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린트 13연패 ‘사일런트위트니스’ 4승만 더 보태면 ‘세계 최다연승’ 기록
 [조선일보 최보윤 기자] “컴온, 컴온 보이! 컴 온~ 위트니스!”
홍콩 대표 경주마인 ‘사일런트 위트니스(Silent Witness)’. 빨간색 자형화(紫荊花: Bauhinia flower)가 새겨진 홍콩 국기를 온몸에 휘감고 우승 세리머니 장에 들어서자 5만여 관중은 ‘위트니스, 위트니스’를 외쳐댔다.
사일런트 위트니스는 지난 12일 홍콩 샤틴 경마장에서 열린 캐세이패시픽 홍콩 국제 경마대회 스프린트 부문(1000m) 대회 2연패를 달성하면서 13연승을 기록, 일약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했다. 4연승만 더 보태면 미국의 명마(名馬) 시가(Cigar)가 갖고 있는 최다연승 기록인 16연승을 뛰어넘게 된다. 위트니스가 내년에 일본, 미국 등을 돌며 투어를 할 예정이라고 하자 외신들은 앞다퉈 세계 기록 달성 여부를 점쳤다. 위트니스가 태어난 호주에선 세계 투어 일정에 호주가 끼어 있지 않아 아쉽다는 반응도 내놓았다. 몸값도 몇 배가 뛰어 수십억대를 호가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벌어들인 상금만 400만달러(약 44억원).
3년 차인 사일런트 위트니스는 단순한 경주마가 아니었다. 홍콩의 ‘자존심’이었다. 홍콩 땅에서 홍콩인 조교사에 의해, 순수 홍콩 자본으로 키워진 위트니스가 세계적인 명마와 어깨를 나란히 하자 홍콩 사람들은 자신감을 배워나갔다.
1997년까지 영국의 지배를 받았던 홍콩은 1846년 전권대사배를 시작으로 160여년 가까이 경마 산업을 발전시켜 영국 못지않은 경마 선진국으로 도약했지만, 유독 경주마 부문에선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78년 3만평이 넘는 샤틴 경마장을 세우고 88년부터 국제 대회를 유치했지만 세계 명마들의 경연장이될 뿐이었다.
위트니스는 더 이상 ‘도박’의 대상이 아니다. 홍콩을 대표하는 최고 ‘스타’이며 홍콩인들의 자랑거리다. 한 열성팬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때 이상으로 가슴이 뭉클해지며 애국심이 살아난다”며 “위트니스가 가는 곳은 항상 따라다니며 승리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사일런트 위트니스는 이제 하나의 ‘상표’가 됐다. 기수 펠릭스 코에지의 경기복인 검은색 바탕에 형광 녹색으로 X자가 표시된 점퍼는 인기리에 팔리고 있으며, 경마장 내 기념품점에선 사일런트 위트니스의 사진 등을 담은 열쇠고리와 액자가 계속 팔려나갔다.
홍콩마사회의 로렌스 웡 치-콩 회장은 “사일런트 위트니스 덕에 경마가 도박이 아닌 대중스포츠로 인정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홍콩인의 자존심을 세워준 위트니스가 세계적인 명마로 기록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최보윤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spic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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