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5살에 재빈 판정받고, 11년이 지난 지금 36살에 임신과 출산한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합니다.
많이 긴 글이지만 저와 같은 여성 재빈 환자분들에게 이 후기가 임신 계획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
임신 전에는 [혈색소 9~10], [혈소판 24,000~34,000] 정도 왔다갔다 했습니다.
1. 임신 준비
저는 원래 재빈 때문에 딩크를 생각했었는데요. 결혼 8년차에 나이가 들수록 아기를 갖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라구요.
계속 고민을 하던 중에 이 카페에서 [복은]님이 쌍둥이 출산하신 게시글을 보고 용기를 얻어
임신을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다니는 서울성모병원 교수님도 제 임신계획을 응원해주셨어요.
처음 자연임신을 6개월 정도 시도하였는데 안되더라구요.. 재빈환자로서 난자채취에 대한 부담이 있어
시험관은 절대 하고 싶지 않았는데 인공수정 2번을 해도 안되서 결국 일산차병원에서 시험관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서울성모병원에 난자채취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난자채취 전날 혈소판 1팩을 수혈받았습니다.
일산차병원을 선택한 이유는 수혈이 가능한 병원이었기 때문인데요.
난자채취 아침 날, 전화주셔서 혈소판 수혈 받았는지 확인하고 당일에 피검사에 혈소판이 낮으면 혈소판을
준비해주시겠다고 하셔서 마음적으로 편안했습니다.
다행히 혈소판 수혈로 혈소판이 9만까지 오르게 되어서 추가적인 혈소판 수혈 없이 난자채취를 진행하게되었고
난자채취 하고 출혈도 많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시험관 2차만에 임신이 되었어요.
2. 임신 기간
임신 9주차에 임신 사실을 혈액내과 교수님께 알렸고, 9주차에는 혈액수치가 그다지 많이 낮아지지 않았었어요.
(혈색소 8.4, 혈소판 2만 3천)
교수님이 2달 뒤에 다시 보자고 하셨는데
2달 동안 입덧이 정~말 심해서 조금만 걸어도 구역질이 나고 힘든 체력이었어요.
그리고 2달 뒤 임신 17주차에 피검사를 했는데 [혈색소 5.9, 혈소판 1만 5천]까지 떨어져 있었어요.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입덧 보다 혈액수치가 무지막지하게 떨어져서 체력적으로 매우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당시에는 입덧이라고만 생각하고 혈액내과를 가지 않았던 것을 후회해요 ㅜㅜ
그때 이후로 임신 초기 1달 → 임신 중기 3주 → 임신 후기 2주마다 혈액내과를 갔고
혈액내과와 산부인과를 병행해서 다니다보니 임신 중기~후기에는 거의 매주, 출산 직전에는 거의 매일 병원을 다녔어요.
갈때마다 보통 혈색소 1~2팩, 혈소판 1개씩 수혈을 받았어요.
(1) 19주차 : 혈색소 7.7 / 혈소판 1만 9천
(2) 24주차 : 혈색소 8.4 / 혈소판 1만 3천
(3) 28주차 : 혈색소 7.0 / 혈소판 1만 2천
(4) 31주차 : 혈색소 7.4 / 혈소판 1만
(5) 33주차 : 혈색소 8.0 / 혈소판 8천
(6) 35주차 : 혈색소 7.6 / 혈소판 8천
혈색소는 수혈 후 보통 3~4주 정도 유지가 된다는데 임신 후기로 갈수록 2주도 못가 쭉쭉 떨어졌습니다.
너무 쭉쭉 떨어져서 불안한 마음에 더 자주자주 혈액내과 교수님 진료를 보고 싶었는데
교수님은 자주 보고, 자주 수혈을 받는게 아기와 산모에게 결코 좋은게 없다.라고 하시더라구요.
산부인과도 물론 서울성모병원으로 다녔었고,
전화로 예약했을 때 교수님이 저의 임신기간 중에 진료가 불가하였는데 (진료보시는 산모가 많아서)
혈액내과 교수님이 산부인과 진료협진을 내주셔서 다행히 임신 초기부터 진료를 볼 수 있었습니다.
산부인과 첫 진료 날,
교수님이 이런 몸으로 시험관을 했냐며.. 시험관 병원은 이런 환자에게 시험관을 해주면 어떡하냐고
단호하게 말씀하셨어요..
