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어느 일요일 새벽, 자전거 운동을 위해 일찍 눈을 떴습니다. 운동복을 챙겨 입고 넓찍한 거실을 지나 전실에 세워둔 자전거를 끌고 문을 나서니, 마침 맞은편 집 이웃이 인사를 합니다. 이분은 새벽에 일이 있어 차를 가지러 지하주차장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간다고 하였습니다.
1층에서 그분과 헤어지고 현관에 다다르자 자동문(보안시스템)이 스르르 열립니다. 소음없이 조용한 토평상록의 아침은 언제나 제게 싱그러움을 안겨줍니다.
멋지게 바뀐 아파트 정문을 나와 장자못 공원으로 향하였습니다. 2014년에 이미 새로 확장된 넓은 장자못 공원에는 운동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습니다. 한강까지 연결된 장자못의 새로운 자전거길을 따라 자전거를 탔습니다. 몇 분되지도 않아 금방 한강이 눈에 보였습니다.
서울까지 연결된 강변의 자전거길을 따라 뚝섬의 서울숲 근처까지 도착하여 강건너 압구정동을 바라보니, 한강르네상스에 의하여 바뀐 예쁜 고층의 건물들이 보입니다. 순간 한때를 풍미했던 압구정 현대아파트의 낡은 모습이 떠오릅니다.
다시 토평을 향하면서 잘 정비된 서울 한강의 프리미엄을 만끽하였습니다. 그리고 오는 길에 장자못 공원 한 구석에 마련된 텃밭에서 상추를 솎아주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집에 도착하여 오늘은 어디에 갈 것인지 아내와 제법 어른이 된 아이와 상의하였습니다. 베란다에서 조망권을 감상하며 차를 마시던 아내는 토평동에 새로 생긴 이마트에 들러 물건을 산 다음, 용마터널을 이용하여 서울 중곡동 친정에 가자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아이는 여자친구와 벌말삼거리(=구리시 요구노선)에 생긴 토평역에서 약속이 있다고 합니다. 별내선을 타고 잠실역에 내려 롯데월드에서 데이트하기로 했다나 어쩐다나...
그러고 있는데 천안 행정도시에 사는 처형이 아침 겸 점심이나 같이 먹자고 내려오라 합니다. 인근 제2경부고속도로를 타면 금방이니 달리 변명할 꺼리도 없고 하여 그런다고 했지요.
천안에서 식사하고, 호두과자 사들고 다시 토평으로 향했습니다. 마침 장인이 아차산에 간다는 연락이 온 관계로 재빨리 아파트에 차를 세워두고 구리경찰서 뒤편을 통하여 아차산 등반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아차산에 올라 토평 쪽을 바라보았습니다. 예전의 비닐하우스와 흉물스런 컨테이너로 가득찼던 토평벌판이 이제는 멋진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넓어진 장자못 공원, 금호1차아파트 앞에 들어선 고구려테마공원, 한강변의 월드디자인센터, 지금은 뉴타운으로 바뀐 구리의 구시가지의 깨끗한 모습이 한 눈에 들어 왔습니다.
격세지감이랄까!
별내선과 월드디자인센터가 생긴 후로 토평은 전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지역으로 인식되어, 인근 서울지역과 강남권의 중산층들이 모여들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강남, 송파, 강동과 가까운 위치에다, 벌말에 들어선 업무시설을 비롯하여 도시의 모든 편의시설이 두루 갖추어져 있으며, 강, 호수, 산, 공원, 편리한 교통이 모두 함께한 지역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더군다나 하남시의 개발, 강동구 강일지구의 개발과 함께, 2009년부터 시작된 수도권동북부 지역개발, 2013년 남양주시청의 도농 옆 지금동의 행정타운으로의 이전, 그리고 그 이후 계속된 여의도면적의 2배에 달하는 도농, 지금, 가운동의 개발은 토평부터 덕소까지 동쪽 지역을 제2의 판교나 분당으로 불리게 하였습니다.
