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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속말] 박경수 - 시놉시스
이 세상에, 하지 못할, 사랑은 없다.
내 인생을 뒤흔든, 그녀의 위험한 속삭임
극본 박경수
연출 이명우
序 言
‘형법 제 250조 1항 살인 유죄, 피고인 신창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다.’
서울지방법원의 어느 법정. 판사 이동준은 떨리는 손으로, 앞에 놓인 판결봉을 든다. 하지만 고개는 들지 못한다. 방청석에 앉아 있는 신영주의 눈빛을 받아낼 자신이 없는 것이다. 어서 끝내고 싶었다. 이 거짓된 판결을!
탕! 판결봉의 첫 번째 소리가 법정에 울려 퍼진다. 판사 이동준에겐 그 소리가 자신을 심판하는 신의 고함처럼 들린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법복을 입은 지 4년. 부끄럽지 않은 인생이었다. 당당한 판사였다. 하지만 지나친 소신 판결이 문제였을까? 재임용 탈락이 확정적이라는 통보를 받은 것은 지난 달. 인생의 레일에 놓인 장애물을 피하는 방법은 다른 레일로 옮겨 타는 것 뿐. 국내 최대의 로펌 ‘태백’의 대표 최일환을 만났다. 법의 황제 최일환은 오래 전부터 원하고 있었다. 자신의 딸과 이동준의 결혼을! 이동준은 사랑하지 않는 여인의 남편이 되는 것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최일환이 원한 것은 결혼만이 아니었다. 최일환은 말했다. ‘결혼식장에 들어서기 전에 자네가 해야 할 일이 있네.’
탕! 판결봉의 두 번째 소리가 울려 퍼진다. 방청석의 신영주는 견딜 수 없는 분노로 이동준 을 바라보고 있다. 아버지 신창호의 담당 판사가 이동준이란 걸 알았을 때 신영주는 기뻤다.소신 판결로 국민적 환호를 받는 양심적인 판사 이동준! 아버지의 누명을 벗겨줄 유일한 사람이라 믿었지만, 이동준은 자신이 모아준 증거를 묵살했고, 경찰의 지위를 남용했다며 자신을 해직시켰다. 그리고 지금, 선고하고 있다. 아버지에게, 무기징역을! 얼마 전, 알게 된 사실! 이동준이 아버지의 사건과 관련있는 로펌 ‘태백’의 사위가 된다는 것. 신영주는 바라본다. 아버지를 심판하는 이동준을. 신영주는 결심한다. 내가 이동준을 심판하겠다고.
탕! 판결은 끝났다. 판사로서의 마지막 재판은 끝났다. 며칠 뒤 결혼을 하면 태백의 사위가 되고, 언젠가는 태백의 주인이 될 것이다. 자리에서 일어나며 이동준은 비로소 신영주를 보았다. 이동준은 안도했다. 이제는 경찰도 아닌, 살인자의 가난한 딸, 나락에 떨어진 여자의 분노가 자신이 있는 높은 곳까지 닿을 길은 없으리라 생각하며, 이동준은 법정을 나섰는데...
지이잉! 핸드폰 진동 소리에 이동준은 눈을 뜬다. 숙취가 가시지 않은 얼굴로 둘러본다. 호텔이다. 둥! 벽에 걸린 TV 속 화면. 지난 밤, 어느 여인과의 동침 영상이다. 누굴까? 어찌된 일일까? 그때 욕실문이 열리고 샤워가운을 걸친 채 나오는 여자. 바로 신영주다!! 그제야 보이는 TV 화면 속 여자의 얼굴, 신영주다. 머리를 말리며 전화를 받으라는 신영주의 고개짓에 이동준이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받는다. 어머니다. 어서 결혼식장으로 오라고 채근하는 것. 그 모습을 보며 신영주가 말한다. ‘선처를 호소하는 피고인의 딸을 유린한 판사님께 미래가 있을까요? 난 증거가 있는데. 이동준 판사님. 우리 아버지, 빼내야겠어요.’ 창 밖. 비가 내리고 있다. 세상의 어떤 폭우로도 식힐 수 없는 분노로 신영주가 이동준을 바라보고 있다.
경찰의 직위도, 아버지의 무죄를 증명할 증거도, 모든 것을 빼앗긴 여자 신영주가
이동준의 인생에 몸을 던진 순간, 드라마 ‘귓속말’은 시작된다.
기 획 의 도
이 드라마는 국내 최대의 로펌 ‘태백’을 무대로
불륜의 남녀 이동준과 신영주가
돈과 권력의 거대한 패륜을 파헤치는 서스펜스 멜로드라마다.
세상의 가장 추악한 곳에서 피어난, 가장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법률회사 태백. 한 나라의 정부를 구성하고도 남을 고위층이 고문으로 재직하고 있는 권력의 베이스캠프. 그 탐욕이 뒤끓는 법의 전당에서 벌어진 두 건의 살인사건에 휘말린 남녀, 이동준과 신영주! 설레임으로 시작되는 다른 이의 사랑과 달리, 협박으로 시작된 둘의 사랑은 거대한 음모에 직면, 신영주는 살인의 누명을 쓰고 법정에 서게 된다.
모두가 외친다. 외면하라고! 하지만 이동준의 귀에는 아직도 들려오고 있다. ‘당신을 믿어요.’ 구속되기 전, 속삭인 신영주의 낮은 귓속말! 이동준은 법정에서 증언한다. 자신과 신영주의 불륜을. 살인을 주장하는 시간에 둘의 몸과 마음이 함께 있었음을!
신영주는 풀려났지만, 둘은 더 큰 세상의 감옥에 갇힌다. 세상이 쏟아내는 조롱과 멸시! 불륜이라는 세간의 비난을 온몸으로 맞으며, 이동준과 신영주는 법률회사 태백, 그 시대의 오물통을 향해, 진실을 향해, 앞으로 나아간다.
법을 무기로 펼쳐지는, 짐승들의 전쟁
법은 희망을 주지만, 법률가는 절망을 준다. 판사, 검사, 변호사로 이뤄진 그들만의 카르텔. 그 정점에 있는 법률회사 태백과 그 집안을 무대로, 법률가들의 우아한 말의 성찬에 가려진 비릿한 속살을 내보이고, 그에 맞서는 이동준과 신영주의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사랑을 기록하고자 한다.