그러고 제가 가진 빈혈때문에 유산 · 조산 확률 50%, 임신중독증 10%(일반 산모의 3배), 태아성장부진 40%,
자궁적출, 산후출혈 등등
앞으로 일도 하지 말고, 여행도 가지말고, 운동도 하지 말고 30분 이상 걷지 말라
너무 무서운 말들을 에이포용지 빼곡하게 많이 말씀해주셔서 첫 진료날 아기에게 미안하고 무서워서 정말 많이 울었어요..ㅠㅠ
하지만 임신기간 내내 산부인과 교수님이 친정아빠보다 더 정~~말 많이 신경써주셨습니다.
갈때마다 슈퍼울트라 고위험산모 왔다고 유쾌하게 말씀해주시면서 외래가 없으신 날인데도 제 피검사 결과 보시겠다고
진료 봐주시고... 너무너무 감사한게 많은 교수님이었어요..
35주차부터는 며칠에 한 번씩 피검사를 했고,
혈소판이 8천을 계속 유지해서 이 수치는 아기도, 산모도 위험하다.
조기태반박리 위험도 크고, 36주차 되자마자 제왕절개를 하자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급으로 이틀 입원해서 폐성숙주사를 이틀동안 맞고
36주 0일차에 제왕절개로 출산을 하였습니다.
제왕절개 당일 아침에 혈소판 2팩을 맞았어요.
수혈 받은 후 혈소판이 11만까지 오른 것을 확인하고 수술대에 올랐습니다.
재빈 환자는 오히려 하반신 마취가 출혈 위험이 있다고 해서 전신마취로 진행해서
태어나자마자 아기 우는 소리는 듣지 못했어요.
출산하고 교수님 회진 때 교수님 보자마자 여러가지로 너무 감사해서 제가 엄청 많이 울었어요..ㅎ
교수님도 제 아기 꺼내고 안도의 눈물을 흘렸다고 하시더라구요.
혈액내과 교수님도 산부인과 병동으로 회진오셔서 봐주시고, 축하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퇴원 날, 당일 피검사에서 혈소판 7만 7천, 혈색소 8.6인거 확인하고 퇴원했어요.
3. 출산 후
임신 기간 동안 잇몸에서 피가 정~~말 많이 났어요.
양치할때는 당연하고, 자다가도 피나서 베개가 다 젖고..가만히 있어도 자꾸 피가 났어요.
후기로 갈수록 코피도 나더라구요.
그리고 출산하고 양치해도 잇몸에 피가 안나서 "와 좋다" 했는데
출산 일주일 후 잇몸에서 갑자기 피가 나더니 지혈해도 8시간 동안 그치지 않더라구요.
다행히 서울성모병원 근처 산후조리원에 있었던터라 바로 응급실을 갔는데
혈소판이 1만 4천으로 뚝 떨어져있어 또 혈소판을 수혈받고 지혈되어 퇴원했어요.
(1) 출산 3주 후 : 혈색소 8.8 / 혈소판 1만 8천
이때까지만 해도 교수님이 혈액수치가 임신 전으로 잘 안돌아오는 것 같다. 약 복용을 해보는게
어떻겠냐, 갑작스러우면 조금 생각해보아도 된다. 라고 하셨는데 제가 2주 정도만 더 지켜보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2) 출산 6주 후 : 혈색소 8.8 / 혈소판 2만 5천
다행히 출산하고 한 달이 넘으니 혈소판이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교수님도 이 수치면 약은 복용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하셨어요.
(3) 출산 3달 후 : 혈색소 10.4 / 혈소판 3만 5천
(4) 출산 6달 후 : 혈색소 9.7 / 혈소판 3만 6천
출산하고 6달 정도 지나니 다행히 임신 전과 비슷한 수치를 보였어요.
그래서 지금은 3달에 한 번씩 외래만 다니고 있습니다.
4. 아기 상황
아기는 2.3kg로 조금 작게 태어났고,
다행히 검사 결과 아기는 제 병이 선천적으로 유전이 되진 않아 빈혈은 없었어요.
하지만 일찍 태어나다보니 폐성숙이 덜되고 자가호흡 안됨, 뇌출혈 등으로 3주간 니큐에 입원을 했었어요.