2012년 구리대교의 개통은 강동구의 프리미엄을 구리시에 가져다 주었고, 그에 따라 특히 학생들은 강동구 고덕동, 명일동, 길동의 유명 학원을 손쉽게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방과 후 무렵이면 강동구의 학원 버스가 토평의 각 아파트단지마다 들러 학생들을 자기네 학원으로 실어 날랐습니다. 물론 2020년인 지금은 토평내에도 유명학원이 많이 생겨 굳이 강동구로 가지 않아도 되었지만 말입니다.
토평고와 구리고는 특목고를 제외하고는 대학입시 합격에 전국 최상위 학교 중 5위 이내에 드는 명문고로 부상하였으며, 따라서 교육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토평으로 점점 더 모여들고 있습니다.
아차산 정상에서 장인 어르신과 만났습니다. 마침 오늘 유채꽃 축제가 있으니 들려보자고 하여 산을 내려와 한강으로 향했습니다. 한강고수부지의 재정비로 유채꽃 밭이 상당수 줄어들기는 했지만, 늘어난 주민편의 시설과 더욱 깨끗해진 모습은 예전의 고수부지 보다 주민들의 사랑을 더 받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아이에게 핸드폰을 해보니 롯데월드 갔다가 지금은 대림영풍 옆의 토평도서관에서 필요한 책을 빌린 다음, 우리 토평상록아파트 관리동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부당이득반환금으로 만들어진 관리동 독서실은 저렴하고 단지내에 위치하여 밤늦게까지 공부해도 안심이 되므로 부모와 학생들 모두만족하며 이용하고 있습니다.
밤이 되었기에 집에 가서 저녁을 먹기로 했습니다. 한강까지 연결된 장자못 길을 따라 가다보니 멀리서 LED조명으로 밝혀진 예쁜 토평상록의 모습이 보입니다.
집에 도착하여 저녁을 먹고 있는데 TV에서 재건축 얘기가 나왔습니다. 30년만 지나면 재건축을 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된 후로 서울의 많은 아파트들이 재건축에 들썩이고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특히 역세권 지역은 평균 40층의 고층을 허용한다고 합니다.
토평지역 아파트는 아직 20년도 채 안된 탓에 재건축과는 관련이 없지만, 토평상록이 위치한 벌말의 토평역 부근이 역세권이므로 평균 40층 이상의 건축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최근 옆 단지인 삼성의 입대위회장과 상록의 입대위회장이 만나 리모델링보다는 차후에 삼성과 상록이 함께 40층 랜드마크로 재건축을 하자는 얘기를 나누었다고 합니다.
인터넷을 켜고 토평상록아파트 홈피에 들어갔습니다. 상록카페와 홈피는 이젠 주민들의 커뮤니티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모든 주민들이 인터넷 공간에서 정보를 얻고, 필요한 것은 건의하고, 건의된 사항은 개선되고 있으며, 비난의 글은 없고 칭찬과 격려가 가득 차 있었습니다.
예전에 의견 차이가 있었던 분들도 지금은 모두 친한 분들이 되어 함께 상록을 걱정하고 상록을 위하여 서로 돕고 있습니다. 다음 주말에는 2007년과 2009년 입대위와 부녀회 분들의 친목회가 있다는 공지사항이 보입니다.
그렇게 토평상록의 밤은 깊어 갑니다. 따뜻함과 사랑을 가득 싣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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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은 특별히 제가 좋아하는 토평상록아파트의 현재 특징이고,
보라색은 부당이득반환금으로 2009년 공사에 착수할 단지 개선 사업이며,
빨간색은 현재 진행중이거나 계획된 국가나 자치단체 등의 사업을 표시하였습니다.
첫댓글 이든샘님 글발은 여전하군요~~~ 재밋는 끌 잘 읽었습니다.
우수홀 무지개 연못이 꿈의 보금자리로 바뀌어 갑니다.ㅎㅎ 이어 좋은글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