나에게 묻는다. 어떻게 살 것인가!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보고 길을 찾을 수 있는 시대는 행복하였다. 하지만 빛나는 별도, 가야할 길도 사라진 시대. 진실이 조롱당하고, 신념이 경멸당하는 지금! 우리는 무엇을 위하여 인생을 살고, 어떻게 오늘을 살 것인지를 묻고자 한다. 어쩌면 이 드라마가 가는 길이 오답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믿는다. 드라마의 힘은 해답에 있지 않고, 치열한 질문에 있음을!
초반 줄거리
아버지가 걸어오고 있다. 수갑을 찬 채.
서울 종로경찰서 복도. 형사과 계장 신영주는 차마 믿을 수 없는 얼굴로 아버지를 바라본다. 반찬가게를 하는 엄마의 새벽일을 돕던 중, 급한 전화를 받고 나간 아버지가 후배 기자를 살해했다는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되어 이송되고 있는 것이다. 아버지는 영주에게 말하지 않았다. 나는 살인을 하지 않았다고. 나를 구해달라고... 말하지 않았다. 음모에 빠졌음을 직감한 아버지는 딸마저 위험에 끌어들일 수 없어, 홀로 싸우려는 것이다. 하지만 사태는 심각하게 흘러간다. 아버지는 금전문제로 다투다가 후배를 살해한 파렴치범으로 몰리고 있다. 방송국 기자였다가 해직당한 아버지, 부끄러운 안정을 버리고 정당한 가난을 선택한 아버지의 삶이 조롱당하고 있는 것이다. 영주는 수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혼자서는 쉽지 않은 일. 그때 옆에 있어 준 사람. 경찰 동료이자 연인인 박현수. 그는 말했다. ‘아버님처럼 살 자신은 없어. 그치만 아버님처럼 사시는 분, 지켜는 드려야지.’ 고마웠다. 지금 신영주는 간절히 바란다. 아버지의 무죄를 밝힌 뒤, 박현수와 함께 할 따뜻한 인생을.
재임용 심사 출석 요구서.
서울지방법원 판사실. 이동준은 출석 요구서를 보며 헛웃음을 터뜨린다. 시국사건에 몇 차례 소신 판결을 했다. 윗분이 불렀다. ‘등산할 땐 짐이 가벼운 게 좋아. 높은 자리까지 갈려면 무거운 걸 버려. 자넨 말야, 소신이 너무 무거워.’ 그땐 후배에 대한 충고라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경고였던 것이다. 동준은 재임용 국면을 돌파할 자신이 있었다. 당당하게 출석했다. 정당한 법리 논쟁을 했다. 하지만 재임용 탈락이 확실하다는 것이 알려지자 동준은 당황한다. 이대로 밀려나면 변호사 등록도 못하는 것이 현실! 동준은 법률회사 태백의 대표, 법의 제왕, 최일환을 만난다. 인맥과 권력으로 법을 밟고 선 남자 최일환은 오래 전부터 외동딸 최수연과 동준의 결혼을 원하고 있었다. 양심적인 판사로 세간의 칭송을 받는 이동준을 사위로 맞아, 법률적 횡포를 저지른다는 세간의 비난을 잠재울 방패막이로 쓰려는 것이다. 동준에게 다른 길은 없었다. 동준은 자신의 인생을 구하기 위해, 사랑하지 않는 여인과의 결혼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때를 놓친 거래엔 이자가 붙는 법. 최일환은 느물거리며 말한다. ‘신창호 기자 살인사건, 자네 마지막 재판이지? 판결은 내가 하지.’ 최일환이 동준의 어깨를 세 번 툭, 툭, 툭, 두드리며 말을 맺는다. ‘자넨 판결봉만 두드리게’
담당판사 이동준.
영주에게 이동준은 마지막 희망이었다. 경찰의 수사는 짜맞춘 듯 조작되었고, 검사는 수사보다 다음 달에 있을 진급에 온 신경을 쓰고 있었고, 언론은 조작된 내용을 받아쓰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대로면 아버지의 유죄는 불 보듯 뻔한 일. 그때 알게 된 사실. 담당판사가 이동준이라는 것. 양심적인 판사로 알고 있었다.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따뜻한 판사로 생각하고 있었다. 영주는 자신이 모은 증거를 가지고 찾아갔다. 동준은 작은 증거 하나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그때는 생각했다. 진실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라고. 증거 수집 과정도 꼼꼼하게 물어봤다. 그때는 생각했다. 올바른 판결을 내리려 한다고. 그런데.....
경찰의 직위를 이용, 부당한 수사를 했어. 원칙대로 징계해.
후우. 동준은 짧은 한숨과 함께 전화기를 내린다. 동준은 앞에 놓인 증거물들을 본다. 신영주가 가져온 증거들은 그녀의 아버지 신창호가 살인범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었다. 하지만 판결에 인용할 수 없었다. 이번 재판, 판결은 최일환이 내리는 것이므로! 동준은 거부할 수 있었다. 자신의 인생을 던질 용기가 있었다면. 하지만 재임용 탈락이라는 벽 앞에서 동준의 용기는 사그라들었고, 최일환의 사위가 된다는 미래 앞에 동준은 단 한 번, 진실에 눈을 감기로 한 것이다. 툭, 툭, 툭, 최일환은 동준의 어깨를 두드리며 판결을 내렸고, 탕, 탕, 탕, 동준은 최일환이 바라는대로, 판결봉을 두드렸다. ‘형법 제 250조 1항 살인 유죄, 피고인 신창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다.’
서울종로경찰서 계장 신영주, 파면에 처한다.
경찰 징계위원회의 결정보다 더 마음 아픈 건, 연인 박현수의 외면이었다. 언제나 함께였던 사람이었지만, 영주의 수사를 도와준 자신이 다칠 상황이 되자, 박현수는 영주가 내미는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 ...미안하다. 박현수는 파면 통지서를 내밀었고, 영주는 얼마 전 받은 청혼의 반지를 말없이 돌려주었다. 경찰의 직위도, 연인도 잃었지만, 눈물이 나지 않았다. 몇 달 새 많은 일을 겪어, 마음이 말라버린 것이리라 생각했는데.... 늦은 밤, 도착한 집. 자그마한 반찬가게 곳곳에 붙어 있는 압류장에 머뭇거리던 눈물이, 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하는 엄마의 모습에 터지고 만다. 아버지도, 경찰의 직위도, 연인도, 누추한 삶이라도 이어갈 작은 반찬가게도 빼앗긴 모녀의 긴 울음이 끝날 즈음. 영주는 일어난다. 방으로 간다. 거울 앞에 선다. 얼마 전 알게 된 사실. 이동준 판사가 아버지의 사건과 관련이 있는 법률회사 태백의 사위가 된다는 것. 엄마의 오열 소리를 들으며, 영주는 생각한다. 이제 울어야 할 것은, 이동준 당신이다. 모든 것을 잃은 그녀에게 남은 것은 단 하나 뿐. 영주가 거울을 오래도록 보고 있다.