아기 없이 산후조리원에 들어갔고 몸 회복과 동시에 매일매일 면회를 다녔어요.
유축이라도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초유 조차도 제대로 나오지 않더라구요..
모유가 너무 안나와서 또 많이 울었어요... ㅎㅎ
(초유도 제대로 안나오는건 빈혈때문이 아닐지 조심스럽게 예측해봅니다..)
니큐에 모유를 가져다 줘야 하는데 공기만 보낸적도 많았어요.
재빈환자는 혈액수치 때문에 조산(37주 이전에 태어나는 것)을 거의 피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저는 니큐에 있다가 무사히 퇴원만 하면 다 잘 된 건줄 알았는데
일찍 태어난 것이 아기 발달에 계~속 영향을 미치더라구요.
현재 아기는 6개월인데 4개월 정도의 발달을 보이고 있어요. 임신때는 이 부분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일찍 태어난 아기들은 작게 태어나다보니 체간힘(코어)이 약해
대근육발달이 많이 느리더라구요. 저희 아기도 또래보다 2~3달 정도 발달이 느려
재활의학과 다니면서 꾸준히 지켜보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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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는 정말 목숨걸고 임신과 출산했다고 생각하구요.
죽지 않아 다행이고, 결코 후회하지 않아요.
몸만 성했다면(?) 둘째도 낳고 싶은데 말이죠..ㅠㅠ
아기의 시계대로 살아가고 있는 지금,
잠도 못자고 매우매우 피곤하지만 너무 행복하구요. 너무 예쁘고 소중해요.
오히려 육아가 임신기간보다 더 나은 것 같아요.
임신기간 내내 매일매일 불안에 떨면서 지냈거든요..ㅜㅜ
남들에게는 행복할 임신기간이 저에게는 살아내야하는, 지켜내야하는 기간이었던 것 같아요.
교수님이 그러시더라구요.
대비를 하지 못할때 사달이 나는 거지. 우리는 이미 산모의 질병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대비를 잘 해놓을 것이기 때문에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요.
임신기간 동안 두 교수님들이 용기 많이 주셨고, 많이 의지했던 것 같아요.
혈액내과 박실비아 교수님, 산부인과 박인양 교수님 정말 저와 아기의 은인이고 감사합니다 :)
제 글이 임신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리고 임신기간 동안 저의 멘탈을 케어해주신(?) 복은님에게도 너무 감사드려요 ♥️
첫댓글 제가 요즘 하는 고민거리를 자세히 적어주셨어요!! 재빈은 자연보다 제왕이 더 안전한가 봐요.
임신 기간동안 엄청 무서웠을것같아요..ㅠㅠ 체력 관리 잘 하시구 이쁜 아가 케어 !! 화이팅입니다🧡!!
재빈은 출산 전 사전준비가 철저하게 필요해서 아묻따 제왕같아요! ㅎㅎ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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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상황에도 잘 출산하셔서 다행입니다!
저희 병이 병원에 제때 가기만 하면 그래도 치료나 대처가 되는거같기도해서 용기를 가지다가도 참 어렵네요..!
육아도 피로하실텐데 몸 잘 챙기시면서 즐거운 육아하세요 좋은 소식있음 또 들려주세요!!!
감사해요!!!🙂🙂🙂
글을 읽는 내내 긴장이 됐네요. 수치 다시 돌아오고 건강한 아기 출산하셔서 정말 축하드립니다.
임신을 걱정하고 계시는 많은 재빈 환자분들께 큰 희망이 될거에요. 모쪼록 재빈도 완치하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랍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
축하드려요🤗💛💛💛
저도 올해 1월에 아가를 낳고 잘(?) 기르고 있습니다
정말 임신기간내내 서울성모에서 매주 수혈받고 울다웃다 반복하다가 고위험병동 입원도 했다가 ~ 37주0일되자마자 출산했어요 ㅎㅎ
임신기간동안 너어어어무 힘들었고 불안했고.. 솔직히 남들처럼 임신기간이 행복하고 기대되고 그렇지는 못했던거같아요
지금은 아가가 너무 이뻐서 그간 힘듦이 다 잊혀지고 ㅎㅎㅎ
그리고 저도 다행히 임신전 수치로 돌아와서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아가랑 행복한 하루하루 보내시고 항상 좋은 일만 가득하세요 🤗