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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聖한하운 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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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岩 鄭日相 스크랩 백화산 반야사엔 호랑이가 살고,
靑岩/鄭日相 추천 0 조회 25 17.08.19 22:20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백화산 반야사엔 호랑이가 살고,

                                       월류봉은 보름달에 안겼더라

 

                                                                                                                                     글:  청암  정일상

 

 

 백두대간에서 빠져나온 산맥이 금강의 부드러운 물결과 만나 어우러지는 곳이 충북 영동이다. 하나같이 고산준령들이지만 그 사이를 교차해서 곡선으로 흐르는 강물이 산의 험한 기운을 상쇄해 전체적으로 아기자기한 풍경을 빚어낸다. 경북 상주와 영동의 경계인 백화산(白華山·933m) 자락에 있는 반야사(般若寺)는 산과 강이 행복하게 만나는 곳에 터를 잡았다. 백화산 산봉우리 사이를 구불구불 흐르는 석천이 S자로 크게 휘돌아 만들어진 땅에 사찰을 세웠다. 반야사 입구 주차장에서부터 일주문, 사찰에 이르는 숲길 옆으로는 금강 지류인 계곡물이 바위에 부딪혀 흰 포말을 이루키며 계곡의 조용한 정적을 깨며 청아한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다. 이는 마치 교향곡의 크라이막스 같은 음향과 깊은 계곡의 심연(深淵)의 맛을 토하며 흐르는 듯 한다.

 내가 들린 때는 싱그런 초록의 풋 향이 풍기고 있는 한여름의 어느 여름날이었고 그 푸른 잎의 향이 물씬 토해내는 밤의 어스름이 드는 저녁 무렵이었다. 그리고 그 절의 한 스님의 안내를 받아 방을 정하고 짐을 풀었다. 공양을 받은 후 녹차(綠茶)한잔을 대접 받으면서 그 절에 얽힌 전설들을 듣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 절의 전설에 의하면 절의 뒷산인 백화산에는 호랑이가 서식하고 있었으며, 그 정상인 월유봉에는 그 모든 내용을 안다는 듯 휘황찬란하고 해맑은 달(月)이 걸려있었는데 달에 얽힌 전설도 많다고 했다. 그래서 일까? 나는 절에 짐을 풀어놓고 저녁공양을 받고 난 후 마당에 나와 달을 올려다보며 전설에 얽힌 사연과 달과의 관계 등에 관해 깊은 사유(思惟)에 빠지기도 했다. 산 아래로 금강 지류인 초강천이 흐르고, 새하얀 백사장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진다. 월류봉 산자락이 초강천으로 머리를 들이민 곳에는 작은 정자가 날렵한 모습으로 들어섰다. 달이 5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능선에 걸리는 보름 전후에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고 하는 데 이 시기는 달과 절의 정경이 가장 아름다운 정경이 펼쳐지기 때문이라 한다.

 

 반야사는 신라 성덕왕 19년(720년) 의상 대사의 10대 제자 중 한 사람인 상원 스님이 창건했다고 한다. 백화산 일대는 예로부터 문수동자가 머무는 곳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 사찰에 문수라는 의미하는 '반야'라는 이름이 붙은 것도 그 때문이다. 사찰 경내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산 중턱에 있는 커다란 호랑이 형상이다. 반야사 뒤쪽 백화산 기슭에서 흘러내린 돌무더기가 주변 나무들과 경계를 이루면서 마치 호랑이가 꼬리를 치켜들고 산에서 내려오는 모양이 만들어진 것. 길이 300m, 높이 80m 정도의 규모라 한다.

 반야사 경내에선 온몸이 회색 털로 뒤덮인 삽살개가 방문객을 반긴다. 10여 년째 이 절을 지키는 '청산이'이다. 대웅전 앞에 있는 삼층석탑(보물 1371호)은 신라 양식을 계승한 고려 초기 석탑으로, 오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난다. 석탑 옆에는 수령 500년의 배롱나무 두 그루가 나란히 사찰을 지키고 있다.