말은 서로 높이죠. 방은 따로 쓰고.
웨딩사진 촬영 중 연출되는 가벼운 입맞춤을 소스라치게 놀라서 피한 최수연은 차가운 말투로 경고했다. ‘외부행사에서 어깨에 손 올리는 거까진 허락할게요. 뭐, 부부니까.’ 그제야 동준은 알게 되었다. 자신은 최수연의 남편이 아니라, 최일환의 사위일 뿐이란 것을. 최수연의 모욕을 견디고, 그녀의 마음을 얻어야, 진정한 태백 가문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날 밤. 판사들과의 송별회! 재임용 심사때만 해도 자신을 멸시하던 판사들이 태백의 사위가 된다는 사실에 몰려와 축하하고 눈도장을 찍으려 애쓰는 모습을 보며, 동준은 만취했다. 자신이 가련해서. 그들이 불쌍해서.... 늦은 밤. 거리. 대리기사가 왔다. 취중의 동준이 힐긋 본다. 여자인 듯 하다. 낯이 익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취기를 이기지 못한 동준은 스르르 눈을 감는다.
우리 아버지, 빼내야겠어요.
‘선처를 호소하는 피고인의 딸을 유린한 판사님께 미래가 있을까요? 난 증거가 있는데. 이동준 판사님.’ 호텔 방 안. 지난밤의 동침 동영상을 보며 이동준은 떨고 있다. 나의 제안을 거부하면, 동영상은 공개될 것이고, 이동준의 인생은 악몽이 될 것이다. 영주는 바라본다. 잠시 후 법률회사 태백의 사위가 되어, 나를 위해, 아버지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움직여야 할 이동준을. 영주는 바닥에 놓인 셔츠를 들어 이동준에게 건넨다. ‘서둘러요. 신부가 기다리잖아요.’
‘결혼을 축하합니다. 신영주’
식장으로 향하던 동준의 발걸음이 멈춘다. 늘어선 수 백 개 화환의 끄트머리에 놓인 작은 화환에 적힌 축하글. 그녀가 보낸 화환이다. 숨이 멈춰지는 느낌이다. 전직 총리가 주례를 서고, 국회의원의 절반이 참석할 정도로 성대했던 결혼식이지만, 동준은 어떻게 예식이 끝났는지 기억하지도 못할 마음이다. 양가 하객들과의 사진 촬영 도중, 동준은 언뜻 보았다. 저만치 서 있는 신영주를. 그녀가 조여오고 있다. 동준의 인생을! 신혼여행! 최수연의 요구대로 각방을 쓴 것은 동준에게 다행이었다. 동준은 신영주에게서 벗어날 방법을 찾고 있었다. 그때 걸려온 전화. 신영주였다. ‘나 취직할려구요. 그쪽하고 아주 가까운 곳에’
법률회사 태백, 선임변호사 이동준의 비서 조연화.
영주는 자신의 명함을 본다. 조연화. 경찰 재직시, 수사 도중 알게 된 인연으로 지금은 함께 지내고 있는 친구이자, 태백에서 사용할 자신의 이름이다. 법률회사 태백에 있는 수 백 명의 변호사와 직원들, 그 누구도 내가 신창호의 딸임을 모른다. 그 사실을 아는 단 한 사람. 이동준. 그는 지금 다급하게 움직이고 있다. 나의 아버지를 빼내기 위해, 아니,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살인범을 알아냈다. 하지만 밝혀선 안 되는 사람이었다.
동준은 숨 쉬는 것조차 힘겨웠다. 집무실 한켠에 비서 조연화, 아니 신영주의 책상이 있는 것. 그녀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다. 방법은 하나 뿐. 진범을 잡는 것! 하지만 시간을 온전히 쏟을 수 없었다. 동준이 들어와서 본 태백은 밖에서의 풍경과 달랐다. 태백은 온전히 최일환의 것이 아니었던 것. 오랜 친구인 강유택의 자본과 최일환의 법률적 수완이 합쳐져 만들어진 것. 강유택은 변호사가 된 자신의 아들 강정일을 태백의 주인으로 만들려 하고 있으며, 최일환은 사위인 동준을 내세워 그들을 제압하려 하는 것이다. 법의 성채에서 벌어지는 내전! 패배하면 태백에서 자신도, 최일환도 밀려날 상황인 것이다. 태백 내에서 신망있는 젊은 변호사 강정일은 최일환의 티끌을, 동준의 흠결을, 아내 최수연의 실수를 찾으려 촉수를 곤두세우고 있었다. 동준은 강정일에 맞서며, 다급하게 신영주의 덫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살인의 진범을 찾고 있다. 그런데, 드디어 찾았다! 살인의 시간. 그 한적한 현장을 달려가던 자동차가 찍힌 근처의 CC-TV를 확보한 것! 이제 신영주를 자신의 인생에서 들어낼 수 있을거란 기대로 CC-TV를 확인한 동준은, 충격에 빠진다. 그 CC-TV에 찍힌 사람은, 바로, 아내 최수연이었다! ...아내가... 살인을..... 동준은 털썩 주저앉는다. 집무실 창 너머로 강정일이 보인다. 그가 이 사실을 안다면, 아내도, 장인도, 자신도 몰락할 것이다. 집무실로 신영주가 들어온다. 그녀는 요구한다. 이번 달 안에 진범을 잡지 못하면, 동영상을 공개하겠다고. 나아갈수도, 물러설수도 없는 상황! 동준은 늪에 빠진 기분이다. 빠져나올 수 없는 깊은 늪.
하지만 그때는 몰랐다. 이 모든 것이 시작일 뿐이란 것을!
세상을 뒤흔들 판도라의 상자를 자신의 손으로 열게 되리란 것을!!
등 장 인 물
이동준 (30대 초반, 남)
내 앞에 두 갈래 길이 있다.
