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 시민사회단체 연대해 정부 징용 해법 규탄
"헌정 사상 최악의 날, 제2 국치일로 기록될 것"
이재명 "윤석열 정부 야합에 끝까지 싸우겠다"
전 국민 서명운동…11일 서울광장서 범국민대회
7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강제동원 정부해법 강행 규탄 및 일본의 사죄배상 촉구 긴급 시국선언에서 일본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김성주 할머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 참석자들이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3.7. 연합뉴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를 지원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이 대규모로 연대해 윤석열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해법을 일제히 규탄했다.
정의기억연대, 민족문제연구소,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민주노총 등 611개 단체로 구성된 '역사정의와 평화로운 한일관계를 위한 공동행동'(이하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7일 오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긴급 시국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번 시국선언에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권에서도 참여했으며 전부 1464개 단체와 9632명이 동참했다고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측은 전했다.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 함세웅 신부, 신경림·황석영 작가 등 각계 원로들도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시국선언에서 "윤석열 정부는 대한민국의 국격을 땅에 떨어뜨리고, 국민의 아픔을 다시 짓밟으며, '식민지배는 불법'이라는 우리 헌법의 근본 질서를 스스로 훼손했다. 대법원 판결을 무력화하면서까지 가해자에 머리 조아리며 면죄부를 주었다"며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굴욕감을 주고, 인권을 유린당한 일제 피해자들을 불우이웃 취급하며 모욕감을 안기는 2차 가해를 자행했다"고 규정했다.
이어 "실로 참담하다. 대한민국 헌정사에 이처럼 본말이 전도된 백기투항 망국적 외교참사가 있었던가"라면서 "피해자들이 오랜 세월 투쟁해 쟁취한 법적 권리를 소멸시키고 강제동원과 청구권협정에 대한 최종적인 법적 판단을 무시한 굴욕적 해법이 검찰 출신 대통령과 검찰 출신들이 장악한 행정부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라고 했다.
이들은 또 "한국 전경련과 일본 경단련의 '미래청년기금' 조성이라는 후속 조치는 이런 치욕적인 상태를 가리려는 전형적인 물타기요, 미래세대를 식민화하려는 음모"라면서 "일본 유학생을 위한 장학기금 조성이 한반도 불법강점, 강제동원과 무슨 관계가 있으며 피해자들의 고통과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방안과 무슨 연관성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7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강제동원 정부해법 강행 규탄 및 일본의 사죄배상 촉구 긴급 시국선언에서 일본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김성주 할머니 등 참석자들이 관련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3.3.7. 연합뉴스
그러면서 "2023년 3월 6일은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악의 날, 제2의 국치일로 기록될 것"이라며 "역사를 망치고 민중의 피와 삶을 지우고 사법 주권을 포기하면서까지 진행된 '주고받기식' 야합의 말로가 어떻게 될지 똑똑히 보여주고자 한다. '미래'와 '기회'라는 사탕발림으로 가린 채 대한민국 국민의 권리와 역사를 가해국에 팔아먹은 대가가 어떤 것인지 반드시 보여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우리는 오늘의 수치를 잊지 않고 분노를 마중물 삼아 정의와 민주주의, 인권과 평화를 위해 더 힘차게 투쟁할 것이다. 공식 문서 한 장 없는 이 희한한 해법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피해자의 존엄과 명예 회복을 위해, 법적 소송은커녕 고국 땅조차 밟지 못한 채 억울하게 구천을 떠돌고 있을 수많은 일제 피해자들의 원한을 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자존과 국민의 안녕을 위해, 동북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해 끝까지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고 밝혔다.
광주에서 올라와 행사에 참석한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는 "아흔다섯이나 먹고 지금처럼 억울하기는 이참이 처음"이라며 "윤석열은 어느 나라에서 온 사람인지를 모르겠다. 하루속히 물러가라"고 외쳤다. 또 "그런 돈은 굶어 죽어도 안 받는다"면서 "내가 그런 돈을 왜 받나. 더러운 돈은 안 받는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양 할머니는 "힘을 합쳐서 윤석열 퇴장하라고 말하고 싶다. 무슨 나라를 이끌고 대통령을 한다고 하느냐"고 거듭 윤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경기도 안양에서 온 김성주 할머니도 "일본 사람들이 우리를 끌고 갔는데 어디다 사죄를 받으라고 요구하나"라면서 "(일본이) 우리에게 잘못했다고, '미안합니다' 한소리만 하면 용서를 하겠는데 그런 말도 없고, 우리를 이렇게 골병이 들게 만들어 놓고, 생각하면 할수록 눈물이 난다. 일본은 사죄하라"고 했다. 미쓰비시 근로정신대에 끌려갔던 김 할머니는 "정신대에 끌려갈 때 중학교, 고등학교 다 보내주고 일 하면 월급도 준다고 꼬셔서 데려가서 평생 골병이 들게 만들어놨다"며 "지금은 나몰라라 하고 있는데 우리는 어디다 대고 하소연을 해야 하느냐. 우리는 어떻게든 사죄를 받아야 한다. 일본에게 옛날에 그렇게 기죽어 살아왔는데 지금도 그렇게 살아야 되겠느냐"고 울분을 토로했다.
일본 강제동원 피해자인 김성주 할머니가 7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강제동원 정부해법 강행 규탄 및 일본의 사죄배상 촉구 긴급 시국선언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3.7. 연합뉴스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이 자리에 참석했다. 이 대표는 "참으로 수치스럽다. 국가는 굴종을 하고, 국민은 굴욕을 느끼고, 피해자 국민들은 모욕을 느끼고 있다"며 "피해자의 동의 없는 제3자 변제는 법률적으로도 가능하지 않습니다. 여기 계신 피해자분들이 싫다고 하지 않느냐? 전쟁범죄 일본당국의 진지한 사과가 없이, 또 피해자에 대한 정당한 보상 없이 봉합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또 한 가지 문제는 이것이 양국 간 합의가 아니라, 한국 정부의 일방적 선언이기 때문에 되돌리기조차 어렵다는 것"이라며 "과거에 잘못된 위안부 합의로 박근혜 정부가 어떤 심판을 받았는지 윤석열 정부는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반역사적이고 반인권적이고 반국가적인 야합에 대해서, 일방적 선언에 대해서 끝까지 국민과 함께 싸우겠다"고 공언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침략 전쟁 책임에 면죄부를 받고, 당당히 웃고 있을 일본 정부를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 양금덕 할머님, 김성주 할머님 이 자리에 계시지만 머리를 들 수가 없다. 너무도 죄송하다"면서 "윤석열 정부는 똑똑히 들으라.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냐, 일본의 대통령이냐. 국민들이 묻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는 이날부터 '윤석열 정부 강제동원 해법 무효' 전 국민 서명운동을 진행한다. 오는 11일 오후 4시에는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정부의 조치를 규탄하는 대대적인 범국민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