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삼학산 2019 02 19 (경기 파주시)

[松庵]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눈이 하얗게 쌓였다. 실로 겨울 들어 이렇게 많이 온 것이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봐야 적설량이 3셑티미터도 되지 않지만. 올해는 유별나게 눈이 오지 않는다. 아니 점점 해가 갈 수 록 강수량도 적고 겨울인데 겨울 맛이 낮지 않는다. 마치 동남아 날씨로 변해가고 있는 듯하다. 아니 그렇게 되고 있다. 
 

겨울이 되면 동네 냇가에 얼을이 얼고 얼음장 속으로 흘러가는 물소리를 들으며 세월을 붙잡아 상념에 적어보는 시간들과 하햫게 쌓인 눈을 밟으며 뽀드독 소리에 한 발 한 발 발자국을 찍어가는 추억이며 온 산을 하얗게 뒤덮인 눈에 마치 어린애가 된 것 같이 설레는 마음을 눈속에 던져보는 그런 맛이 요즘은 가질 수 없다.

 이침을 먹자 마자 삼학산이 생각나 차를 몰고 다름질치듯 이곳으로 달려와 둘레길을 돌았다. 사람은 생각나는 대로 사는 것이 편하다. 이것 저것 떠올려봐야 망상일 뿐 그리고 생각나면 즉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

 이제는 욕심과 욕망도 다 내려놔야 할 나이가 되었다. 꿈과 희망은 간직한채, 그나마 겨울이라고 하얗게 내린 눈이 바람에 나무에서 떨어져 목덜미로 들어가 차갑게 느껴지는 이 순간이 좋다. 맨 손으로 눈을 동그랗게 뭉쳐 눈사람은 만들지 못해도 손바닥에 놓고 햇살에 반짝이는 고운 눈을 보는 이순간이 행복하다. 나보다도 벌써 부지런한 사람들이 발자국을 만들어 놓고 때로는 휴식처 마다 눈사람을 조그맣게 만들어 죽은 가지 나무로 누섭, 코, 입을 만들어 놓은 것을 보면 인간의 본래 모습을 보는 듯하다.

그것도 웃는 모습으로 만든 것을 보면 다 행복해지고 싶은 모양이다.

 이제 이 나이가 되서야 행복이 뭔지 삶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하여 대충은 알 것 만 같다. 그래서 그런지 전보다 요즘이 행복하다. 무심으로 이렇게 반환점을  돌아와 절에 도착하니 어마어마하게 큰 불상을 본다. 큰 불상, 큰 절, 요즘은 어디에나 큰 것이 유행이다. 이런것을 볼때마다 본래라는 원 뜻을 생각하게 된다. 

 나는 요즘 교회에는 예수님이 없고, 절에는 부처님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