태백이라는 거대한 산맥의 주인이 될 것인가. 신영주의 남자가 될 것인가.
서울지방법원 판사. 대학 졸업과 동시에 사법고시에 합격한 뛰어난 두뇌와, 약자의 말에 귀 기울이는 뜨거운 심장을 지녔다. 트레이닝복도, 법복도, 모두 잘 어울리는 수려한 외모의 소유자. 정재계의 딸 가진 부모들은 모두 그를 사윗감으로 원했다. 이동준이 가진 액면에, 결혼이라는 히든만 더해지면, 그의 인생은 더 높이 비상할 것이라 모두들 생각했지만, 동준은 힘 있는 자의 맞선도, 돈 있는 자의 청혼도 거절했다. 세상의 모든 사다리를 거부하고, 맨 손으로 암벽을 올라, 정상에 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아버지 이호범에게.
아버지는 의사였다. 간호사였던 어머니와 오랜 연애 끝에 결혼을 앞두고, 아버지는 떠났다. 몇 달 뒤, 병원장의 딸과 결혼한 아버지 이호범은 지금은 국내 굴지의 종합병원 원장이 되어 있다. 월급을 모아 전세를 옮기고, 융자를 얻어 집을 사고, 외식비를 아껴 아이 학원비를 내는, 소중하지만 비루한 인생의 계단을 한 번에 건너뛰고 싶었던 아버지.... 동준이 정재계의 청혼을 거절하는 것은 아버지에 대한 항변이며, 외압에 굴하지 않는 동준의 소신 판결은 홀로 자신을 당당하게 키워낸 어머니에 대한 헌사였다.
하지만 벼락처럼 다가온 재임용 탈락의 위기 앞에서, 서른 살 동준의 여물지 못한 신념은 흔들린다. 인간은 가장 미워하는 것을 닮는 법. 동준은 아버지와 같은 선택을 한다. 법률회사 태백의 대표 최일환의 사위가 되기로 한 것. 그의 요구대로 신창호에게 살인 유죄를 판결했다. 그런데 최일환의 뜻에 따른 청부재판을 하고 태백에 입성하기 전날 밤, 신영주가 동준의 인생에 몸을 던진 것이다.
악몽이었다. 아내가... 살인범이라니.... 믿을 수 없었다. 동준은 신영주의 압박을 견디며, 은밀한 조사를 해 나간다. 드디어 알게 된 거대한 진실. 살인범은 아내가 아닌, 강정일이었다. 현장 CC-TV에 찍힌 아내의 모습은, 당시 연인이었던 강정일의 다급한 전화를 받고 달려간 것이었다.
최일환과 강유택은 오랜 친구였다. 무기거래상으로 시작, 방산업체를 운영, 수 천억의 부를 일군 강유택은 30년 전, 친구 최일환에게 자금을 투자, 법률회사 태백을 만들었다. 강유택은 자신에게 닥치는 법률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인 사무소 정도로 생각했지만, 최일환은 타고난 수완으로 태백을 국내 최대의 법률회사로 만들었다. 강유택은 씁쓸했다. 모회사보다 커진 계열사를 바라보는 오너의 심정이었다. 그런데 알게 되었다. 아들 강정일이 최수연과 연인이라는 것을. 양가의 가족모임에서 결혼을 발표하는 아들 강정일을 보며, 강유택은 친구가 평생 일군 태백이 아들의 손에 들어올 것을 예감하며 미소를 지었고, 최일환은 평생 지은 농사를 지주에게 빼앗기는 소작인의 기분으로 술잔을 들이켰다. 그런데! 일어난 살인사건! 아버지 강유택의 방산비리를 취재하던 기자의 입을 막으려던 강정일이 저지른 것이었다. 연인 강정일이 걱정돼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한 딸 덕분에 살인의 진실을 알게 된 최일환은 미소를 지었다. 강유택에게서 벗어날 동앗줄이 생긴 것이다. 최일환은 살인을 법적으로 해결하는 조건으로 태백 내에 강유택의 지분을 정리하고, 딸을 이동준과 결혼시킨 것이다. 하지만 강유택은 여전히 노리고 있다. 태백을. 강정일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최수연과의 사랑을.
거대한 건물, 화려한 인테리어의 태백을 둘러보며 동준은 생각한다. 이곳은 밀림이라고. 발 밑의 독사와 창공의 독수리가 나를 노리는 곳이라고. 하지만 낙타가 밀림을 만나면 지옥이 되고, 사자가 밀림을 만나면 제왕이 되는 법. 동준은 사자가 되기로 한다. 이 밀림에서, 태백에서 밀려나면, 돌아갈 곳이 없으므로. 아내의 마음을 흔들고 있는 강정일의 살인 혐의를 밝혀, 자신의 목을 죄어오는 신영주에게 던져주기 위해, 동준은 은밀히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데...
그녀가 들어오고 있다. 동준의 마음 속에. 언제부터였을까? 강정일의 살인 증거를 찾기 위해 머물렀던 산장에서, 고열에 시달리던 동준을 간호하다 잠든 신영주의 가녀린 몸에 외투를 덮어주던 때부터였을까? 아니면.... 동준의 사랑은 위험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신영주가 옛 연인 박현수를 만났다는 사실을 알곤 질투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마음을 연 아내 최수연이 밤새 동준의 침대에 머물렀지만, 그날 밤 동준의 몸은 소파에, 마음은 영주에게 있었다. 몸으로 시작된 둘의 관계였지만, 지금 동준과 신영주는 스치는 손길에 몸이 떨리고 느껴지는 숨결에 마음이 떨리는 사이가 되어있었다. 그런데, 드디어, 강정일의 범죄의 그림자를 밟은 순간, 강유택이 죽었다. 살해당한 것. 체포된 것은 신영주였다. 아버지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강정일과 강유택의 뒤를 캐던 모든 행위가 살인의 증거가 된 것이다.
나도, 자네도, 이제는 홀가분해졌군.
최일환의 말을 듣는 순간, 동준은 느꼈다. 강유택을 살해한 것은 장인 최일환이라는 것을. 태백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조여오는 친구 강유택을 살해한 장인은 그 범죄를 사위인 동준의 목을 조이던 신영주에게 씌운 것이다. 최일환의 눈빛은 요구하고 있다. 침묵하라고. 최일환의 미소는 약속하고 있다. 동준의 찬란한 미래를. 하지만....
