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2014-08-09)
< 막국수 >
- 文霞 鄭永仁 -
나는 막국수를 많이 좋아하는 편이다.
좋아하는 첫 번 째 이유는 담백하기 때문이다. 두번 째는 소화가 잘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인천 근처에 이름 있다는 막국수 집은 거의 섭렵(涉獵)한 편이다. 막국수를 잘하기로 소문난 집은 불원천리(不遠千里)는 아닐지라도 일부러 찾아가 맛 볼 정도다.
막국수는 일종의 변형된 서민 냉면이라 할 수 있다. 함흥냉면은 전분을, 평양냉면이 메밀이라면 막국수도 메밀이 주성분이다
메밀로 만든 국수는 대략 두 가지로 나뉜다. 메밀국수와 막국수다. 막국수는 겉메밀과 속메밀을 한꺼번에 빻아 만든 국수이고, 메밀국수는 주로 속메밀을 빻아 만든 국수다. 이밖에 메밀로 냉면으로는 일본 메밀소바가 있긴 하다.
‘막국수’라고 작명한 것의 이유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겉메밀과 속메밀을 ‘마구’ 빻아 만들었다는 것과 ‘방금, 마악’ 만든 국수라서 그렇게 작명했다는 설이 있다. 평양에서는 겉껍질이 포함된 국수를 ‘막국수(黑麵)’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따라서 막국수가루는 거무틱틱하다. 겉껍질과 속껍질읗 마구 섞어 빻기 때문에.
사실 막국수는 메밀 산지인 산이 많은 화전(火田)해서 가꾸어 옹진, 춘천, 강원 등이 같은 곳이 원조로 여기고 있다. 그래서 옹진 냉면, 춘천 막국수 등이 유명하다.
어찌 보면 막국수는 한국의 음식사에서 궁핍된 역샤를 내포하고 있다. 가뭄과 흉년에 척박한 땅에 뒤늦게 파종하여 거둘 수 있는 작물이 메밀이다. 그래서 메밀을 가지고 가루를 내어 막국수를 만들어 먹은 우리 가난한 서민의 배고픔을 달래준 음식이었다.
초근목피(草根木皮)로 연명해야 했던 그 시절, 흉년의 구황작물인 메밀, 도토리, 칡뿌리 같은 어려운 음식이었다. 그러던 것들이 웰빙, 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을 받으니 제행무상(諸行無常)이다. 이젠 그 지역 특색 식품으로 골목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서실 우리말의 접두어로 ‘막’자가 들어간 말치고 좀 고급스럽고 으젓한 말은 별로 없다. 막국수, 막걸리, 막사발, 막장, 막말, 막도장, 막벌이, 막된장, 막판, 막되 먹었다 등. ‘막’자가 들어간 말에는 마구, 마지막, 서민, 수수한 등의 뜻이 담겨져 있다.
하기야 조선시대에 무지한 서민이 쓰던 막사발이 임진왜란 때 일본에 건너가 명기다완(名器茶玩)으로 대접 받아 국보가 되는 경우도 있으니…….
사실, 냉면은 음식 중에 꽤 이윤이 남는 음식이라고 한다. 반찬은 달랑 냉면김치만 필요하기 때문이리라. 삼겹살 구워 먹을 때의 반찬과 비교하여 보면 짐작이 갈 것이다.
냉면집을 했던 분의 말에 의하면 냉면을 먹기 전에 우선 거기에 고명으로 얹혀진 삶은 겨란을 먼저 먹으라고 한다. 삶은 달걀은 식중독을 예방한다고 한다. 그 말이 과학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렸을 적, 시골에서 이질 기운 설사를 하면 어머니는 삶은 달걀에다 아궁이 안벽에 붙어있는 앉은 검정을 긁어서 묻혀서 먹도록 했다. 숯가루는 살균과 정장의 역할을 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이제는 막국수의 맛의 향방은 국산 메밀가루를 얼마나 쓰느냐, 소다를 얼마나 녛느냐, 시원한 육수와 냉면김치가 관건인 것 같다.
나는 막국수를 이렇게 먹는다.
우선 메밀국수 삶은 면수(麵水)를 먹는다. 이때 면수는 어느 철이나 훌훌 불 정도로 뜨거운 것이 좋다. 그리고 시원한 육수를 마시고, 우선 반쪽짜리 삶은 계란을 먹은 후, 냉면김치와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는다. 이때 겨자나 식초를 너무 치면 본 막국수 면의 맛을 덜하게 할 수 있다. 잘 저미고 잘 간을 맞춘 아삭아삭하고 배 속살 같은 냉면김치와 곁들여 먹어야 한다. 물론 이때 냉면김치는 절대적으로 백김치이어야만 한다. 고춧가루가 들어간 냉면김치나 그냥 김치는 막국수의 제 맛을 반감 시킨다. 물론 주문하면 즉석에 뽑는 면이어야 한다.
오늘 ‘물막’을 먹을 것인가, ‘비막’을 먹을 것인가, 아니면 그게 문제로다.
뭐니뭐니 해도 비빔냉면에 갈비와 함께 먹으면 금상첨화(錦上添花)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