 반야사에서 나와 계곡을 따라 상류로 올라가면 널찍한 바위 오른쪽으로 100여m 절벽이 앞을 막는데, 그 꼭대기 위에 작은 정자 '문수전'이 눈에 들어온다. 절벽으로 난 계단을 따라 숨을 헐떡이며 오르니 산봉우리 사이로 S자로 굽이도는 계곡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까마득하게 솟은 암봉과 기암절벽을 자애롭게 어루만지듯 감싸 흐르는 석천, 그 위에 사뿐히 들어앉은 문수전이 절경이다. 문수전에는 문수 동자와 조선 세조에 얽힌 전설이 내려온다. 피부병을 고치기 위해 전국 사찰을 다니며 공양을 올리던 세조가 반야사에 머물렀을 때, 문수 동자의 안내로 절 뒤쪽 계곡에서 목욕을 했더니 병이 깨끗이 나았다는 것이다.

 

 반야사의 또 다른 볼거리는 석천 건너 소나무와 대나무 숲길을 지나면 만나는 관세음보살상이다. 야트막한 언덕 위에 화강암으로 만든 관세음보살상이 연못 한가운데 서서 감로수를 부어주고 있는 모습이다. 곱게 핀 연꽃과 연잎으로 뒤덮인 연못에 산 그림자가 고요히 비치고 있다. 반야사는 '청산(靑山)에 놀자'란 주제로 템플 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다. 명상, 차 마시며 이야기하기, 돌탑 쌓기 등으로 이루어진 명상형을 비롯, 휴식형, 자연 체험형 등이 있다. 성제 주지 스님은 "사찰 인근 석천계곡길을 걷는 숲길 걷기와 별빛을 보며 삼층석탑 주위를 도는 탑돌이가 인기"라고 했다.

 

 반야사에서 나와 8㎞ 정도 달리면 한천팔경 중 하나인 월류봉(月留峰)이 나온다. '달이 머무르는 봉우리'란 뜻의 이름처럼 깎아지른 절벽에 달이라도 뜨면 한 폭의 그림이 된다. 병풍같이 깎아지른 월류봉 인근의 경승지 8곳을 한천팔경이라 부르는데, 인근에 있는 우암 송시열 선생이 머물렀던 한천정사에서 이름을 땄다고 한다. 경부고속도로 황간IC에서 면 소재지 방면으로 빠져나와 황간교를 건너 9㎞ 거리에 있다. 백화산 반야사엔 호랑이가 살았다는 전설이 아직도 흐르고 있고 월류봉은 보름달에 안겨 묘한 자연의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이 문수동자 같이 모든 원(願)을 구하고 바라는 실체인양 불교는 원을 구하고자하는 원(願)의 종교라 해도 크게 틀리지 않으며 문수동자는 자비의 화신으로서 어려움에 처한 중생이 구원을 요청하면 언제 어디서든 다 들어준다는 자비(慈悲)를 가진 존재가 아니던가?

 그리고 나는 이렇게 조용한 산사(山寺)를 혼자 찾아가느냐고 누가 물으면 그저 빙그레 웃으며 내 뱉는 내 말인즉 “산사는 물론 부처님과 온갖 수목과 잡초, 그리고 짐승과 미물조차 나를 반기며 달뜨는 밤에 삼매의 경지에 든 듯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한 산사의 들고 나는 입구와 산사의 주위에 나 있는 오솔길을 혼자 걸으면서 읽을 수 없는 글들을 듣고 들을 수 없는 소리를 읽으면서 온갖 욕망된 마음을 놓아버리고 잃어버린 자신을 주워온다.

 그래서 이따금 홀로 시간을 내어 걸망을 둘러메고 스님들이 탁발을 하듯 고요한 침묵 속에 고즈넉이 앉아 있는 산사(山寺)를 찾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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