신영주와 저는 연인입니다. 살인의 그 날, 함께 산장에서 밤을 보냈습니다.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동준은 선택했다. 태백의 주인이 아니라, 신영주의 남자가 되기로.
신영주는 무죄로 풀려났지만, 동준은 모든 것을 잃었다. 변호사 자격도, 태백에서의 지위도, 그리고 아내 최수연도..... 하지만 동준은 신영주. 그녀가 흘린 고마움의 눈물 한 방울 만으로도 충분했다. 자신에게 안겨오는 신영주의 가녀린 몸만으로도 동준은 벅찼다. 동준은 일어난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았으므로.
동준은 신창호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최일환의 살인을 밝히기 위해, 신영주와 함께 거리로 나선다. 법률회사 태백과 방산비리에 연루된 정관계의 거목들. 그 썩은 나무들을 걷어내면 세상을 비추는 햇살이 조금은 더 따뜻해질 것이다.
자신이 선택한 어리석은 사랑이
세상의 먼지를 조금이라도 걷어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동준은 패배를 각오한 마지막 싸움을 시작한다. 신영주와 함께.
신영주 (30, 여)
..미안해. 아빠. 어쩌면 아빨 못 구할지도 몰라.
내가 다치는 건.. 괜찮은데, ... 그 사람이.... 너무... 위험해.
서울 종로경찰서 형사과 계장. 월급의 절반을 집안의 빚을 갚는데 쓰느라, 변변한 옷 하나 없지만, 흰 셔츠에 바지만 입어도 핏이 사는 외모를 지니고 있다. 하루의 절반을 잡범들과 보내느라 직설적이고 거친 말투를 지녔지만, 연인 박현수 앞에선 아직도 얼굴이 붉어지는 소녀다.
경찰대를 졸업하고 경위로 임관하던 날. ‘한 번 뿐인 인생, 남들 다 가는 패키지가 아닌, 자신만의 여행을 하라’던 아버지 신창호를 존경한다. 방송국에 남아 있는 동료들이 고개 숙인 생활인이 되어 하루하루 시들어갈 때, 아버지 신창호는 팟캐스트에서 홀로 추적기사를 방송하는 눈빛 형형한 기자로 살고 있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구속되었다. 살인혐의로! 방산비리를 추적하던 후배기자가 아버지에게 정보를 건네려다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한 것!
경찰대 시절 익힌 유도와 합기도가 도합 7단. 웬만한 장정 서넛은 거뜬히 제압할 물리력을 지녔지만, 아버지의 무죄를 밝히려는 자신을 막아선 벽은 넘을 수가 없었다. 판사 이동준, 그를 믿었기에 분노는 더욱 컸다. 하지만 분노만큼 커진 무력감!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경찰에서 밀려난 것도, 떠난 연인도, 습관이 된 가난도 견딜 수 있었다. 하지만 비틀린 세상에서 평생을 올곧은 기자로 살아온 아버지에 대한 비난은 버틸 수가 없었다. 되찾고 싶었다. 아버지의 명예를. 돌아가고 싶었다. 자신이 걸었던 경찰의 길로. 이동준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 신념을 던졌다. 그날 밤. 영주는 이동준의 인생에 자신의 몸을 던졌다.
조연화의 이름으로 법률회사 태백에 들어와 이동준의 비서가 된 영주! 이동준이 덮어버린 증거를 회복하고 진범을 잡은 뒤 아버지의 무죄를 밝히면 모든 것이 끝이라고 생각했지만, 경찰이었던 직감 때문일까? 영주는 느낀다. 강정일이 이동준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영주는 강정일이 조작한 교통사고에서 위험에 처한 동준을 구해내고, 동준을 몰락시키기 위해 동침 동영상을 요구하는 강정일의 제안을 목숨의 위협 속에서도 거부한다. 이동준이 몰락하면, 아버지는 무기의 시간 동안 감옥에 있게 된다. 이동준만이 아버지를 구할 수 있다. 나는 그를 지켜야 한다. 그런데 알게 된다. 살인범이 강정일이라는 것을. ‘우린 같은 적을 가지게 됐네요’
...그런데 ....이동준과 함께 강정일의 그림자를 밟아가던 중, 영주는 느낀다. 자신의 심장이 동준을 향해 떨리고 있음을.
영주의 사랑은 갈등이다. 아버지의 재판을 오도한 남자 이동준! 너무나 미웠지만, 감정도 총량이 보존되는 법. 미움은 고스란히 사랑이 되어, 온 마음이 동준을 향해 휘날리고 있는 것이다.
영주의 사랑은 갈증이다. 최수연의 남편 이동준. 아무리 갈구해도 온전히 가질 수 없는 남자를 향한 목마름에 지쳐갈 즈음. 강유택이 죽었다. 그리고 영주의 손에 채워진 수갑! 법정에서 동준의 증언을 들으며 영주는 눈물이 고인다. 그것은 영주에 대한 마음의 고백이며, 잃어버린 신념을 되찾겠다는 인간선언이었다. 그 순간 영주의 갈증은 사라졌다.
영주는 감옥에서 풀려나 거리로 나왔다. 이동준은 태백에서 밀려나 거리로 나왔다. 이제 둘은 앞으로 나아간다. 아버지 신창호를 구하기 위해. 진실을 향해.
불륜의 남녀라는 세간의 손가락질이 쏟아지고.
권력을 움직이는 태백의 강풍이 몰아치지만,
그럴수록 영주와 이동준, 둘의 맞잡은 손은 더욱 굳건해지고 있다.
최수연 (30, 여)
어떡하지? 난 식었는데, 정일씬 아직 뜨겁네.
이동준 그 사람 건드리지 마. 내 남편이야.
