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까지 두 시간여 남았다.
홀로 양주역을 중심으로 양주시를
특히 옛 관아지와 향교를 돌아봐야지...
단기간에 근무지의 변동과 불안정된 근무환경 탓으로
마음과 정서가 안정되지 못하니
걸으면서 늘 듣고 반복해서 또 듣던
실비아 목소리도 귀에 거슬리고
마저 정리하려던 소방공부도 짜증이 나고
이거 내가 뭣에 쓰려고 공을 들이는지
모두 팽개쳐버리니
며칠 사이의 일들이 주르르 되돌림하여 열리고 있다.
양주시라지만 그냥 시골의 대로변을 걷는
즉 인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자동차전용도로를 걷는 것 같이
조금은 불안한 도로를 따라 금새 관아 옛터에 도착했다.
며칠 전 회사 대표와 통화하면서
근무지를 가평으로
2년의 기간으로
이곳의 출근은 15일까지로
그랬는데 엊그제 다시 걸려온 전화로는
구구절절한 설명 모두 제하고
한마디로 인수차 출근하는 님을 안내해달란다.
이거 일 생겼다.
출근하는 데 2시간 반 이상 걸리는 직산까지
하루 더 나가야 한다는 것
출퇴근만 5시간 넘게 걸리는데
결국 하루 또 소득 없는 일로 허비하게 되었다.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안내하겠다고 답했지만
속이 불편하기만 하다.
그런데 조금 있더니 의료보험공단에서 메일이 날아들었다.
어거 뭐야?
18일자로 지역보험자로 옮겨졌다는 알림이다.
회사 직원에게 확인해보니
17일자로 퇴사처리 했단다.
아니 근데 18일 인계차 출근하라니...
속이 또 상했다.
약속을 했으니 18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직산을 향해서
길을 납셨다.
문자가 들어오고
또 들어오고
수원역에서 만나자더니
그 다음은 몇 호차 몇 번 입구로 탑승했다고
그리곤 직산역에서 만나잔다.
담당직원에게 인사 자리에서
이력서를 보더니
뭔 자격증이 이렇게 많아요?
우리가 필요한 건 하나뿐인데 어디 있어요?
슬쩍 눈팅해보니
산업기사 자격증이 5개 아니 그 이상인 듯
여하튼 이력서난에 수북하게 달려있었다.
그러더니
몇 년생이세요?
38년생입니다.
다시 물었다.
38년생입니다.
!!!!!!!!!
6개월간의 만남을 정리하는 날
마침 동시에 일을 마친 이천배수펌프장의 벗
집 앞까지 와서 픽업해주니
고맙게
벗의 차에 올라
신나게
나만 신나게
양주시에 올라왔다.
배수장의 일이 종료되고
대표와 벗은 다음 근무지를 협의 중
이렇게 나 홀로 즐거운 시간을 누리고 있다.
금새 한 시간이 흘러가고
좀 더 올라가 보고 싶지만
되돌아 가야지
향교에서 발길을 돌리려는 데
천주교 순교성지가 바로 코앞이다.
허긴 옛 관아 부근엔 천주교도들이 치명된 곳이 곳곳에 있다.
한 무리의 신자들이 순례 중이라 조용히 돌아보고
큰 길 따라 시청이 있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
회사로 향했다.
점심 자리에서
대표는 자기 미워하지 말란다.
신념과 신앙의 사전적 정의에서
신앙으로 해석하면 미워해선 안 되고
사랑으로 맞이해야 하고
신념으로 내 나름 판단으로는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
허지만 중요한 것 하나
어디서나 어느 자리에서나
세상은 나 없어도 잘 굴러간다는 것이다.
더 아니면 덜
그 차이만 있을 뿐....
그렇게 즐거운 식사 자리에서
터놓을 것 모두 내 던지고
벗은 잠시 쉬기로 하면서 작별을 고했다.
다시 대표의 차에 올랐다.
경기 북부 지역이지만
양주에서 가평 가는 길은 서울 쪽으로 내려갔다
다시 올라가야 한다.
친절하게 새로 일할 곳까지
어제의 노고에 답해주는 듯 함께 해주신다.
차 안이 집무실이다.
운전하면서
도착할 때까지
통화는 끊이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 넘겨 달려서
새로 근무할 회사에 도착하고
첫 만남을 저녁 자리로
쇠고기를 어금니 하나 없는 이로 열심히 삼켰다.
다음 달부터 근무하려던 것이
한 주 당겨지고
처음으로 가평역에서 경춘선에 올랐다.
초행인지라 환승을 제대로 못한 탓으로 집에 도착하니 4시간이나 걸렸다.
집으로 오는 내내
전철에 앉아 이 생각 저 생각 맴돌았다.
세상에 태어나 만남은 필연적으로 헤어짐을 동반하고
인연은 순간이지 꼬리는 기억 뿐이다.
짧은 6개월
잠시 몸담았던 회사를 뒤로 하면서
2년 후를 기약하였다.
집사람 말처럼 누가 그 나이에 사람을 쓰냐고
정말 고마운 분이라고
나도 그리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애증이 교차된다.
이미 경력 6개월, 2년이면 경력요건을 갖추니
1년 반 지나면 되돌아 오라는데...
글쎄다!
세상사는 바퀴가 돌아가 봐야 알 수 있을 뿐~~~~~
집에 도착하니 11시를 넘겼다.
내일부터 이번 주는 푹 쉬니
푹 늦잠 한번 자 보자!
창으로 햇님이 환하게 웃으며 그만 일어나란다.
손전화기에서 알람음이 삐리릭~~~
어?
뭔 메일이???
18일 자로 다시 직장의료보험가입자가 되었다고....
첫댓글 정말 새로운곳과 신념과철학을 엿볼 글이라 감사함을 써봅니다
인생화이팅 입니다
갈 수 있을 때까지 가 보렵니다...
지루함을 모르고 사시는 오죽님의 삶이 더 큰 행복과 즐거움으로 보상 받으시길 바랍니다.
그래서인지 하루 하루 너무 빨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