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지난 7월 2일 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으로 임명한 게르하르드 루드비크 뮐러(Gerhard Ludwig Müller) 대주교가 해방신학에 대해 비교적 우호적인 인물로 알려져, 교황이 신앙교리성 장관 재임시 줄곧 해방신학을 단죄했던 사실에 비추어 파격적 인사라는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
미국의 레바다 추기경에 이어 신앙교리성 장관으로 임명된 독일 레겐스부르크 교구 출신의 뮐러 대주교는 대체로 ‘정통신학에 기초한 보수파’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페루의 해방신학자 구스타보 구티에레즈(Gustavo Guttierez)와도 절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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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뮐러 대주교. (사진출처: 유튜브 동영상 Bischof Gerhard Ludwig Müller zur Heiligsprechung von Anna Schäffer 갈무리) |
교황의 신임을 받고 있는 뮐러 대주교는 베네딕토 16세의 형 게오르그(Geörg)가 아직도 살고 있는 교황의 고향 교구의 주교이며, 역대 교황들의 신학적 저작들을 빠짐없이 수집하고 있는 <오페라 옴니아>(Opera Omnia)의 편집인이고, 그동안 400여 편의 신학적 논문을 제출한 학자이기도 하다. 또한 레겐스부르크의 주교로서 자유주의적 가톨릭 운동에는 비판적이라는 점에서 '전통주의자'로 분류된다.
그러나 뮐러 대주교는 독일 주교회의에서 중도파의 수장이었던 칼 레흐만(Karl Lehmann) 신부에게서 1977년 박사 학위를 취득했는데, 당시 그의 논문은 나치에 저항한 독일 개신교 신학자인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에 관한 것이었다. 또한, 뮐러 대주교는 라틴아메리카 해방신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구티에레즈의 가까운 친구다. 뮐러 대주교는 1998년부터 매년 페루에 가서 구티에레즈의 강의를 들었고, 볼리비아 국경 근처의 농촌 본당에서 농민들과 함께 생활했다.
2008년 뭘러 대주교는 페루의 교황청 직속 가톨릭대학교에서 명예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대학교는 페루교회의 진보적 신앙인의 거점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심지어 뮐러 대주교는 8년 전에 구테에레즈와 공동으로 <가난한 이들의 편에 서서>(On the Side of the Poor)라는 제목의 책을 집필했다.
한편, 뭘러 대주교가 올해로 76세가 되는 레바다 추기경 후임 신앙교리성 장관으로 내정되는 과정에서 반대하는 목소리도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청 안팎의 보수 진영에서는 뮐러 대주교가 “신앙교리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이메일이 떠돌아다녔다. 바티칸에 정통한 기자로 알려진 존 알렌이 밝힌 바에 따르면 이런 이메일들이 주장하는 비판은 주로 이런 것이었다.
그들은 뮐러 대주교가 성모 마리아의 처녀성을 의심하고 있으며, 분명히 미사에서 축성된 빵과 포도주를 “그리스도의 몸과 피”라고 표현하는데 반대하며, “개신교는 이미 그리스도가 세운 교회의 일부”라고 선언하는 등 “의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뭘러 대주교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뭘러 대주교의 발언을 전체 맥락 안에서 이해하라”며 그의 주장이 교회의 공식적인 가르침과 일치한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뮐러 대주교를 적극 반대하는 성 비오 10세회의 알퐁소 드 갈라레타 보좌주교는 “신앙교리성의 장관이 이단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성 비오 10세회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전례 개혁에 반발해 프랑스 교회의 르페브르 대주교가 창설했으며, 트리덴틴 라틴 전례만을 인정하며 로마 가톨릭에서 분리되어 나간 독립 교회다. 최근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라틴 전례를 허용하면서 성 비오 10세회와 화해를 모색하고 있으며, 이러한 전통주의자들을 다시 가톨릭교회 안에 받아들이기 위해 지역과 상관없는 속인 교구(personal prelature)에 대한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따라서 뮐러 대주교는 이들 성 비오 10세회와의 어려운 협상을 과제로 안고 있다.
현재 뮐러 대주교는 가장 시급한 사안으로 지난 4월에 교황청 신앙교리성이 미국 여성수도자장상연합회에 대해 경고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특히 이 사안은 전임자였던 미국인 레바다 추기경이 추진하던 사안으로, 비교적 진보적 성향을 지닌 독일인 뮐러 대주교의 입장에서 미국 여성 수도자들의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주목되고 있다.
*참고 기사 번역 제공 : 서인수 (영한통역-번역 전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