몸은 명품으로, 마음은 특권의식으로 가득차 있다. 누구에게나 함부로 대하지만, 누구도 그녀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인생을 살아왔다. 감정의 진폭이 크고, 찰나에 희비가 바뀌는 성격의 소유자. 대학수능시험 성적표는 그녀에게 학업능력이 없음을 증명했다. 유학을 다녀왔지만 영어를 잘 못 한다. 미국의 무명대학에서 돈을 주고 산 박사 학위로 아버지가 대표로 있는 법률회사 태백의 글로벌 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해외 클라이언트를 만날 때도 통역의 도움을 받는 처지. 그녀는 안다. 태백의 모두가 그녀 앞에선 고개 숙이지만, 뒤에선 조롱하고 있다는 것을. 상관없다. ‘질투도 못한다면, 저 사람들 사는 게 너무 불쌍하잖아.’ 귀족을 향한 천민들의 질투일 뿐이라고 그녀는 비웃어 넘긴다. 어떤 풍랑에도 흔들리지 않을 거대한 요트와 같았던 그녀의 삶은, 연인 강정일의 살인을 목격한 뒤 파란에 휩싸이게 된다.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최수연은 강정일의 안전을 원했고, 아버지 최일환은 태백의 안전을 원했다. 원치 않았던 일이었다. 강정일과의 결별은, 상상도 싫었던 일이었다. 이동준과 결혼식장에 서는 일은. 하여, 결혼 이후에도 수연은 강정일과의 인생을 꿈꾸고 있다. 방법은 하나 뿐. 남편 이동준을 태백에서 축출하는 것. 흠결 없는 인생이 어디 있으랴.이동준의 뒤를 들추던 중, 수연은 알게 된다. 남편 이동준에게 여자가 있다는 것을. 바로 신영주! 이것만 밝히면 남편을 내 곁에서, 태백에서 밀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수연은 망설인다. 한 번도 자신의 것을 빼앗겨 본적이 없는 삐뚤어진 소유욕 때문일까? 아니면 이동준의 뒤를 들추다가 알게 된 그의 삶이, 부서진 신념의 파편이, 그녀의 마음 어딘가에 아프게 자리잡은 것일까? 수연은 점점 남편 이동준에게 집착하게 된다.
그때는 몰랐다. 이동준에 대한 수연의 집착이, 강정일을 다급하게 만들어, 최일환이 강유택을 살해하는 거대한 비극의 시초가 되리라는 것을.
강정일 (30대, 남)
왜 싸우냐고? 짜식. 내 꺼 내가 가져가겠다는데 무슨...
어이, 이동준! 태백도, 수연이도, 내가 가진다.
법률회사 태백의 선임 변호사. 샤프하다. 금수저에 타고난 엘리트지만, 서민과 어울리는 법을 안다. 청소 아줌마에게도 미소로 인사하고,말단 여직원도 존댓말로 대한다. 대기업 문제를 전담하며 법을 이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탁월한 재능이 있어, 두둑한 인센티브를 원하는 모두가 그의 밑에서 일하기를 원한다. 누구나 생각한다. 정일이 태백의 후계자가 될 것이라고. 될 자격이 있다고. 하지만 아버지의 방산비리 취재를 막던 중 그의 인생에 피가 묻었다. 살인사건!
이동준과 최수연의 결혼식 사회를 보며, 그는 결심했다. 수연을 되찾겠다고. 하지만 이미 덮었다고 생각한 살인, 그 핏자국을 밟아오는 이동준과 신영주를 태백에서 밀어내려 하던 중, 둘의 불륜을 알게 되었다. 마음이 벅찼다. 이제 이동준은 태백에서 나갈 것이며, 수연은 내 곁에 돌아올 것이라 생각했지만... 수연이... 변했다. 수연을 되찾기 위한 그의 조급함은 아버지 강유택이 최일환을 겁박하도록 만들었고, 위기에 몰린 최일환은 오랜 친구 강유택을 살해하게 된다.
법은 신영주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정일은 생각한다. 아버지를 살해한 것은 이동준과 신영주라고! 아버지의 빈소를 내내 함께 지켜준 수연이 고마웠다. 더 고마운 건, 수연이 말해 준 것이다. 아버지가 떠난 날. 이동준의 옷에 묻은 피를. 이후 정일은 양지의 법과 음지의 폭력을 이용, 아비를 잃은 짐승처럼 이동준을 향해 달려간다. 그런데 알게 된 사실! 아버지를 살해한 건 최일환이라는 것. 수연이 속삭여 준 그 피의 비밀은, 자신의 아버지를 지키고, 자신을 떠나려는 이동준을 짓밟으려는, 수연의 음모였던 것. 정일은 차오르는 분노를 깊숙이 숨긴다.
정일은 오늘도 최일환에게 고개 숙이고, 최수연에게 미소를 보내고 있다. 그들을 침몰시킬 기회가 오는 날까지, 드러내지 않을 그의 발톱은, 점점 날카로워지고 있다.
< 태백의 사람들 >
최일환 (50대 후반, 남) ‘최수연의 아버지’
수백 명의 변호사와 백여 명의 고문을 거느린, 법률회사 태백의 대표. 태백은 총리와 장관의 절반 이상이 고문단 출신일 정도로 권력의 베이스캠프다. 사적인 자리에서는 많은 대화를 하지만, 공적인 자리에선 말수가 적다. 상대가 말을 하게 만들고 자신은 결정만 내린다. 상대를 두렵게 하는 건, 협박이 아니라 침묵이라는 것을 알기에.
경북 안동의 가난한 농부의 아들. 아버지는 강유택 집안에 대대로 이어온 소작인이었다. 사법고시에 합격, 변호사가 된 뒤, 지주의 아들 강유택은 법률회사 설립을 제안한다. 수 백 년 이어온 주종관계가 거래 관계로 바뀐 것. 30년이 흐른 지금. 최일환은 법의 장막 뒤에 숨은 배후의 권력자가 되어 있지만, 핏줄에 배인 오랜 습성 때문일까? 강유택 앞에서는 왠지 주눅이 드는 자신이 못마땅하던 중, 딸 수연이 강정일과 결혼을 원하자 그의 분노는 폭발한다. 한 해 농사의 칠할을 갖다 바치던 아버지처럼, 자신도 평생 일군 태백을 강유택의 아들에게 넘기게 된 것. 그때 일어난 강정일의 살인! 최일환은 법적 해결을 조건으로 강유택의 지분을 넘겨받고, 태백 내에서 신망을 얻고 있는 강정일에 맞설 두뇌와 배포를 지난 판사 이동준을 사위로 맞는다. 하지만 강유택이 태백의 변호사와 고문단 대부분을 빼내 새로운 법률회사를 만들려는 시도를 한다는 것을 알던 날, 최일환은 강유택을 만나 짧은 대화와 긴 다툼 끝에 그를 살해하게 된다. 최일환은 자신의 손에 묻은 피를 닦고 다시 법의 장막 뒤에 숨었다.
