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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까치세상 원문보기 글쓴이: 까치.김정선
누구나 그런 상상을 해보았을 것이다... 꿈에서나 볼 수 있을 듯 아름다운 나만의 바다를 갖고 싶다는... 그런 상상... 사시사철 사방팔방 관광객들로 붐비는 제주에서는 더더구나 말 그대로 상상으로나 가능한 일일게다. 하지만... 그 제주에 '나만의 바다'로 삼을만한 그런 숨겨진 장소가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의외이다. '하도 해수욕장~!' 바로 그곳...
본래 그다지 인적이 많지 않은 해변이긴 하지만, 그나마 이곳 하도해수욕장에 주차된 차들의 거의 대부분은 차고지가 제주. 제주 어느 관광지를 가보아도 주차장에 주차된 차들은 대부분 차량번호판에 '허'자가 붙은 관광객들의 렌트카가 대부분인데 반하여 의외다. 사실, 이곳은 제주사람들에게도 그리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아, 아는 사람들만 자주 찾는... 그런 장소다.
제주의 가장 동쪽 끝에 위치한 오름인 지미봉 아래로 아치형을 그리며 펼쳐진 하얀 백사장, 제주 동부지역의 오름들이 펼쳐내는 능선들과 그 위로 솟은 한라산, 그리고 바다건너 지척에 떠 있는 우도...
아직 해수욕장으로서의 정식 인가가 나지 않아서인지는 몰라도 제주관광책자나 관광지도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이름나지 않았다'는 이유가 다른 곳보다 '아름답지 못하다'라는 근거가 될 수 없음을 이곳 하도해수욕장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이름나지 않음'은 이곳 하도해수욕장의 아름다움에 '청정함'을 덧붙여 주었다. '이름나지 않음' 덕분에 이곳의 아름다운 풍광에 발길을 잠시 멈춘 관광객들은 이곳이 '이름없는 곳'임을 인지하고 근처의 '이름있는 곳'으로 발길을 재촉하기에 발길이 뜸한 해안가가 되었고, 그 덕분에 이곳 해수욕장 주변에는 그 흔한 커피 자판기 하나 없을 정도로 깨끗함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이곳을 지나치는 대부분의 관광차량은 아름다운 풍광 때문에 잠시 달리던 차를 멈추기는 하나, 아마도 그 '이름나지 않음' 때문인지는 몰라도 차안에서 잠시의 조망을 끝으로 이곳과 작별하는게 대부분이다.)
이곳은 이국적인 열대 야자수와 검은색 현무암이 펼쳐진 제주의 해안... 그러나 하도해수욕장은 어쩐지 고군산열도의 아름다운 섬 '선유도'을 떠올리게 하는 면면이 있다. 지미봉 아래로 펼쳐진 아치형 백사장과 푸른 바다가 선유도의 외형적인 모습과 비슷한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신선이 놀고 갔다라는 의미의 '仙遊'라는 말 자체가 별천지 같은 아름다움과 청정함으로 어우러진 이곳 하도해수욕장에 더없이 어울리는 말이기 때문.
외줄의 발자국 조차 남지않은 곱디 고운 모래결...
그리고 남쪽 바다 특유의 화려한 빛깔의 해초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깊은 바닷속까지 훤히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바다...
하도해수욕장은 그 자체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자신을 찾는 이들 각각에게 '나만의 바다'가 되어주는 여유를 지니고 있다.
백사장 양쪽 끝의 현무암 바위끝에선 종종 낚시를 즐기는 이들을 볼 수 있는데, 이 넉넉한 하도의 바다는 수확물 또한 넉넉하게 챙겨준다.
바다의 넉넉한 인심은 사람에게도 전가되어, 그저 구경하는 내게도 낚시질하는 손길을 잠시 멈추어 즉석으로 회도 떠주고... 쐬주는 없어도 좋았다. 바다의 풍요로움과 인심의 풍요로움에 취했으니까.
백사장 한쪽 끝에선 부지런히 조개를 캐는 한무리의 가족들...
다른 한켠에서는 애완견과 함께 해변을 산책하는 사람...
샌들마저 벗어들고 바다를 향해 뛰어가는 소녀...
파란 바다는 아이들의 동심을 더욱 파랗게 만들고, 드넓은 바다는 아이들에게 호연지기를 불어넣는게 분명하다. 이젠 망설임에 길들여진 어른들을 뒷전에 두고 바다로 뛰어드는 아이들...
(보통 동해나 제주의 해수욕장들은 해변에서 조금만 더 나아가도 수심이 갑자기 깊어져 아이들과 해수욕을 즐길 때 주의가 요망된다. 그러나 제주에서는 드물게도 하도해수욕장의 수심은 서해안의 해수욕장들처럼 수심이 깊지 않아 아이들과 같이 해수욕을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곳중의 한 곳. 그리고 깔끔한 최신식 화장실과 샤워장도 완비되어 있으니 고요한 해수욕을 즐기고자 하는 이들에겐 완벽한 장소~)
하도해수욕장 모래밭에 지천으로 무리지어 꽃을 피우고 있는 갯방풍... 흔히 볼 수 있는 염생식물은 아니니 이 또한 하도해수욕장이 찾는 이들에게 주는 또다른 선물임에 틀림없다.
하도해수욕장 해안도로 바로 건너편은 제주에서는 가장 넓은 철새도래지. 바다와 호수를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이채로움까지...
바다 위 징검다리처럼 얼굴을 내민 바위를 딛으며 계속 가다보면 저 하늘 끝에 닿을 수 있을까?
그러나 끝에 닿을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그걸 깨닫는 순간... 바다도 하늘도 하나가 되어버렸다. 그저 땅 끄트머리에 앉아 세월을 낚는 사람 하나...
청정함 속에 평화와 여유로움이 있는 곳... 하도해수욕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