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는 음악
음악은 귀로 듣는 것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눈에 보이는 음악도 있습니다. 영화 음악입니다. 영화 대본에 맞춰서 만드는 음악을 말하는데 영화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얼마 전 현대 영화 음악의 거장인 ‘엔니오 : 더 마에스트로’라는 156분짜리 영화를 보았습니다. 156분이라는 것이 실감이 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2시간 하고도 36분을 더했다고 하면 꽤나 긴 영화라라고 생각되시겠지요. 그분은 생전에 500여편의 영화음악을 만들었는데, 대표적인 몇 편만 말씀드리면, ‘황야의 무법자’, ‘시네마 천국’, ‘미션’ 그런 영화들입니다. 참 좋고 유익한 영화여서 네티즌 평점이 거의 10점이나 되는데 상영관이 전주 독립 영화관 한 곳이었고 하루에 한 번만 상영을 했습니다.
그분은 영화의 대본을 읽고 곡을 씁니다만, 주변과 일상 속에서 들리는 사소한 소리에서도 영감을 얻는다고 했고, 어느 곡은 시위대들이 외치는 소리에서도 영감을 얻는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멀리에서가 아니고 가까운 지금 여기에서 얻는다는 것인데 무척이나 공감이 되었습니다. 모든 예술, 이를테면 음악, 미술, 시나 문학 같은 것의 소재도 자연 현상 속에서 얻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러고 보면 자연 세계에는 무궁무진하게 음악의 선율, 미술의 색깔, 시의 언어들이 숨겨져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조금 더 다가가고 살펴보고 느껴본다면 말이에요. 이 가을, 창조절에 우리가 보고 듣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치 어린 아이가 경의로운 눈으로 사물을 보고 느끼는 것처럼 말이에요.
편지를 쓰는 지금 시원한 바람과 풀벌레들 소리도 참 듣기 좋습니다. 관심이 있는 분들은 영화를 한번 보셨으면 합니다. 그러면 눈에 보이는 음악을 만날 수 있겠지요. 오늘 편지는 여기까지입니다.
* 엔니오 모리꼬네(1928~2020) ~
이탈리아의 작곡가, 지휘자, 트럼펫 연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