이동준은, 법을 밟고 선 남자 최일환을, 법의 심판대에 세울 수 있을까
강유택 (50대 후반, 남) ‘강정일의 아버지’
성격도 씀씀이도 시원시원하다. 조선시대에 태어났으면, 기생집을 드나드는 한량이 되었을 스타일.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안동 부잣집의 아들. 80년대 권력자의 자제들과 동향 친구였던 덕분에 무기 거래를 시작, 현재는 방산업체인 보국산업을 운영하는, 수 천 억대의 자산가. 최일환을 가끔은 친구로 생각하지만, 가슴 깊은 곳에선 자기 사업의 일부를 맡긴 소작인으로 대하고 있다. 태백의 변호사와 고문단을 빼내 아들 강정일에게 새로운 법의 영지를 만들어주려다가 최일환에게 살해 당하게 된다.
윤정옥 (50대 후반, 여) ‘최수연의 어머니’
기도하는 속물. 화려한 옷으로 몸을 두르고 있지만, 사람의 가치를 돈으로 재단하는 천박함은 숨기지 못한다. 국내 최대 교회 목사의 딸이다. 팔순의 나이에도 담임목사직을 지키던 아버지가 남동생에게 교회를 승계하려다가 내부 분쟁이 생겨 머리가 아프다. 매년 생기는 교회의 부끄러운 문제를 더 이상 남편에게 부탁할 수 없어, 사위 이동준에게 부탁하는 처지가 된다. 하여, 최수연의 집안에서 본의 아니게 이동준의 백그라운드가 잠시 되어준다. 강유택의 죽음의 진실을 안 뒤, 잠시 놀란 윤정옥은 오랫동안 기도한다. 남편의 살인이 드러나지 않기를. 자신이 누리는 부와 권력이 계속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송태곤 (40대, 남) ‘최일환의 비서’
돈을 좋아하고, 술을 사랑하고, 여자를 즐기지만, 일처리는 깔끔하다. 태백 내에서 최일환의 문고리를 잡고 있다. 누구도 그를 거치지 않고는 최일환을 만날 수 없다. 최일환의 지시임을 빙자, 개인적 청탁을 해결, 힘을 과시한다. 검사였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검찰 스폰서 사건에 연루, 1년의 실형을 살고 나와, 변호사 자격마저 잃었지만, 최일환이 비서로 채용한 것은, 스폰서에 연관된 최일환을 발설하지 않은 침묵의 대가였다. 송태곤이 받는 10억대의 연봉은 법조계에 보내는 메시지였다. 최일환은 함께 한 사람 버리지 않는다는! 그러니 불법을 두려워말고, 최일환을 두려워하라는!
황보연 (30대, 여) ‘최수연의 오른팔, 태백 글로벌팀 변호사’
외교관 아버지를 둔 덕에, 영어, 중국어, 일어에 능하다. 사법고시 합격 후 MBA까지 마쳤다. 최일환이 부족한 딸을 위해 붙여준 태백의 에이스. 최수연의 법률적 무지에 티를 내지 않고 참는다. 더 큰 꿈이 있으므로. 언젠가 정계에 진출할 생각으로, 고문단과 인맥 형성에 공을 들이고, 지명도를 높이기 위해 티비에 자주 출연한다. 길 가다 알아보는 사람이 싸인을 청하면 사진까지 같이 찍어주고, 그 사람의 SNS에 올라온 사진을 확인하며 흐뭇해한다. 하나를 하면 열을 생색내고, 티 안 나는 자기 자랑에 타고난 재능이 있다. 자신은 태백을 이용할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최일환의 살인을 안 뒤 침묵하면서 같은 배를 타게 된다.
조경호 (30대, 남) ‘강정일의 친구, 변호사’
작은 키, 명품을 입어도 시장옷처럼 보이게 만드는 상하좌우가 구분 안 되는 몸, 외모적 열등감을 까칠한 말투와 골프회원권, 최고급자동차, 1억대의 손목시계를 과시하면서 메꾸고 있다. 사법고시 합격 후 친구인 강정일의 제안으로 태백에 들어왔다. 30억만 벌면, 이 아수라를 벗어나 한적하고 여유로운 인생을 살려고 했지만, 100억 넘게 번 지금도 태백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돈을 벌려다가 돈에 먹힌 남자. 초반 강정일의 살인을 해결하기 위해 불법에 발을 담근 뒤, 점점 죄의 사슬이 무거워져 이제는 강정일의 곁을 떠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있다. 친구 강정일의 멱을 잡으면 자신의 불법을 해결해주겠다는 최일환의 제안에 흔들리게 된다.
노기용 (28, 남) ‘이동준의 수하’
전직 조폭. 무식하지만 순수하고, 법의 수호자인 변호사들보다 준법 정신이 강하다. 어릴 때부터 거리의 싸움꾼이었다. 서울 일대 유명 조직의 행동대장을 하던 중, 피할 수 없었던 군대 영장을 받고 공익근무를 하게 된다. 근무지는 바로 서울지방법원! 매일 법원에 출근하며 포승줄에 묶인 채 재판을 받는 동료 조폭들을 보곤 전역 후에도 저들처럼 살 것인가 흔들리던 중, 신념의 판사 이동준의 두려움없는 용기에 감화, 퇴근 시간이 지난 후에도 밤 늦게 남아 그의 수발을 들게 된다. 동침 동영상을 찾아 신영주의 협박에서 벗어나려던 이동준이 불법적인 힘이 필요, 전역한 노기용을 태백의 직원으로 채용하게 된다. 이동준의 갈등을 이해하고 믿어주는 친동생 같은 존재로 함께 한다.
박현수 (30대, 남) ‘신영주의 옛 연인, 강정일의 수하’
서울 종로 경찰서 강력과 계장. 세파에 부딪혀 본 적이 없어, 반듯하지만 우유부단한 면이 있다. 중징계의 위협에 신영주를 외면하지만, 이내 후회하곤 다시 찾아간다. 하지만 신영주에겐 이미 동준이 있었다. 그의 질투를 자극한 건 강정일. 강정일의 요구대로 이동준의 뒤를 캐는 무리한 수사를 하다가 이동준을 지키려는 신영주의 제보로 경찰에서 파면을 당하게 된다. 자신의 외면은 기억하지 못하고, 신영주의 변심에 분노한 박현수는 태백에 들어와 강정일의 수하가 되어, 옛 연인 신영주와 맞선다.
