.
운전석 앞에 앉아 해맑게 웃고있는 최고 미남은 부산서 이사온 사촌동생인데 얼굴이 흰 것이 도시에서 온 것 같지요. 밑에 있는 두 사람은 제 친동생과 사촌동생인데, 사진을 처음 찍어서 촌놈 폼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손으로 V자도 한번 그리지 못하고 뻣뻣하게 서있는 모습이 군기가 든 훈련병 같습니다. 그때는 너무나 소박하고 착한 시골아이들이었으니까요.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그리고 뒤쪽에서 구경하는 한 아줌마가 있지요. 제실집 아래채 아줌마인데 얼떨결에 사진에 나왔습니다. 새색시처럼 곱기도 했는데 진주로 이사 간 이후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는지 소식이 끊어졌습니다.
참, 저 멀리 누렁이 한 마리 보이지요. 이 집 저 집에서 “음매~ 음으으매 음…”하며 소리쳐 울면 아늑한 마을이 사람 사는 동네처럼 느껴졌지요.
소는 시골 살림 밑천 중 으뜸이어서, 집집마다 한 두 마리 있는 것이 당연했지요. 그리고 두발 달린 리어카는 좁은 골목 비집고 다니기에는 그만이었지요. 지금 리어카는 쓰레기 수거나 연탄 배달로만 사용되고 거의 자취를 감췄습니다.
제일 앞에 선 막내가 제 동생인데, 신발이 참 근사하지요. 검은 고무신을 신고 다니던 시절, 동생은 운동화를 선물 받아 신었답니다. 강원도 이모님이 명절만 되면 어김없이 사 주신 덕입니다. 신발은 우체국 소포로 붙여져 왔지요. 배달한답시고 폼만 다 잡고서는, 술 한잔 얻어 들이켜야 고이 가던 배달부 아저씨도 생각납니다.
그때 유행하던 시골 옷은 편안한 체육복이었습니다. 흰줄이 두 줄 달린 옷인데, 부모님은 힘든 형편에도 자식들에게 하나씩 다 사주셨습니다. 지금 생각 해 보아도 고마울 따름입니다.
사촌 형, 동생 모두들 서로 연락하며 잘 살고 있습니다. 그때 그 시절 배고프고 가난했지만, 가족 간의 정겨운 정이 있었기에 지금보다 더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무척이나 정감어린 사진입니다. 함안 외송마을은 저의 친구도 많이 사는 동네였습니다. 저는 법수중학교 1회 졸업생입니다. 흑백사진에 비친 소년의 모습들이 순수하고 순박한 전형적인 농촌의 정경입니다.
일년에 한 두번 가는 고향길, 외송,백산, 악양을 거쳐 오면서 어릴 적 아련했던 추억에 잠겨보곤 합니다. 고향은 늘 포근한 어머니 같은 편안함을 주는 곳입니다. 모처럼 추억어린 사진을 통해 어린 동심의 시절로 돌아가 즐겁게 글을 읽게 해 주신 강동규님께 감사드립니다. 혹시 법수중학교를 졸업하셨다면 그렇게 차이는 나지 않겠네요 저는 부산에 거주합니다. 좋은 글 자주 올리세요 감사합니다.
쇳소리 석유 냄새 풍기는 눈가림 행복보다, 두엄 냄새 흙 냄새 먹음은 행복을, 게다가 가난이 살갑게 스민 가족과 이웃들의 정이 소복한 행복을, 반세기도 더 지난 이 시간에보여 주시네요. 까마득한 어린 시절로 지금 돌아가는 중입니다. ---------몽당 빗자루의 횡설수설 &$#
첫댓글 '빼다지'...^^ 오랜만에 들어보는 단어가 참 그립습니다. 사진 속의 동월님을 찾으면 상품이 있다는데.....^^
전 상품 포기하고 앞 줄의 윙크하는 소년으로 찍을래요...왜냐하면? 귀엽잖아요......^^
퀴즈 답은 내용에 본래부터 있는건가 보죠???? 상품에 손 번쩍 들고 자전거 뒷 자석에 앉은 웃음꽃 피운 소년 지목합니다.^^* 참 그립고 정겨운 모습이네요 후훗^^
너무 정감이 가는 사진입니다. 그때 그 시절, 사람 사는 냄새가 풀풀 나던 때가 그립네요~~
흑백의 추억 .... 강동규님의 가족 우애가 잘 느껴집니다 ......
쇳소리 석유 냄새 풍기는 눈가림 행복보다, 두엄 냄새 흙 냄새 먹음은 행복을, 게다가 가난이 살갑게 스민 가족과 이웃들의 정이 소복한 행복을, 반세기도 더 지난 이 시간에보여 주시네요. 까마득한 어린 시절로 지금 돌아가는 중입니다. ---------몽당 빗자루의 횡설수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