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때가 묻은 책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어떤 책들은 많이 헤어져 있었습니다. 책을 옮기기 위하여 책장에서 꺼내자 거의 모든 속지가 떨어져 나왔습니다. 물론 책 표지도 이미 찢어지고, 테이프로 붙여 놓아서 겨우 책 표지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지요. 책을 추슬러 보지만 잘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봤더니 참 오래된 책입니다.
한국에 나갔다가 아이들이 볼 만한 책이 없나 찾아보다가 사가지고 온 책들이었습니다. 한국 말을 잊지 않게 해 주고 싶은데 어려운 책은 읽지 않을 것 같고 해서 만화 형식으로 된 책을 샀었습니다. 만화로 되어 있어서 재미도 있고, 상식도 전달되는 책이었기에 일석이조라고 생각을 했지요. 다행이 아이들이 잘 읽었습니다. 서로 싸워가며 그렇게 몇 번을 읽기에 다음에 한국에 가면서도 동일한 형식의 책을 사왔었습니다.
비전센터를 오픈하면서 그 책들을 가져다 비전센터에 두었습니다. 아이들의 마음은 다 똑같은 것 같았습니다. 그것을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고, 가끔 어른들 모임에 따라온 아이들도 주로 읽는 책이 그런 책이었습니다. 아무래도 글자만 있는 책보다는 만화가 더욱 호감이 가고 재미까지 더해지자 많이 찾았던 것이지요.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이 사람을 만든다." 라는 말을 보면 책의 가치는 소장의 가치가 아니라 읽는 아이들의 손때가 묻어 너덕너덕해진 책, 자기의 본분을 다한 책이갯지요. 미소를 띠며 책을 읽고 있었던 아이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책이 사람의 손을 타지 않으면 시간이 오래 지나도 보기 좋습니다. 마치 관리 잘 된 느낌이 들지요. 깨끗하고 산뜻하고 그럴듯해 보이고......, 그렇게 오래 소장해본들 그 책이 무슨 유익이 있겠습니까? 좋은 책을 애지중지 보관해서 폼 잡는 시대는 이미 지나간 것 아니겟습니까? 혹시 집에 폼 잡고 있는 책들 있으면 이번 기회에 비전센터에 기증하시죠? 제가 더욱 가치 있는 책으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책은 사람을 만들기 위해서 있는 것이지 폼 잡으라고 있는 것 아니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