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사항] 유희근의 붓글씨 이야기 1 - 골프냐? 붓글씨냐?

[청오 유희근]

회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유희근입니다.

앞으로 일주일에 한번씩 모두 12회에 걸쳐 이야기를 전개할 계획입니다.

항상 작품사진 밑에 스토리가 이어집니다. 많이 보아주시기 바랍니다.

골프냐?  붓글씨냐?

골프 좋아하는 여러분에게 질문하겠다. 골프백에는 골프채가 몇 개인가? 무려 14개나 된다. 드라이버를 비롯한 우드 4개, 아이언도 롱 아이언, 미들 아이언, 숏 아이언, 피칭웨지, 샌드웨지, 그리고 퍼터 이렇게 모두 합쳐 14개나 된다. 

그러나 붓글씨는 겨우 붓 한 자루 뿐이다. 어떤 것이 더 어렵겠는가?

골프장은 홀이 몇 개인가? 롱 홀, 미들 홀, 숏 홀 이렇게 18개 홀이 각각 다르다. 골프장마다 설계가 다르다. OB를 내라고 나무를 많이 심은 숲도 있고, 절벽도 있고, 물에 빠지라고 해저드도 있다.

벙커에 빠져서 냉탕, 온탕 하라고 벙커도 수십 개 있고, 그린도 오르막, 내리막 하면서 스리 퍼팅하라고 어렵게 만들어 놨다. 그러나 붓글씨는 종이 한 장이면 충분하다.

그렇다면 어느 것이 더 어렵겠는가? 여러분은 당연히 골프가 몇 십 배 어렵고, 붓글씨가 훨씬 쉬울 것이라고 답변할 것이다.

그러나 골프를 30년 처보고, 붓글씨를 30년 써 본 내 경험으로는 붓글씨가 훨씬 어렵다고 단언할 수 있다.

왜 그렇게 어려운가? 한자에는 5체가 있다. 기초상식으로 알아 두면 좋다.

1. 전서,  2. 예서,  3. 해서,  4. 행서,  5. 초서.

이 가운데 가장 어렵고 예술적 가치가 있다고 보는 것이 행초서다. 행초서에서 가치 있는 작품이 되려면, 최소한 20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 부분을 오려서 잘 보관, 작품 감상할 때 계속 활용하기 바람.

1. 큰 글씨 2. 작은 글씨 3. 굵은 글씨 4. 가느다란 글씨 5. 진한 글씨  6. 연한 글씨

7. 아래로 긴 글씨 8. 옆으로 긴 글씨 9. 힘찬 글씨 10. 부드러운 글씨 11. 빠른 글씨 12. 느린 글씨

13. 이러한 글씨를 미술적으로 배치해서 공간적 구도를 맞출 것(공간예술)

14. 위 글씨와 아래 글씨와의 여백, 왼쪽글씨와 오른쪽글씨와의 여백

15. 작품 전체가 지루하지 않고 변화가 있을 것

16. 전체적으로 흐트러지지 않고 조화를 이루고 통일감이 있을 것

17. 단절과 흐름이 리드미컬하게 계속될 것(소리 없는 음악예술)

18. 붓이 갈라지면서 흰 가루가 뿌려지는 飛白이 적절히 표현될 것

19. 살아 있는 힘과 생명력을 느낄 수 있을 것

20. 예술성이 있을 것-이러한 20가지 조건은 작품을 이루고 있는 글자 하나하나에도 적용된다. 즉 글자의 점 하나, 획 하나가 이러한 조건들을 갖춰야만 예술적 가치가 있다.

그래서 서예 작품의 조건은 수십 개로 늘어난다.

붓글씨가 골프보다 어려운 이유다. 때문에 나는 300장을 써야만 겨우 한 장의 작품을 건질 수 있다. 위 작품을 다시 한 번 자세히 살펴보기 바람.

[宋柱炯]

옛날 과거시험 보는 선비들 보통 40여년씩이나 붓글씨를 쓴 사람들이라는 얘기가 있더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