백상구 (40대, 남) ‘강정일이 부리는, 어둠의 손’
재건축 재개발 철거 용역 회사 대표. 수 십 명의 수하를 거느린 양성화된 조폭. 서울 지역 철거의 대부분을 따내는 건 강정일의 도움 덕분이다. 평소 법으론 할 수 없는 강정일의 뒤처리를 돕는 관계다. 극 초반, 방산비리를 취재하던 기자의 살인에 연루된다. 살인의 진범을 찾고 있는 이동준과 신영주를 보이지 않게 위협하는 존재다.
< 이동준의 가족 >
이호범 (60대, 남) ‘이동준의 아버지, 종합병원 원장’
뛰어난 실력을 지녔지만, 꿈이 너무나 컸기에, 결혼이라는 도약대를 선택한 남자. 종합병원 원장의 지위에, 대통령 주치의라는 명예까지, 원하는 걸 모두 얻었다. 중학생이 된 뒤에야 호적에 올린 아들 이동준이 의사가 되기를 바랐지만, 아내 정미경의 견제로 법학과로 진학한 사실을 알곤 마음이 쓰이던 중, 태백의 결혼 제안을 아들 이동준의 갈등도 모른 채 강력히 추진해서 성사시킨다. 삶을 함께 하지 못한, 아들 이동준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극 중반, 병원이 치명적 바이러스인 메르스의 본산이 되어, 이를 무마하기 위해 정관계 힘이 필요해진 순간, 아들 이동준이 태백과 맞서 곤란한 처지가 되자, 아들을 회유하려 한다.
정미경 (50대 후반, 여)
종합병원 가문의 딸. 이호범과 결혼, 남편을 원장으로 만들었다. 겉보기엔 우아한 유한부인이지만, 이동준의 어머니 안명선에 대한 열등감이 크다. 법대로 진학해서 판사가 된 이동준과 달리, 아들 이동민이 의대에 가지 못한 것. 의사가 아닌 아들을 병원장의 자리에 올리기 위해 온갖 잔수를 쓰는 중이다. 윤정옥의 아버지가 담임목사로 있는 교회의 집사다. 병원 운영을 위해, 아들을 원장에 올리기 위해 법적인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윤정옥의 집을 방문, 이동준과 자주 부딪히게 된다.
이동민 (30, 남)
이호범과 정미경 사이의 아들. 종합병원 신사업 추진 본부장. 함께 자라진 못했지만, 형인 동준을 좋아하고 따른다. 책을 좋아하고 글 쓰는 것이 꿈이었던 동민은 엄마 정미경의 극성에 병원 경영에 뛰어들어 힘겹기만 하다. 극 후반, 위기에 놓인 병원을 외면하는 이동준과 갈등이 시작된다.
안명선 (50대 후반, 여)
이동준의 어머니. 서울 외곽에서 자그마한 요양원을 운영하고 있다. 인자하고 따뜻하다.동준의 선택을 언제나 믿어주고 바라만본다. 가끔 한 마디씩 던지는 충고가 동준의 선택에 결정적 영향을 준다. 동준의 결혼식날, 30여년 만에 처음 만난 이호범을 보고도 마음의 동요가 없다. 그 사람은 그렇게 살았고, 나는 이 길을 걸어왔을 뿐이다. 함께 있는 사람을 평온하게 만드는 말투와 마음을 지니고 있다.
< 신영주의 집안 >
신창호 (50대 후반, 남)
신영주의 아버지. 방송국 해직 기자. 파업을 주도해 해고를 당했고, 파업 손해배상금을 내느라, 집안이 가라앉았다. 대리기사, 대필, 트럭 배추 장수 등 생계를 잇기 위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면서도, 기자로서의 정신을 잊지 않았다. 팟캐스트 ‘기자의 눈’을 운영하고 있었다. 드라마의 끝까지 감옥에 있지만, 면회 온 아내와 딸에게 내일을 살아갈 힘을 주는 존재다.
김숙희 (50대 후반, 여)
신영주의 어머니. 방 하나가 딸린, 작은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억척스런 또순이. 여상을 졸업하고, 방송국 말단 경리로 일하던 중, 엘리트 기자였던 신창호와 결혼, 주변의 부러움을 샀다. 사랑만으로 자신을 선택한 남편이기에, 가시밭길을 걷는 모습에 투덜대면서도 끝까지 믿어준다. 월세집 보증금을 빼서 차압을 풀고, 반찬가게에서 기거한다.
조연화 (30, 여)
극 초반, 신영주에게 체포된 꽃뱀. 가해자는 잡았지만, 가정과 사회적 지위가 있었던 피해 남성들이 모두 피해 사실을 부인하자 풀려난다. 신창호의 구속과 신영주의 억울함을 알곤, 평소 넓던 오지랖이 발동, 신영주에게 자신의 신분을 빌려준다. 갈 곳이 없어 며칠 반찬가게의 단칸방에 머물던 중, 자신에게 맛있는 반찬을 만드는 솜씨가 있음을 안 김숙희의 제안으로, ‘제조 조연화, 판매 김숙희’ 시스템으로 반찬 동업을 하게 된다. 노기용의 터프함에 반해 마음을 활짝 열지만, 노기용은 반찬만 맛있다며 사갈 뿐, 조연화를 바라보지 않아, 속이 타는 중이다. 전직 조폭과 전직 꽃뱀의 유치찬란한 사랑은 극의 작은 쉼표가 될 것이다.
송태곤
40代 前職검사
( 법률회사 태백 )
안명선
50代 요양원장
강유택
50代방산업체회장
윤정옥
50代
최일환
50代 태백 대표
심복
주종관계/파트너/배신.살해
母 父 父
황보연
30代 변호사
강정일
30代 男
선임변호사
조력 은밀한제안
조경호
30代 변호사
오른팔 조력/배신
최수연
30代 女
태백글로벌 팀장
연인/배신/복수 수하
백상구
40代 조폭
대립/연적
박현수
30代 경찰
법적부부 경멸/집착 대립 조력
대립 옛애인/배신.복수
신영주
30代 女
前職 형사
이동준
30代 男
판사
생모 사랑/연대
노기용
28 조폭출신 수하
조연화
30代 꽃뱀출신
갈등 조력 조력
이동민
30代 병원본부장
이복동생
썸
신창호
50代 前職 기자
김숙희
50代 반찬가게
이호범
60代 종합병원장
정미경
50代 병원가문딸
계모 친부 부 모
첫댓글 잘 읽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늘 잘 받아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